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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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의 작은 이야기들을 편안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단편집이다  마치 일기쓰듯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읽는 사람 누구나 그 경험에 대해 비슷한 공감을 느낄 수 있어, 마치 나 자신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단편의 맛이란게 이런걸까 싶게 각 이야기는 매우 짧지만 그 짧은 이야기에 대한 여운이 참 크다. 여백의 미라 할까. 더 이상 줄줄이 서술되지 않아도 그 울림이 계속된다.

개성있는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해준 아름다운 단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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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4-12-2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개의 이야기가 기억에 나는구나. 역시나 바나나 하면 나에게 키친을 따라갈 작품이 아직껏 없지만 그래도 책 나오면 꼭 사게 되는 작가중의 하나.
 
낙하하는 저녁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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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난해한 소설은 아니었다. 책이 그다지 두껍지도 않고 문장이 어렵지도 않아 술술 잘 넘어가는 책. 문제는 이야기의 전개가 아주 특이하다는 것이다.

음, 일단은 겉표지에 '에쿠니 가오리의 실연을 담은 소설'이라기에 헤어짐의 고통 등에 관한 소설인 줄 알았다. 소설의 첫장도 여주인공인 리카가 같이 살던 남자친구 다케오로부터 이사해야겠다는 고백을 들으며 시작되니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이야기가 영 이상해진다. 다케오는 친구를 마중하러 나간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하나코에게 반해 리카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하나코는 머물 곳이 없다며 리카에게 함께 살 것을 제안하고, 하나코 역시 집세문제와 다케오를 계속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참으로 이상한 전개 아닌가. 게다가 리카는 처음부터 하나코를 미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살면서 그녀의 존재감에 의지하게 된다.

갈수록 태산이라고 하나코의 행각은 점점 더 기기묘묘해져서, 10년이나 지속된 연인사이를 깨놓고도 다케오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리카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기도 하고, 제멋대로 다른 남자와 어울리기도 하고,  리카의 항공권으로 홍콩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기까지 한다.

처음엔 리카와 다케오의 이별이 소설의 주제려니 생각했으나 읽어나가면서 하나코의 이상한 행각이 소설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는 리카를 중심으로 서술되지만, 모든 사건의 핵심에는  하나코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누구에게도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하나코는 자살로 삶을 마감하고, 하나코를 사이에 두고 다케오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했던 리카도 하나코의 죽음을 계기로 다케오와의 관계를 마감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의 실연은 표면적으로는 리카가 다케오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에게서 사랑받은 하나코가 그 누구와의 관계에서도 속박받고 싶지 않아 죽음을 택하는 것이 진짜 이별을 의미하는게 아닐까. 다만, 하나코가 모두를 버린 것인지 하나코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하나코를 버린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나코 스스로 자유롭고 싶어 죽음을 택했지만, 하나코에게 의지했던 남은 이들은 하나코의 죽음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참으로 묘한 소설이었다. 읽으면서는 뭐 이런 인간들이 다있어 생각하며 다케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리카가, 하나코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다케오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하나코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닥 현실감 있는 인물들이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인간관계의 공허함 같은게 느껴진다. 10년씩이나 사랑했어도 그 사랑은 언제든 변할 수 있고, 마음으로 의지한 친구도 떠나버려 결국 혼자 남게 되는. 혼자 그 감정을 모두 마무리하게 되는. 실은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것뿐.

에쿠니 가오리는 '여자 하루키'라고 불린다더니 소설속에 특정 음료수 이름이 매번 등장하는 것이나, 음식이나 의상에 대한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묘사가 여지없이 하루키를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하루키와 전혀 다른 색깔이다. '여자 하루키'라는 표현은 그녀의 문학적 역량을 잘못 오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하나코의 작은 발, 작은 얼굴, 갸냘픈 다리가 무지무지 부러웠다. 소설속의 여주인공이 아름답지 않을 그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슈렉에서 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동화속의 여주인공이 아름답지 않다면 너무 실망스럽다고 했었다. 모든 고난을 다 이겨내고도 아름다워질 수 없다면 너무 김빠지지 않느냐고. 과연 그런가. 하나코의 다리가 두꺼웠다면, 발이 넙적했다면, 아무래도 모두로부터 사랑받기는 어려웠을까.

군더더기가 길어지지만, 번역작가의 어이없는 실수를 꼭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글쎄 책을 다 읽고 나서 후기를 읽는데, 후기 맨끝에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 다케오가 아니라 겐코라는 것이다. 처음에 다케오로 한자를 잘못 읽었고, 그 이미지가 굳어버려 나중에 실수를 깨닫고도 어색하고 생소하여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 배신당한 기분! 작가 후기 맨끝에 단 몇줄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큰 실수가 아닌가 싶다. 나 또한 똑같이 그의 이미지가 다케오로 굳어버렸으니 말이다. 번역이란 원작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하는데, 실수로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바꾸어 버렸다는 사실은 참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이 소설의 감상을 망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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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4-12-27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냉정과 열정사이. 소설이 그닥 별로여서 이건 아직 읽어보지 못했네...

 
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 지음 / 움직이는책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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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니 프라이스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10살에 집을 떠나 부유한 작은 이모에게 맡겨져 맨스필드 파크에서 살게 된다. 패니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사촌들과 자신의 위치를 동일시 하지 않으며 순종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끔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 위로가 되는 유일한 사람이 사촌오빠 에드먼드였다. 패니에게 에드먼드는 사려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그녀의 이상에 맞는 사람이었다. 평온하던 맨스필드 파크에 목사부인의 동생인 메리와 헨리 크로포드가 방문하게 되면서 패니의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그녀의 우상 에드먼드는 메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메리가 에드먼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패니는 몹시 괴로워한다. 한편 헨리 크로포드는 패니의 아름다움과 성품에 반해 패니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그의 인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패니는 프로포즈를 거절한다. 헨리의 성품과 재산을 가치있게 여기는 가족들은 패니에게 결혼을 종용하지만, 패니는 안락한 생활에 결코 자신의 인생을 내던지지 않았고, 결국 에드먼드와 꿈꾸던 결혼을 하게 된다.

역시 제인 오스틴은 대단하다. 패니, 에드먼드, 메리, 헨리 이렇게 단 4사람을 주축으로 별다른 사건도 없는 맨스필드의 이야기로 500쪽이나 되는 이야기를 풀어냈으니 그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를 그 누가 의심할 수 있으랴. 게다가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매우 분명하고 서로 다르다. 그냥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물이 손에 잡힐듯 저절로 그려지니 그녀의 인물묘사에도 역시 감탄하게된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에 잔뜩 고무되어 흥미진진한 순정만화적 이야기의 전개를 기대했던 내게는 실망이 컸다. 주인공이 되기에 패니 프라이스는 너무 밋밋하고 따분하다. 그녀는 내성적이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겸손하다. 그러면서도 남의 결점은 다 분석하여 꿰차고 있다.  에드먼드를 좋아하여 메리에게 질투를 느끼면서도 그것이 질투가 아니라 에드먼드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글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패니는 자신과 같은 성품이야 말로 에드먼드의 아내로서 합당하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메리 같은 여성이 좋다. 활발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자신있는 여성. 비록 세속적인 기준으로 남자를 판단하여 진정한 사랑보다는 조건을 선택하지만, 그녀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추구한다는 것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에드먼드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인정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자기는 그저 에드먼드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며 다른 사람들을 모두 혼란스럽게 하는 패니는 내겐 그야말로 내숭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500쪽이나 되는 글속에서 적어도 반이상을 차지하는 패니의 이야기는 너무 지루하였다. 어쩌면 읽어도 읽어도 그리 끝이 나지 않는지. 결국 나머지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는 참지 못하고 결말을 먼저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야기의 과정보다는 그저 결말이나 알고 그만 책을 덮어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내가 에드먼드라면 한 3년쯤 지나면 패니와의 삶이 얼마나 지루한지 슬슬 깨닫기 시작하여, 메리 같은 활달한 여자만이 줄 수 있는 흥분된 에너지를 그리워할 거 같다. 내성적이고 도덕적인 여자, 정말 매력없다.

그래도 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들을 포기할 수 없다. 그녀가 여성의 관점으로 그려내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는 포기하기에는 역시 너무 매력적이다. 다만 다음 이야기에서는 좀더 생동감있는 여성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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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4-03-27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지난번 티비에서 영화로 해주었었어. 기억에 일요일 새벽 12시가 넘은 시간에 했던 거 같은데...그래서 한참 갈등하다가 졸리운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자버렸어. 아깝다... 비디오로도 안 나와있을터인데... 니글 읽고 나니까 몹시도 영화가 다시 보고프다. 책도 읽어보고싶네. ^ ^

비로그인 2005-11-07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거리는 적당히 말해주심이 좋을 듯...쩜 스포일러같네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홍신자 지음 / 명진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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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은 들끓는 팥죽같은데 겉표지의 그녀 얼굴은 그저 평온하다.

난 맨날 무얼하며 살아야 할까,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까 고민스러운데, 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더 나아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를 말한다.

삶을 생각하면 무서워진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걸까? 사람이 세상에 한번 태어났으면 뭔가를 이루어야 하는데, 이렇게 별로 하고 싶지 않을 일을 하면서 입에 끝없이 불만만 달고, 무엇하나 바꾸려는 노력도 없이 그저 두려워하며, 하루하루를 때우는 기분으로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내 나이 어느덧 서른하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 사람들은 나를 알기전에 내 나이를 먼저 알려고 하고, 모든 서류에는 내 나이가 서른하나로 박혀있다. 내가 아무리 어려보이거나 이십대의 체력과 열정을 가졌다 하더라도, 난 서른하나다.

사람들은 이제 내게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현실에 자족하며 살라고 말한다. 솔직히 뭔가를 새로 한다는게 두려운 나는 그 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어디가면 더러운 꼴 안보겠어? 그냥 현상유지라도 하고 살자. 그래, 더러워도 참자. 내가 해 봤자 뭘 하겠어.

그렇게 자족하고 현상유지는 한다 하더라도, 난 절대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내게는 그저 끌려가는 삶만 있을 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홍신자는 이런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외부의 잣대로 스스로를 얽매는 굴레, 미래때문에 현재를 포기하는 어리석음, 나를 사랑하는 것은 곧 나의 몸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지금까지 전혀 몰랐던 사실들은 아니지만, 그녀의 부드럽고 평온한 말들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설득당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게 되며, 어느덧 맘 따뜻한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내 주변의 어떤 조건도 변한 것은 없지만-난 여전히 서른하나다-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를 사랑하는 맘이 생긴것이다. 이제 남은 일은 나의 행복을 위해 내 스스로가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은 외부에 있지 않다는 것, 행복은 나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현실과 유리된 사상속에서가 아니라 나의 일상속에서 진정으로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 수많은 행복찾기 서적들속에서 이 책을 빛나게 해준다.

이제 매일 아침 나는 나 자신에게 속삭인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며, 삶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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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고 창피한 마음
버지니아 울프 지음 / 하늘연못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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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열여덟편의 단편들이 우리나라 최초로 번역된 책이다. 장편에 비해 책을 읽어나가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서는 그 내용을 다 이해하기가 힘들다. 장편을 읽을 때 처럼 중간중간 이게 누구 생각인가 되짚어 다시 읽어야 하는 일도 종종 있다.

그러나 예의 그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글이 쓰여 있어, 인물의 사고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진술되므로 내가 마치 그 인물이 된 것처럼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며 소설속에 빠지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심리에 대한 서술이 매우 예리하여 때로는 섬찟해지기도 한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거의 막혀 있었던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울프 역시 여성으로서 여성의 문제에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다수의 단편들도 여성의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특히 "유산"이라는 단편이 기억에 남는데, 그저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던 자신의 아내가 실은 사회적 참여에 대한 욕구로 고통받고 있었고, 결국 자살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아내의 유산인 일기를 통해 깨닫게 된 후에도, 남편은 그 진실에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화만 낸다. 소위 아내를 사랑했다는 남편일지라도, 그가 기득권자인 남자인 이상 아내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타이틀 이기도 한 "속상하고 창피한 마음"-원제는 새 드레스-도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마 여자들이라면 이 책의 내용에 모두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은 가난하지만 우아하게 보이고 싶어 독창적인 방법으로 패션을 연출하기 위해 옛날 여자들의 고풍스러운 스타일로 드레스를 만들게 된다. 그러나 의상실에서는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졌던 자신이 댈러웨이 부인의 파티석상에 들어서는 순간 매우 초라해 보임을 깨닫고 남들의 빈정거림 속에 한없이 비참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한껏 차려입고 나섰지만, 값비싼 옷을 입은 친구들 앞에서 차라리 차려입지나 말껄 하고 후회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의 비참한 심경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밖에도 주옥같은 그녀의 작품들이 가득하다. 물론 어떤 경우는 도대체 뭘 말하려고 함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있으나, 읽고 나면 마음이 서늘해질 정도로 정곡을 찌르는 그녀의 예리한 시선에 그저 감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녀의 장편을 읽으려다 포기한 사람이라면 특히 이 소설을 먼저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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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hk 2004-03-07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년 전 쯤 '나만의 방'을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말고는 다른건 읽은적이 없는데... 이거 읽어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