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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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특히 50대 이상, 그 중에서도 회사 내에서 차장급, 부장급이라면 특히나.

개인주의자는 나쁜 것일까?

 

중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만약 아버지가 살인을 저지르고 왔다면 신고할 건지 아니면 숨겨줄 건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담임 선생님은 50대 영어 선생님이셨는데, 왜 그런 질문이 나왔는지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런 질문에 아이들이 이리 저리 좀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나도 어디에 손을 들어야 할 지 몰라 허둥대다 손을 안들었던 기억이다. 그런데 그 선생님은 아버지가 잘못했다고 신고한다는 사람은 잘못됐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찜찜한 기억이 오래오래 남았다.

살인만큼 엄청한 잘못을 했는데도 감싸야 한다니... 이영학같은 상황은 그래서 벌어지는 거 아닐까?

 

p211 군사부일체라 하여 지도자, 스승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윗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 건 그 허물보다 더 큰 잘못이 되고 패륜으로 지탄을 받는다. 가족의 잘못을 감싸고 숨겨주는 것이 옳은 일이 된다.

 

이 문장을 보는데, 중학교 1학년 교실에 앉아 있는 혼란스런 내 자신이 생각났다. 최근에 문제시 되는 대학 교수들의 폭력, 성희롱에 대해서도 쉬쉬하다가 결국은 겨우 하나 둘 터지는 걸 보면 여전히 이런 생각들이 어린 친구들에게도 뿌리깊게 남아있는건지, 아니면 계속해서 이런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건지.

 

그리고 직장을 다니던 내내 회사가 있어야 내가 있다는 그런 구호 같잖은 구호.

 

P212 현실의 조폭에게 의리 따위는 없다. 이익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조직의 이익이 아니라, 보스와 간부들의 이익이 있을 뿐이다. 말단 조직원들은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조직에 이용당하는 호구에 불과하다. 이득을 분배받는 공범씩이나 되지도 못한다. 내부고발자들은 그들이 어떤 동기를 가졌든 결과적으로 당신의 몫을 가로챈 권력자들의 치부를 폭로하여 당신에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다.

 

조폭의 의리를 따를 건지 시민의 윤리를 따를 건지....

 

서울대 나온 판사라 하면 뭐 1% 기득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게 다행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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