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 그 여자 2 -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일곱 도시 일곱 색깔 러브스토리 그 남자 그 여자 2
이미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와 헤어지고 내 핸드폰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지웠고, 메신저에서도 그 이름을 삭제해 버렸다. 이름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괴로웠으니깐. 그런데 우리가 헤어진 지 반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그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잘 지내? 갑자기 내 심장은 쿵쾅거렸고, 키보드 위의 내 손은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가 왜 이러지?  그리고 얘는 또 왜 갑자기 내게 잘 지내냐는 둥 이런 걸 묻는 거지? 왜? 왜? 왜?

 

만약 그 남자, 그 여자2에서 이 상황을 다룬다면.

그 남자 작년 연말 나는 그녀와 끝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여자를 사귀면서 한번도 내가 먼저 좋다고 다가가서 고백한 적이 없었고, 먼저 헤어지자고 한 적도 없었다. 그러니 그 때도 당연히 나는 그녀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주길 바랬는지도 그러던 차, 그녀는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명쾌하게 말해라고 했고, 여전히 용기 없는 나는 문자로 그냥 우리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라고 보냈었지. 그 후 반년 동안 나는 대학 때 사귀던 여자를 다시 만났고, 그리고 또 헤어졌고, 회사를 옮겼고 이전 직장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 메신저에 그녀의 이름을 보고 그냥, 그냥 궁금해서 말을 걸었다. 잘 지내냐고. 잘 지낸다고 했고. 내게 웃는 얼굴이 좋다면서 많이 웃으라고 한다. 그래 많이 웃어야지. 나도 잘 지내야지.

 

그 여자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나는 한 동안 식욕도 잃고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다. 울고 또 울고 나는 그의 이름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힘 들어서 핸드폰에서 그 이름을 지우고, 메신저에서도 그 이름을 삭제했다. 그런데 차단까지 시킬 걸 그랬나? 이제 점점 그를 잊어가는데, 왜 갑자기 내게 뜬금없이 잘 지내냐고 묻는 걸까? 나는 잘 지낸다고 했고, 요즘 일이 너무 힘들다는 그에게 예의상 많이 웃으라고 해줬다. 그랬더니 그 사람 핸드폰 셀카로 찍었다는 사진을 내게 보내온다. 왜 사진을 보내는 거지?

 

우리는 정말 의미 없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너무 신경을 쓴다. 어쩜 그가 내게 말을 걸었던 건 별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 별 의미가 없지. 길을 가다가 할머니가 길을 물었을 때, 왜 할머니는 내게 길을 물었을 까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이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다 끝난 인연, 뭘 더 바래서 그 남자는 나에게 이제 지나가는 행인 1, 2에 불과하고 그 남자에게 나 역시 행인 1, 2일 뿐인데.

 

그 남자, 그 여자....

우린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게 복잡한 게 아닐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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