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비행기가 텅 비어서 누워 왔다고 하던데 내가 탄 비행기는 세 명자리의 중간 자리만 비워진 채 꽉 차 있었고 작년보다 입국심사 단계가 많이 줄었지만 그만큼 일하는 사람도 줄어 시간이 한참 걸렸다. 아슬아슬하게 방역 버스에 올라타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는데 한참 자다가 이제 다 왔나 하고 눈 떠보니 겨우 63빌딩. 아침 출근 시간에 딱 걸려 송파 보건소까지 세시간 걸렸다. 아이고 피곤해하면서 버스에서 내리자 나를 맞이하는 60년 만의 강추위.
하지만 날씨의 신이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온 나를 가엾이 여겼는지 다음날부터 환상적인 가을 날씨로 반겨주었다. 역시 한국은 가을이 최고다. 올해는 단풍이 별로라고들 하는데 몇십 년 만에 보는 나는 그저 황홀할 뿐. 첫눈도 볼 뻔했는데 내가 소식 듣고 내다봤을 때는 벌써 그쳤다. 아, 아쉬워라.
그 사이 알라딘 중고서점은 세 번 다녀왔고, 교보문고에 가서 내 책도 찾아보았다. 아무도 모르는데 나 혼자 쑥스러워하며 사진만 살짝.
작년에 못 가져가고 동생 집에 둔 책, 그동안 동생 집으로 배달 시켜 놓은 책들이 있는 데다가 (몇 권인지도 까먹음) 요즘 시력 저하로 인해 종이책은 읽지 않고 전자책만 읽기에 이번에는 책을 절대!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온라인에서 야금야금 사고 말았다. 심지어 전자책도 샀다. 왜? 굳이? 지금?? 그래도 예년에 비하면 적다고 믿고 싶다. 짐 쌀 때 그리고 도착해서 짐 찾을 때 괴로워하며 스스로를 미워하겠지. 그래서 최대한 읽고 여기 두고 가려고 열심히 읽고 있다.
한국에 오니 괜스레 서재 친구분들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라 자주 소식을 올리려 했는데 글 한 번 올리기도 전에 돌아갈 날이 가까이 와버렸다. 게으르기도 했지만 서재에 자주 안 오다 보니 글 올리기가 어색하기도 해서 미루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
그래도 한국 왔다가 소식 한번 안 전하고 돌아가려니 섭섭해서 안부 전합니다. 다들 안녕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