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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 지음 / 움직이는책 / 1999년 11월
평점 :
품절
패니 프라이스는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10살에 집을 떠나 부유한 작은 이모에게 맡겨져 맨스필드 파크에서 살게 된다. 패니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으므로 사촌들과 자신의 위치를 동일시 하지 않으며 순종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가끔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도 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 위로가 되는 유일한 사람이 사촌오빠 에드먼드였다. 패니에게 에드먼드는 사려깊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그녀의 이상에 맞는 사람이었다. 평온하던 맨스필드 파크에 목사부인의 동생인 메리와 헨리 크로포드가 방문하게 되면서 패니의 주변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그녀의 우상 에드먼드는 메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메리가 에드먼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패니는 몹시 괴로워한다. 한편 헨리 크로포드는 패니의 아름다움과 성품에 반해 패니에게 프로포즈를 하지만 그의 인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패니는 프로포즈를 거절한다. 헨리의 성품과 재산을 가치있게 여기는 가족들은 패니에게 결혼을 종용하지만, 패니는 안락한 생활에 결코 자신의 인생을 내던지지 않았고, 결국 에드먼드와 꿈꾸던 결혼을 하게 된다.
역시 제인 오스틴은 대단하다. 패니, 에드먼드, 메리, 헨리 이렇게 단 4사람을 주축으로 별다른 사건도 없는 맨스필드의 이야기로 500쪽이나 되는 이야기를 풀어냈으니 그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를 그 누가 의심할 수 있으랴. 게다가 인물들의 캐릭터 또한 매우 분명하고 서로 다르다. 그냥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인물이 손에 잡힐듯 저절로 그려지니 그녀의 인물묘사에도 역시 감탄하게된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에 잔뜩 고무되어 흥미진진한 순정만화적 이야기의 전개를 기대했던 내게는 실망이 컸다. 주인공이 되기에 패니 프라이스는 너무 밋밋하고 따분하다. 그녀는 내성적이며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겸손하다. 그러면서도 남의 결점은 다 분석하여 꿰차고 있다. 에드먼드를 좋아하여 메리에게 질투를 느끼면서도 그것이 질투가 아니라 에드먼드의 미래를 걱정하기 때문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글에 직접 드러나지는 않지만 패니는 자신과 같은 성품이야 말로 에드먼드의 아내로서 합당하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메리 같은 여성이 좋다. 활발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자신있는 여성. 비록 세속적인 기준으로 남자를 판단하여 진정한 사랑보다는 조건을 선택하지만, 그녀 스스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인정하고 추구한다는 것이 나쁘게 보이지 않았다. 그냥 처음부터 에드먼드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인정하면 그만이었을 것을 자기는 그저 에드먼드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하며 다른 사람들을 모두 혼란스럽게 하는 패니는 내겐 그야말로 내숭덩어리로 보일 뿐이었다. 500쪽이나 되는 글속에서 적어도 반이상을 차지하는 패니의 이야기는 너무 지루하였다. 어쩌면 읽어도 읽어도 그리 끝이 나지 않는지. 결국 나머지 50페이지 정도를 남겨두고는 참지 못하고 결말을 먼저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야기의 과정보다는 그저 결말이나 알고 그만 책을 덮어야 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이다.
내가 에드먼드라면 한 3년쯤 지나면 패니와의 삶이 얼마나 지루한지 슬슬 깨닫기 시작하여, 메리 같은 활달한 여자만이 줄 수 있는 흥분된 에너지를 그리워할 거 같다. 내성적이고 도덕적인 여자, 정말 매력없다.
그래도 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들을 포기할 수 없다. 그녀가 여성의 관점으로 그려내는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는 포기하기에는 역시 너무 매력적이다. 다만 다음 이야기에서는 좀더 생동감있는 여성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