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잡힌 몸매를 만든다! 필라테스 30분 넥서스 30분 1
켈리나 스튜어트 지음, 한정석 옮김 / 넥서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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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헐리우드 스타들 사이에서 유행한 덕분에 유명해진 필라테스 운동을 혼자서도 따라할 수 있도록 사진을 중심으로 꾸며진 책이다. 기본운동부터 강도 높은 운동까지 개인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각 동작에 대한 설명과 함께 사진이 컬러로 기재되어 있어마음만 굳게 먹는다면 기본적인 동작을 따라하며 혼자서도 신체를 단련할 수 있다. 또한 스프링으로 묶여 있어 세워놓고 운동하면서 볼 수 있고, 또 모든 동작을 한 장에 실어 벽에 붙여두고 활용할 수 있는 부록화보까지 있어 매우 편리하다. 직접 여러 다른 필라테스 책들과 모두 비교해 본 결과 운동하면서 활용하기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되어 선택했고, 직접 해보니 활용하기에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필라테스 운동을 마치 모든 사람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쯤으로 보이도록 한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본다. 직접 해 보면 알겠지만, 각 동작이 매우 단순해 보이기는 하지만 왠만한 근육강화 운동을 능가하기 때문에 기본운동일지라도 쉽게 따라하기가 어려우며, 한번하고 나면 온 몸이 매우 아파서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운동하는 사람이 남성이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이런 책을 구입하여 운동하는 대부분은 여성이 아니겠는가). 또한 번역이 매끄럽지 않아 설명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군데군데 있고,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동작을 맞게 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는 부분도 많다. 필라테스는 동작을 정확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런 식이니 난감해진다.

그러나 동작 하나하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집에서 간편하게 운동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운동들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바닥에 깔 매트만 있으면 다른 도구가 필요 없으니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씩 운동량을 늘려간다면 운동의 효과를 확실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어느 운동에서든지 요구되는 꾸준함이 역시 필라테스에도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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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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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제목이 특이하고 표지의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읽게 된 책이다. 화자인 나와 나의 잘나신 부인, 아들 아미르, 막내딸 레나나 네 식구의 평범하지만 재미있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위트있게 조금은 과장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제목인 개를 위한 스테이크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한데, 레스토랑에서 남은 스테이크를 주인에게 싸달라는 말을 못해서 개에게 주려고 한다고 둘러대다 벌어지는 소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돈주고 음식을 사먹었으니 당연히 남은 것도 내 것이고, 배부른 지금은 먹고 싶지 않으나 집에 돌아가면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소심하기 짝이 없는 우리는 당당히 내 몫을 주장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개 핑계를 대는 것이다. 이 책의 진짜 재미는 모든 사람이 당당하고 똑똑해야 할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주인공과 같은 소심한 사람이 우산만 가져 나갔다하면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멍청한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있다. 세상사람 모두가 대범할 수 없고, 세상사람 모두가 똑똑할 수 없다. 소심하면 어떤가. 남은 스테이크를 가져가고 싶다면, 개한테 줄 거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야말로 사소한 일로 하루를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공감에서 오는 미소를 짓고 싶다면, 그리고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한 삶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잡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웃으며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는데, 겉표지가 너덜너덜하고 몹시 더러운데다 중간중간 페이지가 떨어져나가 있을 만큼 낡아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을 본 사람들이 많았으며 책이 매우 재미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재미로만 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꼭 하고 싶다. '빌린 책 깨끗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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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여가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3
외젠 이오네스코 지음, 오세곤 옮김 / 민음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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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대학교 4학년때 연극의 이해 라는 교양과목을 들으면서 연극에(정확히 말하면 희곡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오네스코라는 작가도 그 때 알게 되었다. 당시에 이오네스코의 수업, 의자, 코뿔소, 왕은 죽어가다 등의 작품은 번역이 되어 있어 읽을 수 있었는데, 대머리 여가수라는 이 작품은 번역된 책이 없었다. 사람이란 무릇 없으면 더 원하게 되는 지라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다 6년이 지나 우연히 마포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을 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대출을 하여 읽어보았다. 책을 읽는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정말 부조리하군 하는 생각밖에는 할 수 없었다. 부조리극에서는 언어를 통한 의사소통이 불가능함을 말하고자 한다고 하는데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자신의 말만 일방적으로 떠들어대며 그나마도 의미가 통하지 않는 말들이다. 게다가 대머리 여가수는 등장인물 중에 있지도 않았다. 그래도 '수업'같은 작품에서는 교사와 여학생의 수업이 희곡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제목과 내용이 연관성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대머리 여가수라는 제목은 희곡의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그저 희곡의 끄트머리 말도 안되는 대사 속에 대머리 여가수라는 말이 한번 등장할 뿐이다. 한마디로 일관된 스토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사실 이 책에서 건진 정말 중요한 것은 뒷부분에 나온 부조리극에 대한 해설이었다. 무척 간결하고도 쉽게 설명되어 있어 부조리극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도와주므로 부조리극을 처음 대하는 독자라면 이 부분을 먼저 읽고 희곡을 읽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부조리극에 대한 설명을 잠깐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조리극은 비록 관객들이 현실로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의 부조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기존의 연극이 사실임직한 비사실을 추구하는데 비해 부조리극은 비사실임직하지만 엄연한 사실의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부조리극에는 눈을 돌리려는 사람 앞에 집요하게 거울을 들이대어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을 직시하도록 함으로써 어떻게든 해결책 내지는 행동방침을 마련하도록 만들겠다는 강한 의도가 담겨있다. 인간은 자신들의 언어를 지극히 합리적이라 믿으며 문화의 축적과 의사소통의 도구로 삼지만, 실제로 그것은 대단히 비논리적이로 불합리해서 인간의 언어생활은 원초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한 오해의 연속일 뿐이며, 거기서 비롯된 언어의 횡포가 인간들을 핍박하고 있다. 인간언어는 부조리하다.'

인간의 사고체계를 규정하는 언어가 이다지도 부조리하다면, 대부분의 생활을 언어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삶 자체가 부조리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부조리극은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성 높은 작품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 그 자체가 아닐까? 우리는 매일 의사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늘 일방적으로 떠들어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엉뚱하다고만 생각했던 희곡의 내용이 좀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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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딸 가논
쓰지 히토나리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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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도 나온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고 나서 쓰지 히토나리란 작가에 대해 알게되었습니다. 원래 한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 읽는 습관이 있어 이 책도 읽게 되었습니다.

먼저 책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고독을 사랑하는 핵가족 출신의 주인공이 어쩌다 대가족 출신의 여자(가논)에게 데릴사위로 장가가게 되면서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대가족제도에 대해 나름대로 해부해 보기로 결심합니다. 각 장이 대가족에서나 벌어짐직한 각가지 에피소드로 채워지기 때문에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듯 흥미진진한데다 각 장의 시작에 가족제도에 대한 이론적 배경까지 짧게나마 소개되고 있어 대가족제도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정리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하지만 유쾌하게 읽고 난 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도 듭니다. 모두 경험하다시피 가족이란 매우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울타리가 되기도 하지만 극복해야할 과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재일작가 유미리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애증이 맘에 듭니다. 히토나리의 가벼운 서술도 좋지만, 역시 가족이란건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작가로서의 전문적인 활동에 가족이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서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족의 강한 결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식으로, 개인의 중요성을 가족이라는 집단의 중요성 속에 어물쩡 묻어버립니다(매우 프로페셔널했던 그녀의 아내도 임신과 함께 자신의 직업을 쉽게 포기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삶은 그렇게 어물쩡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개인과 가족사이의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핵가족제도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요즘, 전통적인 대가족의 모습을 통해 대가족제도도 역시 그 만의 장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작가의 시도는 매우 신선합니다. 그러나 이미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 되는 시대의 흐름 역시 거스르기에는 이미 너무 거세보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난 이렇게는 못산다 생각했으니까요. 대가족의 장점도 물론 크겠지만, 난 그 장점을 포기하더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끝으로, 책의 내용이 히토나리의 전처의 가족 얘기라도 하던데, 그가 그녀와 헤어졌다면 역시 고독을 사랑하는 작가는 대가족제도에서 살아남지 못한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소설에서는 결국 대가족제도 안에서의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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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은 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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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 때는 그냥 장화홍련전 쯤으로 생각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와 같은 소설을 쓴 현대적인 작가가 왠 옛날 이야기를 썼는가 생각했지만, 읽어보니 현대적 작가가 고전 이야기를 쓰면 이렇게 새로운 소설이 등장하는구나 싶어 그저 감탄스러웠다. 소설은 아랑사건의 진실이 파헤쳐지는 과거와 영주와 박이라는 남녀의 관계를 보여주는 현대, 두 축으로 진행되는데, 작가가 이야기 만드는 과정을 독자에게 이야기하듯 전개해 나간다는게 참 특별하다.

가는 아무 설명없이 아랑이 나비가 되었다며 나비이야기로 운을 뗀다. 그것도 구체적으로 큰 흰줄나비. 나비가 어쨌다고 하는 의문이 생기면 억울하게 죽어 나비가 된 후 범인의 머리위에 앉아 진실을 밝혔다는 아랑전설이 소개된다. 이쯤되면 어렴풋이 어렸을 때 읽었던 전례동화가 기억이 나는데, 작가는 아랑전설의 여러 판본들 사이의 불일치를 보여주며 아랑 전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음, 그냥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숨겨진 뭔가가 있나 싶어 이제 그 이야기의 전개가 사뭇 궁금해지려는 차 느닷없이 역사소설의 서두에 현대이야기를 배치함으로써 이 소설의 화자가 역사 바깥에 있음을 보여주고 그 시선으로 역사적 사건을 보게 하겠노라며 박과 영주의 이야기를 등장시킨다. 이쯤 되면 소설이 어찌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랑전설의 진실만으로도 충분히 궁금한데, 게다가 현대의 박과 영주의 이상한 관계까지. 아랑이야기를 읽다보면 영주와 박의 이야기가, 영주와 박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아랑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식으로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게다가 소설을 다 읽고나면 아, 이렇게 인물이 설정되고, 이렇게 이야기가 구성되는구나 싶어 이 과정대로만 하면 나도 소설한편 쯤 쓸 수 있을 것 같은 호기까지 생긴다. 그저 억울하게 죽은 아랑의 원한을 새로 부임한 군수가 풀어준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옛날 얘기에 숨겨진 김영하 나름의 진실 또한 매우 흥미롭다. 책을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 밝힐 수는 없지만, 용감하고 멋진 왕자에 의해 구출되는 미녀 이야기인양 가장하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사실은 사춘기에 접어든 여자아이의 성적 호기심에 대한 경고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는 것과 유사하다.

겉으로 보기엔 권성징악의 단순한 이야기처럼 보이는 전설, 전례동화들 속에 어쩌면 상류계층의 부패를 눈가림하거나 또는 특정계층을 억누르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니 이야기가 이렇게 악용될 수도 있구나 싶은게 어릴 적 아무 생각없이 읽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생각나 섬뜩해진다.

다만, 아랑이야기와 영주와 박의 이야기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 혹시 똑같이 살해당하지만 그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면에서 아랑이가 영주를 의미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뭐, 이해할 수 있으면 좋지만 이해하지 못해도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다. 그래도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설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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