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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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육을 말할 때, 그리고 성인이 된 사람조차도 그 사람 됨됨이를 평할 때 흔히 '가정교육'을 운운한다. 하지만 가정 교육이 다일까? 임신을 해서부터 아니 임신을 준비할 때부터 아이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해가 될까봐 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도 아이들은 제각각 큰다. 아이의 내면세계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부모는 확신할 수 있을까? 내 아이는 내가 안다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부모에게 이 책은 경고 메시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사실 불편했다. 나 역시도 소위 문제아를 보면 부모 탓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그리고 가해자 부모자 이런 책을 내면 피해자 부모들은 더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나는 잘 키웠는데 아이가 이렇게 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하면 그만인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도 않을까? 


역시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해야겠다. 아프리카 속담이라는데, 교육 선진국도 아닌 아프리카의 속담을 교육에 끌어들인다는 게 참 아이러니 하긴 하다만, 아이 하나는 가정에서만 키우는 게 아니다. 더 이상 가정 탓만 하지 말자. 함께 키우는 거다!

  

------ 책 속 밑줄 긋기 

p181 나는 괴롭힘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어요. 제가 직접 경험해보아 아는데 아이들은 자기가 겪는 고통을 자기 탓으로 돌려요. 나도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대하는 건 나한테 뭔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엄마 아빠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기길 바랐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하면 부모님도 내가 보는 내 모습으로 나를 보시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문제가 있고 못생긴 아이로요. 


p237 일부 언론에서는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2014년, 한 보수적 캐나다 방송사에서 경관 다섯 명을 쏘아 두 명을 죽게 한 범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논설을 통해 이 결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살인범의 삶을 보도하고 혼란스러운 페이스북 글을 긁어오고 동기를 추측해보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그런 악랄한 행동이 마치 어떤 면에서는 정당화되는 듯한 인상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살인범의 이름을 감추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언론 분석가 등 전문가들의 견해에 귀 기울이면 될 듯하다. 아무튼 이 방송사에서 이런 구체적 요소들을 빼고 사건을 보도했으나 그래도 전혀 모자람 없이 깊이 있는 보도를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p309 당연한 이야기지만 딜런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굴욕을 당했다고 해서 딜런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딜런이 종일 지내는 장소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뼈아프게 후회된다. 학교의 학업 성취도 대신 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아는 데(그리고 그게 딜런과 잘 맞는지 파악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p330 전직 FBI 프로파일러이자 법의학적 행동 상담가인 메리 엘런 오툴 박사는 콜럼바인 사건 뒤에 '학교 총격범: 위협 평가 관점'이라는 FBI 보고서를 작성했다. 오툴 박사는 아이의 말을 믿으면 위험하다며 부모들에게 행동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거나 설명이 안 된다고 느껴지면 괜찮다는 아이의 말에 넘어가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이 문제를 보이라고 한다. 


pp410-411 이즈음에 고졸 학력 인증을 받으려고 공부하는 고위험군 청소년들을 가르칠 때 만났던 한 여자아이가 종종 생각났다. 아이와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같은 반 아이가 점심값을 계속 훔쳐갔다고 한다. 계속 밥을 굶기 싫어서 결국 아버지한테 이야기했는데, 아버지가 빈 욕조에 던져 넣고 더 못 버틸 때까지 허리띠로 때렸다고 한다. 

아버지는 "네 문제를 네가 해결 못 하고 나한테 들고 오지 마라!"라고 했다. 여자아이는 다음 날 갈퀴 손잡이를 들고 학교에 가서 자기 돈을 훔쳐가던 아이를 때렸다. 그 뒤에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저한테 준 최대의 도움이에요." 내가 충격 받은 얼굴로 샌드위치를 내려놓는 걸 보고 여자아이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다. 머리에서 잊히지 않았다. 그런데 선서증언을 하러 가면서 좋은 부모라는 게 어떤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 나는 아버지가 아이를 학대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아이는 사랑과 존경이 담긴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 아이는 아빠가 자기를 잘 키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아버지는 아이가 그들이 사는 거친 화경에 잘 대처할 수 있게끔 가르쳤다. 내가 핵심을 놓친 걸까? 나에게 그런 판단을 내릴 자격이 없는 건 분명하다. 아마 누구나 지식과 자원의 한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지도 모른다. 


pp416-417 나는 딜런에게 생물학적으로 폭력적 성향이 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게 우리 책임인지에 한참 골몰했다. 나는 딜런을 임신했을 때 술을 마시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딜런을 신체적, 언어적, 정서적으로 학대하거나, 다른 사람이 학대당하는 것을 딜런이 옆에서 겪은 적도 없다. 가난 속에서 성장하지도 않았고, (내가 아는 바로는) 폭적적 행동을 유발한다고 알려진 중금속 같은 독성물질에 노출된 적도 없다. 나도 톰도 알코올이나 약물 중독이 아니다. 영양도 잘 공급받았다. 

설령 딜런이 정말 생물학적으로 폭력적 성향을 타고났다고 하더라도, 그게 운명은 아니다. 딜런의 이런 경향을 악화한 영향은 무엇이었을까? 콜로라도 주지사는 총격 사건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왔을 때 양육 방식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딜런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톰이나 나나 답을 거기에 없다고 확신하다. 


--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 

한낮의 우울: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 우울의 모든 것 

부모와 다른 아이들 

양육가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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