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 - 영화심리학자 심영섭의 마음 에세이
심영섭 글.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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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영화며 미드며 엄청 본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영화 중에서 이미 내가 본 것들도 많은데, 나는 영화를 순간적인 재미로만 봤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를 보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재미'기는 하다. 그래도 이렇게 생각할 거리가 많았나.... 나는 뭘 봤던 걸까.

 

p37. 영화 <사랑하고 싶은 시간> ... 영화의 영어 원제 'What more do I want?'처럼. 지금 당신이 누군가의 연인이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면,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보다는 스스로의 심장에 물어보라.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더 원하는가?"

이 질문 참 재미있다. 이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가끔은 저 사람에게 끌릴 때가 있다. 그때 나는 why라는 질문을 스스로 한다. 왜, 왜 나는 저 사람에 끌리는 걸까? 하고. 그런데 그게 아니라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더 원하는가? 그게 맞다. 내가 더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p57 그의 메시지 속 맞춤법이 틀리다면, 그것 때문에 마음이 확 식을 게 아니라, 그 남자가 귀엽게 느껴져서 일부러 나도 맞춤법을 틀리게 답 문자를 보내고 있어야 한다. "그래요. 나는 단신을 사랑해요"라고. 그러나 맞춤법이 내 인생의 전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맞춤법이 틀렸다는 것이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두려워하지만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내 인에 숨겨진 지적 열등감을 자극하는 화살이 된다면, 그 연애는 애당초 가망이 없다.

정말이지 맞춤법 틀리게 쓰는 남자는 딱 질색이다. 물론 카톡을 보낼 때 맞춤법을 틀릴 때가 많긴 하다. 그건 큰 손가락으로 작은 터치패드를 두드리려니 혹은 길을 걸으면서 보내려니 나는 작은 실수같은 건데, 한번은 정말로 이 남자 맞춤법을 제대로 모르는구나 싶을 때가 있었다. 그 맞춤법이 뭐고. 내 안의 지적 열등감을 자극해서, 도저히 500일의 썸머가 될 수 없었다. 50일도...

 

p59 맨 처음, 사랑의 정의는 간단했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을까 봐 제일 먼저 걱정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비를 뚫고, 신발장에 우산이 두 개가 있는지 뒤져보고, 걸어서든, 택시를 타든, 차를 몰든 직접 우산을 가져다주는 일. 그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나는 깨달았다. 사랑보다 훨씬 어렵고 복잡한 사랑'하기'는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순간, 그 사람의 목덜미에 있는 하트도 아니고 바퀴벌레도 아니고 그냥 점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한 지 3,259일이 되던 어느 날, 문득 그를 보니 .... 그 점조차 어느덧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지는' 것이다. 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노동이 된다. 롱디의 관계라면 더더욱. 여자는 서울에 남자는 부산에 살고 있어도 사랑에 빠지면 주말마다 기차를 타게 되는 것, 그게 '빠지는' 것이고, 노력하려고 한다면.... 처음부터 만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냥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을 만나고 말지. 물론 시간이 지나면 노력이란 게 필요하겠지만, 처음에 사랑은 '빠지는' 것.

 

p83 사랑은 당신에 대한 나의 기대고, 집은 당신을 위한 나의 일이다. 사랑한다는 행위는 그래서 일이다. 당신을 위해 아침을 준비하는 일이고, 당신을 위해 차를 우리는 일이며, 당신을 위해 여행을 준비하는 일이다. 일 없는 사랑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집과 같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슬픈 풍경이다. 산골에 홀로 버려진 채 조용히 낡아가고 있는 집들은 얼마나 쓸쓸한 풍경인가. 빈집을 우리가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 것인가? 그와 같이 떠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얼굴도 우리를 애잔하게 한다. 사랑이 항상 누구와의 일이라면 집도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은 늘 그 사랑을 위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하고 있으니까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수 없듯이, 집을 위한 집은 있을 수 없다. 집에는 항상 당신이 있어야 하고, 집은 항상 당신을 위해 지어진다. 좋은 집은 꼭 당신을 위해 지어진 것이다. --- 함성호, <당신을 위해 지은 집> 중에서

아파트 광고 카피같다. 집에는 항상 당신이 있어야 하고, 집은 항상 당신을 위해 지어진다. 좋은 집은 꼭 당신을 위해 지어진 것이다....

 

p92 사실 금기가 없다면 섹스가 섹시할 수 있겠는가. 로맨스가 없다면 섹스가 달달해질 수 있겠는가. 로맨스가 없는 섹스는 음탕함이며, 섹스가 없는 로맨스는 소꿉장난이다. 몸과 영혼이 모두 존재하는 이 상태야말로 사랑의 필요 충분 조건이며, 비로소 이때 섹스는 아름다워진다.

요즘은 워낙 방송에서 섹스에 대한 고민을 여과없이 하니, 데이트는 곧 섹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로맨스 없는 섹스, 섹스 없는 로맨스. 있을 수 없다. 데이트, 섹스, 로맨틱, 성공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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