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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말 걸기 - 명로진 쓰고, 정아 그리다
명로진 지음, 정아 그림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요즘 부쩍 사랑 이야기를 많이 읽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책도, 시도, 영화도 눈에 안들어온다고. 사랑이 끝났을 때 우리는 시를 읽고, 노래를 듣고, 영화를 본다고. 정말 맞는 말이다. 사랑을 하고 있는 순간에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실망했던 부분은 6대륙을 돌면서 들은 이야기를 모았다고 홍보했는데, 과연 6대륙을 진짜 갔다온건가 하는 점이다. 세계 곳곳에서 모아온 사랑이야기가 별반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냥 내가 겪었던 감정들, 또는 주위에서 들었던 이야기들과 비슷하게 닮아있었다. 아마 이 놈의 연애 감정은 비슷비슷한가보다, 세계 어딜가나.
몇 년 전, 막 사귀기 시작한 남자친구와 함께 심야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손을 맞잡고 좋아 죽는데, 옆에서 임신한 아내와 그녀의 남편이 심하게 다투는 것이다.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우리가 그때 "왜 싸우지?" 이런 말을 했는데, 결국 헤어졌다. 싸울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헤어지는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사랑이 다했을 뿐이다. 원망하지 말자.
너무 자주, 많이 만나는 것도 안좋다. 3주에 한번 만난다는 스토리에서 그거도 괜찮겠다 싶다. 서로의 일상에 크게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안만나는 것도 아니니, 3주... 딱 적절하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3주에 한번 정도, 그것도 좋겠다 싶다.
남녀 관계에서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패자다. 내가 더 많이 좋아할 때, 나는 움츠러 들고, 미안해한다. 하지만, 나는 별 생각이 없고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라면, 나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내 마음대로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패자였다가 승자였다가, 패자였다가 승자였다가... 위치는 반복되지만, 솔직히 내 기억에 남는 것은 패자일때 뿐이다. 왜? 내가 사랑한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
많지도 않은, 별 아름답지도 않은 내 연애를 곱씹으며 책을 다 읽어갈 때, 작가는 책 덮고 나가 사랑을 찾으라고 한다. 아~~~ 이거 원. 연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