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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의 품격 - 민폐적 인간을 예방하는 강단있는 자세에 대하여
최서윤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사회적 약자였다. 책을 읽는데, 내가 그 동안 "당했다"고 생각되는 부당한 대우가 불쑥불쑥 떠올라서 좀 불편했다. 그렇지만, 내가 왜 "불편""했던가 그동안은 이유를 몰랐는데, 여기에 그 불편함에 대한 이유가, 내가 찾던 단어가 있었다.
놀림, 그리고 자존감.
어린 아이들끼리만 놀려대는 건 아니다. 어른들도 낄낄대며 외모에 대해 놀린다. 그건 내 자존감을 깎아먹었다.
p30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놀리고 낄낄대는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 “개선 방향을 조언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놀리는 것은 상대의 자존감을 깎을 뿐”
자기주장.
내가 제대로 자기주장을 폈던가? 만인의 신발털이 노릇을 한 건 아니었나?
p37 상대가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감안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을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으며 말하기, 이게 바로 ‘자기주장’이다. 따라서 올바른 자기주장은 공격적인 태도와 자기를 억제하는 태도의 중간쯤에 위치한다. 타인의 생각과 욕구를 무시해도 안 되지만 그것만을 고려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자기주장을 펼친다는 것은 고슴도치처럼 바늘을 곤두세우지 않되 만인의 신발털이 노릇은 집어치우는 것이다.
아쉬울 게 많은 사람. 내게는 없던 권력.
자기주장을 제대로 못 편 이유는 난 아쉬울 게 많은 사람이었다고 스스로 위축됐었다. 요즘 재벌기업의 갑질 사태를 뉴스로 접하면서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지금도 여전히 그 잘난 많은 사람들도 권력 앞에 아쉬울 게 많은 사람으로 살고 있구나 위로가 되면서 안타깝기도 하다.
p124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큰 권력인지. 아쉬울 게 많으면 그 순간 내 감정에 진실할 수 없다.
나쁜질문, 그것도 폭력.
드라마 미생에서 나왔듯 직장 안은 전쟁터지만 직장 밖은 지옥이다. 지옥 같은 곳에서 다시 면접을 보고 비정규직으로 일하자니, 나쁜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그것도 폭력이라는 사실. 폭력에 무방비로 마냥 당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제 나도 날을 좀 세워야 겠다.
p247 나쁜 질문은 심할 경우 폭력이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어떤 프레임에 욱여넣기 위한, 일방적으로 나를 판정하기 위한 질문을 받았을 때 폭력이라고 느꼈다. 보이는 태도도 한몫했다. 위트를 가미해 물어보았다면 유쾌하게 넘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장난기 없이 진지하고 오만한 태도였다. 심문관 납셨네. “그게 왜 궁금하세요? 좀 무례하신 것 같아요. 기분 나쁜 질문이에요.”라고 그 자리에서 분명히 짚었어야 했는데 하지 못했다. 저런 질문에 대해 평소에 충분히 연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연습해서 같은 일을 겪지 말아야 겠다.
대화와 교류. 그리고 권력.
권력을 항상 따라 붙는다. 사람의 위치 그리고 돈이 권력인데, 양질의 대화가 가능한 사람은 다양한 자리에 있어본 사람인 듯 하다. 늘 가진 자의 위치에 있어본 사람과는 양질의 대화가 곤란했다.
p248 양질의 대화와 교류를 하고자 한다면, 권력을 가진 자가 권력을 완전히 내려놓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대가 무슨 질문이나 답변을 하던 안전을 보장한다는 장치와 함께.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권력자를 발견하기란 드물었다. 편하게 말해보라고 했다가 정말 편하게 말하면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불편한 질문했다고 입 다물고 째려보거나(feat. 우병우),심한 경우 나중에 앙갚음하는 경우도 있고(feat. 박근혜) 말이다.
공론화와 폭로.
공론화와 폭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권력의 편에 있으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권력의 편에 있는 사람은 권력의 문제점을 공론화할 때 폭로로 치부해 버린다. 잘못된 것을 알지만 아쉬울 것이 많은 사람은 공론화를 거부한다.
pp27-271 가끔은 공론화와 폭로의 경계가 헷갈린다. 폭로를 통한 대중에의 호소, 그를 통한 단죄의 부작용은 마음에 걸린다. 나는 평소 주기적으로 때려잡을 사람들을 찾아 헤매고, 한 놈이 걸리면 일단 집단적으로 달려들어 뼈와 살이 분리되도록 물어뜯는 축제를 비판적으로 봐왔다. 어떤 인물의 추락을 팝콘 먹으며 구경하고, 누가 더 잘 조롱하나 경연을 벌이며 쾌락을 공유하는 풍경은 대상만 바뀐 채 너무 자주 반복돼왔다. 폭로가 지목한 남성들은 SNS에서 갖은 멸시와 조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