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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평점 :
한창 방영 중인 TV 드라마 <검사내전>이 재미있어 이 책을 들었는데, 소위 글발이 장난이 아니다.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 그래서 몇 개의 에피소드는 신랑에게 직접 읽어주기까지 했다. 이 사람이 드라마 속 그 "또라이" 검사라면서.
그런데, 며칠 전 바로 그 "또라이" 검사가 정계에 입문한단다. 에필로그에서 책을 낸 검사들이 얼마 후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더라는 말을 해놓은 바로 그 분이.
p381 더구나 검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개 도전적인 선전 문구로 시작되나 읽어보면 하나마나한 잡담으로 채워지곤 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그런 책들의 저자들은 얼마 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는 검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반발심을 반반씩 가지고 있다.
어떤 조직이나 위계질서라는 게 있고, 특히 엘리트 조직일수록 그러하다는 데, 거기서 할 소리 다하면서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모습, 거기다 비판적인 생각이란 걸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정계에서도 이런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의 바람을 덧붙이자면, 이 책 읽으면서 피해자의 보호가 이렇게 허술한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뭔가 보완점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p103 게다가 막 걸음을 떼는 영민 씨 같은 청년들에게 닥치는 위기는 재기 불능의 타격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위기는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고 피해야 하는 것이다.
p109 청년에게 희망을 주라는 말도 사기라고 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들에게 희망이 아니라 특혜를 준다. 청년에게 위로를 건넨다는 교수나 종교인도 정작 관심은 돈에 있는 것일지 모른다.
p132 살림의 여왕이라고 하는 마사 스튜어트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주식 내부자 거래 때문이 아니라 수사기관에서 거짓말을 한 사법방해죄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범죄가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법원은 ‘수사기관은 수사를 하여 허위를 가리는 것이 본분이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허위로 진술하는 것이 수사업무의 본연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워 사법방해죄 도입을 막고 있다.
p185 흔히 범죄나 청소년 범죄를 사회 탓으로 돌린다. 경쟁 위주의 입시 등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은 여러모로 편리하고 저항도 덜 받는다. 모두에게 책임을 돌리게 되면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피상적인 말잔치로 포장되는 것이다.
p193 우리나라 헌법의 핵심 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인간은 왜 자유로워야 하고, 왜 평등해야 하는가? 세상에는 모자란 사람이 있고, 못된 사람도 있는데 왜 모두에게 자유를 줘야 하고 모두를 동등하게 대해야 할까? 그건 우리 헌법의 출발점이 ‘인간의 존엄성’에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기 때문에 모두가 자유로운 존재이고, 모두가 평등하며,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 헌법은 수많은 글자들의 나열에 불과하다.
p230 게다가 우리나라의 법은 이미 고소인의 권한을 엄청나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장과 검사들이 나서서 더 보호할 것도 없다. 고소 사건은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해결되어야 하고, 처분 결과도 통보받을 수 있다. 수사 결과에 불복할 수 있는 방법도 항고, 재항고, 재정신청, 헌법소원 등으로 우리나라의 어떤 권리보다 많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도 세 번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고소는 그 이상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낙타에게 천막 빼앗긴 꼴이다. 그러다 보니 누구든지 고소를 먼저 하는 사람이 승기를 잡게 된다. 마치 서부의 총잡이처럼 먼저 총을 꺼내 든 자가 승리하는 무법천지가 된 것이다.
p381 더구나 검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 없는 것도 아니다. 대개 도전적인 선전 문구로 시작되나 읽어보면 하나마나한 잡담으로 채워지곤 하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그런 책들의 저자들은 얼마 후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하더라. 그래서인지 나는 검사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과 반발심을 반반씩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