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선 그대가 꽃이다 - 시들한 내 삶에 선사하는 찬란하고 짜릿한 축제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를 읽었을 때, 와 이게 진짜 여행이지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진정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게 했다. 유명 관광지를 다니고, 블로그 맞집을 쫓아다니면서 사진 찍기에 열을 올리는 그런 여행이 아니라 그곳의 아파트를 빌리고 이웃을 만들고, 공원에서 휴식도 취하고... 부럽다. 이런 여행. 3년의 파리 생활.

사실 이 책은 손미나씨의 소설이 탄생하는 과정을 펼쳐놓은 것 같기도 한 느낌이라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아마 파리에 있으면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쓴 시간이 더 많다보니 그렇지 않았겠나 싶은데, 그런 아쉬움을 보상해줄 만한 이야기 하나가 있었다. 바로 의사 출신 요리사 남편과 의사 아내 노부부.

손미나씨는 어쩜 운이 이렇게 좋은지... 매번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싶다. 이 부부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앞으로 내가 만나게 될 사람과 어떤 사랑을 해야 할지 잠깐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의사 부부는 남들처럼 사랑해서 결혼했다. 그런데, 남편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입양을 선택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했고, 남편이 의사를 은퇴한 후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 아내는 묵묵히 지지해 주었다. 아내는 결혼 생활에서 나의 삶, 그의 삶, 우리의 삶, 이 3가지가 잘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사실 아내가 개사해서 부른 노래에 보면,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하면서, 왜 아내는 이렇게 본인을 희생하면서가 까지 같이 있으려고 할까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다가, 또 결국 "사랑하니까"로 끝이 났다.

 

p240 그는 예순여덟 살의 노인이라네. 이제는 일을 그만하고 쉬어야 할 때, 보고 싶어도 매일 떨어져 살던 마누라와 놀아야 할 때, 그런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네. 마치 10대 소년처럼 여전히 꿈을 꾼다네. 그는 예순여덟 살의 노인이라네. 그렇지만 자기가 열일곱 살인 줄 착가간다네. 그 덕에 나는 졸지에 과부처럼 살아야 하네. 밤마다 혼자 저녁을 먹고 외롭게 잠자리에 들고 주말에도 혼자일 테지, 괘씸하고 미워질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 그렇지 않네. 아마도 나는 여전히 그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같네. 예순여덟 살에는 현실을 잊고, 철부지처럼 새로운 일을 하겠다는 프랑시스는 여전히 내 목숨 같은 사랑이라네. 아무리 사랑해도 변함없는 사실은 내가 이 나이에 철없는 남편 때문에 외로워야 한다는 것. 그럼에도 나는 온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고 사랑해줄 거라는 사실. 자기가 예순여덟 살이라는 것을 까먹은 정신나간 영감 프랑시스는 영원한 내 사랑, 내 남편이니까.

 

그리고 한국과 프랑스 각 나라의 중산층 기준을 제시한 부분이 있는데, 예전에 이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얘기를 한 적 있었다. 나는 지금의 직장에서 계속 일하면서 살더라도 대한민국 중산층엔 못들어갈 확률이 높으니 프랑스 중산층이 되겠다고. 그래서 요리를 배우고, 스포츠도 하나쯤은 하겠다고.

 

파리에서 글 쓰는 일에 많이 몰두하다보니 3년을 보냈지만 에피소드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전작에 비해서 약간 실망한 감도 있는데, 다음 여행기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왜? 손미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