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309동1201호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책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제목만 들어봤는데, 그때는 현실감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들어와서 들여다보니, 확실히 문제가 있다. 특히나 나도 인문학 쪽에 있기에 더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다. 직장인들이 "미생"을 읽으며 마음이 저릿저릿 했다면, 대학원생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렇겠지.

 

p13 대학은 그 어느 기업보다도 노동권의 치외법권 지대에 있다.

 

지도 교수 혹은 대학측은 대학원생들의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볼모로 학생들의 노동력을 마구마구 쓴다. 최저 시급도 안되는 돈을 받으면서도 일을 꾸역꾸역 해낼 수 밖에 없는. 아마 학생들에게는 이렇게 배우는 거다 하겠지만. 글쎄...   

 

대학원에 와서 깜짝 놀랬던 일은 이제 막 박사학위를 받은 혹은 아직 박사 과정 중인 분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물론 학위라는 것이 종이 한장에 불과하지 않냐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연구를 하는 분의 깊이 있는 강의를 듣고 싶었다. 문제는 정말 이 사람들의 수업은 학생들의 발표 수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100% 공감한 부분이다.

 

p80 좋은 수업을 하는 교수는 수강생의 발표 수준에 맞춰 그에 따른 피드백을 해준다. 분야의 권위자와 주목할 만한 신진 연구자를 소개해주고, 학계의 최신 동향을 일러준다. 어느 부분을 수정하면 어느 학회에 투고할 만한 수준의 논문이 될 거시라는 것을 한눈에 포착해 조언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수가 더 많다. 그저 대학원생의 발표에 전적으로 의존해 수업을 진행한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의미 없는 발표가 이어진다. 제대로 된 피드백도 없이 그래 고생했어요 이 책은 다 읽어봐야죠, 하는 식으로 수업이 끝난다. 자신이 장악하지 못한 텍스트를 과제로 내고 함께 토론한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대학원생의 시각에 끌려다니기도 한다.

 

한 번은 지도교수의 생일 축하를 위한 식사자리를 마련하자는 이유로 수업을 휴강한 적 있었다. 모두들 그냥 학과의 관례라 생각하고 따르는데, 나는 좀 이상했다. 지도 교수의 생일이 휴강할 이유인지.

 

p179 어느 집단이든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위해 최후까지 지켜내야 할 보루가 있는데 학생의 경우엔 '수업'이다.

p179 "학생의 수업권은 누구도 간섭할 수 없으며 끝까지 사수해야 하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만일 학교가 그 어떠한 이유로든 그것을 훼손한다면 참아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그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가장 부끄러워해야 할 행위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온전히 피해자이지만 1년이나 2년 후에는 학생 자치 기구의 의사 결정권자가 됩니다. 그때 다시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린다면 저는 무척 실망할 것입니다."

 

약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관해 '문제의식'이란 걸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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