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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순전히 제목이 특이하고 표지의 강아지 그림이 귀여워서 읽게 된 책이다. 화자인 나와 나의 잘나신 부인, 아들 아미르, 막내딸 레나나 네 식구의 평범하지만 재미있는 일상의 작은 사건들을 위트있게 조금은 과장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제목인 개를 위한 스테이크는 첫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이기도 한데, 레스토랑에서 남은 스테이크를 주인에게 싸달라는 말을 못해서 개에게 주려고 한다고 둘러대다 벌어지는 소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내 돈주고 음식을 사먹었으니 당연히 남은 것도 내 것이고, 배부른 지금은 먹고 싶지 않으나 집에 돌아가면 훌륭한 한끼 식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소심하기 짝이 없는 우리는 당당히 내 몫을 주장하지 못하고, 기껏해야 개 핑계를 대는 것이다. 이 책의 진짜 재미는 모든 사람이 당당하고 똑똑해야 할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주인공과 같은 소심한 사람이 우산만 가져 나갔다하면 잃어버리는 것과 같은 멍청한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데 있다. 세상사람 모두가 대범할 수 없고, 세상사람 모두가 똑똑할 수 없다. 소심하면 어떤가. 남은 스테이크를 가져가고 싶다면, 개한테 줄 거라고 말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야말로 사소한 일로 하루를 전전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공감에서 오는 미소를 짓고 싶다면, 그리고 소소한 일상으로 가득한 삶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잡는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웃으며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는데, 겉표지가 너덜너덜하고 몹시 더러운데다 중간중간 페이지가 떨어져나가 있을 만큼 낡아 있었다. 그만큼 이 책을 본 사람들이 많았으며 책이 매우 재미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니 재미로만 쳐도 이 책을 읽고 나서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꼭 하고 싶다. '빌린 책 깨끗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