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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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여행을 앞두고, 작정하고 터키 여행서를 읽고 있다. 미노의 터키홀릭, 터키-지독한 사랑에 빠지다, 그리고 선택한 바로 이 책,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사실, 초반부엔 여행서가 아니라 육아서 인가 했다. 3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여행하는 좀 극성맞은 엄마. 그리고 여행을 했을 당시 30~35살 그 사이 어디쯤인가 됐을 것 같은데, 대단히 나이 많은 양, 이 나이 되면 다 안다~ 엄마만이 알 수 있다~ 그런 식의 태도가 참 거슬렸다. 이 책을 쓴 이후 계속해서 여행책을 냈다고 하니 아마 그 책들 속에선 좀 더 성숙해 졌겠지? 

중반부까지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까 말까했는데, 왜냐하면 여행지에 대한 내가 원하는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반을 넘기면서 내가 정말 여행을 통해 얻고 싶은 게 뭔가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번 터키 자유여행을 계획하면서 비용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더 경제적은 패키지는 가지 말자 맘 먹었다. 패키지로 가면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만, 버스만 실컷 타다다 잠시 내려 관광지 앞에서 사진 하나 찍고 이동하는 식의 여행은 싫었으니깐. 그래서 더 많이 보고 느끼자고 자유여행 간다고 해놓고, 초조하고 급박한 마음만은 남아 있었나 보다. 

남자 아이답게 차 타는 걸 좋아하는 아들을 데리고 하는 여행이라 트램타고 버스타고 굽이 굽이 여행을 다니다 보니 맘 급한 관광객은 감히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유적지 하나 더 보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여행의 목적은 단순히 유적지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인데. 그러니 말이 안통하는 현지인의 집을 따라간 이야기며, 그곳 식당 종업원과의 실갱이며, 오렌지 호텔에서 유습과의 이야기며...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볼만 하다. 

 

p80 한국 사람들은 터키에 올때 '메르하바'(안녕하세요)도 모르면서 '인디림'(깎아주세요)은 알고 오죠.

아무래도 관광지를 주로 찾을 거라 "깎아주세요"부터 익히게 된다. 여행책자에도 그 나라 현지어 소개에 늘 빠짐없이 등장하는 말, "깎아주세요" ㅋㅋㅋ

 

p102 나는 지나가는 사람이다. 지나가는 사람의 할 일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잠시 끌어안았다 놓아주는 일이다. 지나가는 사람으로서의 예의와 최선을 다하면 된다.

여행을 갈때도 그렇고, 뭐 일상에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그렇고,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생각해 보면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이면서 뭘 그래 애태워 했고 참견하려 했는지...

 

p253 그는 모르고 있다. 그가 해야 할 일은 나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이곳을 떠나는 일이다. 그의 섬세한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곳, 그리고 표현해도 좋은 대상을 찾는 일이다.

유습과의 대화를 통해, 사실 나 자신을 봤다. 내가 이곳을 벗어나서 넓은 세상과 만나면 되는 것을 왜 나는 붙들려고만 할까?

 

p271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그렇군요. 올림포스는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러니 이곳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것도 멋질 거예요. 하지만 지금 당신이 가진 꿈은 광산촌에서 자란 아이가 광부가 되겠다는 꿈을 지닌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선택된 꿈이 아니라 운명처럼 짐 지워진 꿈이죠.

유습에게 해준 저자의 말이다. 우리가 넓은 세상을 봐야 하는 이유는 더 많은 꿈을 가지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한 세계에게 있는 사람은 자신을 모른다. 다양한 세계에 부딪혀 봐야 한다. 30대 중반인 지금 나 역시도.

 

암튼, 대단한 엄마다. 여유있으니 한달 동안 애 데리고 여행하는 거겠지, 혹은 영어가 되니깐 그렇게 다니는 거겠지 이런 말 꽤나 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아들 부럽다. 대담한 엄마를 둬서. 그래도 세 발배기 덕에 느린 여행을 즐기며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두 사람에겐 쌤쌤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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