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행자를 위한 도시 인문학
유승훈 지음 / 가지출판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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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이 좋아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직장에선 부산, 창원, 목포, 강릉, 수원, 군산...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 함께 일했지만 다 자신의 고향을 그리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았다.

나도 그랬고.

그런데, 다시 부산에서 와서 보니 내가 몰랐던 부산이란 곳이 이런 곳이었어 하고 놀랄 때가 있다.

다른 어느 도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지금의 직장이 있는 곳은 영도.

영도에 들어서면 보이는 말 조형물들.

부산 토박이들도 왜 저런 조형물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p45 영도의 원래 이름은 절영도(絶影島)이다.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말이 있다고 해서 절영도라 불렸다. 이곳에 말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던 말목장이 있었던 것이다. 신라시대부터 절영도에 목마장이 생겨났다. .... 조선시대까지 영도는 국마장으로 사용되었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영도하면 아이돌 멤버인 강다니엘의 고향동네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렇다쳐도, 부산 사람들에게 영도는 요즘 노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동네, 그래서 영도 안에선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동네로 인식될 뿐이다. 그런 영도의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좋다.

p206 하루도 빠짐없이 부산 사람들의 사연을 들고 내렸던 추억의 영도다리가 복원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지금은 매일 오후 2, 하루 한 번만 다리를 들고 내린다.

 

p216 태종대 입구에는 하얀 기둥처럼 생긴 높은 탑이 서있다. 바다에서 순직한 선원들을 기리기 위해 1979년에 건립한 순직선원위령탑이다. 현재 9117개의 위패가 이 탑에 안치되어 있다.

    

지난 주 직장에서 워크샵을 갔다. 영도에서 가까운 송도로. 케이블카를 타니, 저 멀리 대마도도 보이고, 잔잔한 바다 위에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데, 사람들이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이 광경이 얼마나 이국적으로 보이겠냐고 얘기했다. "묘박지"라는 말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도 많은 배들이 그저 바다 위에 떠 있는 건 물건을 싣고 들어온 배들이 경기가 안좋아 싣고 나갈 물건이 없어 그냥 정박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p54 자신의 속을 깊게 깎은 오목한 해안선에서 송도해수욕장이 염화미소를 짓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한 신문은 이 해수욕장을 일컬어 항아리 속에 잠긴 듯한 호수라고 표현했다. 송도해수욕장이 천혜의 입지조건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고개를 들어 남쪽 바다를 보면 크고 작은 배들이 바다 위에 두둥실 떠있다. 선박들이 바다 주차장인 묘박지(錨泊地)이다.

 

p77 십리만 떨어져도 풍속이 다르다는 옛말이 있다. 마을마다 역사와 문화가 다르다는 뜻이다. 술은 마을의 문화를 가름하는 척도였다. 고갯길이나 길목에 어김없이 주막이 있었고, 나그네가 주막에 가면 먼저 막걸리(濁酒)를 시켰다. 막걸리를 통해 그 지역의 맛과 문화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주세령(酒稅令)이 공포되어 집마다 만들던 가양주(家釀酒)들이 사라졌다. 대대로 전래되던 집안 특유의 술 문화가 함께 사라진 것은 물론이다.

    

원도심에서 학교를 나온 나로서는 원도심이 잘 되길 바란다. 말 그대로 원도심이다 보니 직장 동료들 중에 원도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는 원도심에서 나와야 한단다. 여행자들의 시선엔 원도심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좋다고 하나 일상을 살아야 하는 거주자들에게 원도심은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p144 용두산공원에서는 동광동, 중앙동, 남포동, 광복동, 대청동 등 옛 부산의 중심지가 다 내려다보인다. 말하자면 이곳은 원도심의 원도심인 셈이다. 원도심(原都心)은 부산시청이 연산동으로 옮겨가기 이전의 중심지를 일컫는 말로 지금의 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 등을 원도심권이라 부른다. 다른 도시에서는 과거에 도심이었으나 지금은 쇠퇴했다는 의미에서 구도심(舊都心)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 반면, 원도심권은 부산의 과거가 아닌 부산의 미래이다. 부산의 역사가 시작된 곳도 이곳이요, 부산의 문화가 태동한 곳도 이곳이다.

 

p223 요산(김정한)문학관에는 그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그가 직접 그리고 썼다는 식물도감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는 문학을 하면서도 자연에 대해 잡초’ ‘이름 없는 꽃등으로 얼버무리듯 표현하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요한 선생이 우리 산하에서 자라는 식물들의 구체적인 이름을 작품에 일일이 호명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우리 땅 우리 들꽃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 걸스카우트할 때 민주공원 정말 많이 갔었는데, 충혼탑의 의미를 몰랐다니.....  

p230 부산 시내에서 보면 중구 영주동 구봉산 중턱에 유달리 눈에 띄는 큰 탑이 있다. 이 탑은 부산 출신 전몰용사들의 영혼을 추모하는 충혼탑이다. 이 탑과 마주보고 있는 공원이 민주공원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인터뷰를 엮으면 더 풍성한 부산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은 도시도 드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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