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다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제이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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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제 밤, 송년 모임이 있었다. 앞으로도 쭈~~욱 이어지게 될 송년 모임의 스타트!  어떻게 자리에 앉다 보니, 나이로 따지자면, 시집 가서 1-2살 짜리 애가 있을 나이 혹은 신접 살림을 준비하는 예비신부여야 하나, 여전히 짝을 찾지 못한 세 여자와 그리고 유부남 한 명이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다.  퇴근 시간을 마치고 모두들 모여서 지하철 끊길 걱정을 하며 일어날 그 순간까지 우리의 대화란, 어떤 남자를 만날 것인가,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나에게 남긴 가장 아픈 말, 혈액형 별 매칭율, 그리고 소개팅 스케줄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연애 이야기만 했다. 반면, 이성친구가 있는 사람들이 모인 다른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의 소재는 그야말로 다양했다. 여행, 재테크, 회사 이야기...  짝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선, 우린 연애라는 대화 소재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일까?

연애가 마지막 희망이라구?  책 제목이 기발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박노해의 글귀를 떠올리게 하는. 알콩달콩 연애 이야기가 있냐고? 막상 책을 펼치면, 온갖 사회 문제들이 나온다. 안정된 직업이 없는 사람들과 자립하지 못한 사람들과 연애에 빠지면 안되는 이유 같은 것. 꼭 그렇게 말한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들의 문제를 다룬 것을 보면, 그 사람들은 아무튼 그닥 성숙하지 못했으니 피하라 같다. 사실 "나"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자립을 했으니까. 나는 살짝 피해가나?

그런데 그 날카로운 화살이 나는 피해가나 했는데, 결국 퍼스트 클래스와 이코노미 클래스석에서 확 꽂혀버리고 만다. 나는 퍼스트 클래스 죽어도 못할 그런 사람이니까.

열심히 하세요~ 라는 말을 쓰지 말자는 부분에서는 절대 공감!  우리는 대체 얼마나 더 열심히, 힘을 내야 하는 것인가! 무라카미류가 야한 소설만 쓰는 줄 알았는데, 글발이 장난이 아니다. 아니면 실제론 별론데, 방송작가 출신의 번역가가 우리말로 잘 다듬은 것인지.  

작가는 남들 따라하는 연애질은 그만두라고 일침을 놓기도 한다.  상상력 없는 연애는 집어치우라고. ㅎㅎㅎ 그래 상상력 없는 연애는 집어쳐야 해.  정말 웃긴 남자를 최근에 만나게 됐는데, 그 남자 나한테 사귀자고 해했는데,  ㅍㅎㅎㅎ 하루 한 통 전화가 없다. 그렇다고 이틀에 한 통? 그것도 아니다.  내가 상상력이 없어 남들 따라하는 연애질을 원하는 건지, 그 사람이 상상력 가득한 연애질의 기초를 모르는 건지.

자, 이제 대학 동문들과의 모임, 회사 동료들과의 모임, 그 외 각종 동호회  송년 모임이 이제 줄줄이다. 나는 또 그 마지막 희망을 이야기 해야 할 것이고.  아, 대체 나의 희망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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