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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장영준.오승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13년 3월
평점 :
우리말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어보면서, 내가 한국어 선생님이라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 잠깐 살다왔다는 이유로 유학생들 우리나라 들어와서 과외 선생을 자처하는데, 나는 40년을 한국에서 살면서 우리말로 공부해도 여전히 구별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과연 제대로 알고 가르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표준어 규정이 바뀌기도 하니 우리말은 정말 계속 공부해야 한다.
p62 골목길을 장식하는 가로 선전 막은 모두 '플래카드'이고 '현수막'은 세로로 늘어뜨린 선전 막을 가리키는 것이다. 역시 한자를 이용하면 이해하기 쉽다. '현수(懸垂)'는 "아래로 매달려 드리워짐"이라는 뜻이다.
내가 계속 잘못 사용했던 말이 여기 딱 있다.
p65 자동차가 달리는 곳은 '차선'이 아니라 '차로'이다. 자동차는 길로 다니고 '길'은 한자로 '로(路)'라고 하니까. '차선'은 1차로와 2차로 혹은 2차로와 3차로를 구분하는 선을 말한다.
"양쪽 빰의 옆에 나는 털"은 왜 구레나룻라고 쓰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구레나룻도 우리말 책에 보면 꽤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
p104 영어에서는 턱수염을 'beard', 콧수염을 'moustache', 양쪽 뺨의 옆에 나는 털을 'sideburns라고 구분한다.
실용적인 우리말 교육을 위한 팁으로 '수고하세요'를 대신 할 수 있는 말을 소개하고 있다.
p117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감사합니다" 등으로 인사할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인 김광일 씨와의 인터뷰 내용도 들어 있는데, 이 분이 생각하는 품격 있는 언어에 대한 견해는,
p151 "초등학교 1학년 시절에 썼던 언어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요. 일곱 살짜리 꼬마들은 말을 비틀어서 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눈치를 살피느라 쓸데없이 양보절 문장을 쓰지도 않습니다. '엄마도 무척 바쁜 줄 알지만 지금 나에게 물 좀 줄래?'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엄마, 물 줘'합니다. 품격 있는 언어란, 마치 다림질로 쭉 편 것처럼, 평평한 곳을 달리듯 말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처럼 쭉 뻗어가듯 반듯하게 쓰고 말하는 언어가 좋습니다."
그런데, 이 말에 대한 설명을 더 들었으면 싶다, 개인적으로. 우리말 말을 배울 때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을 피하고 공손하게 말하라고 배우지 않나? 영어로도 그렇고. 영어로 I want~ 이렇게 하는 것보다 I'd like to~ 나 의문문 혹은 조건문으로 말하라고 그러는데.
2005년에 나온 <우리말 나들이>에서 금슬이 맞고 금실이 틀리다고 해서 뭐가 맞나 했는데, 여기서 좀 확실해졌다.
p230 그런데 사람들이 '글실'을 더 자주 쓴다고 해서 우리의 표준어규정은 '금슬'이 아니라 '금실'을 표준어로 정해버렸다.
이래서 계속 공부를 해야보다 했는데... 또 하나.
2007년 7월 27일부터 국기에 대한 맹세가 바뀌었단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배웠는데,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가 이제 맞단다. (p273)
정말 내가 자주 쓰는 표현은 좀 기억해둬야 겠다.
p282 귀후비개 (x) -> 귀이개(o)
귓밥 (x) -> 귀지(o)
p315 두 가지 표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한 것으로 세 개가 있다.
택견/태껸, 품새/품세, 짜장면/자장면
이래서 배움엔 끝이 없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