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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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필자는 사무실에서 처음 이 책과 만나게 되었다. 같은 사무실을 쓰는 과장님 한분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것을 봤는데, 이때만 해도 필자가 배트맨이니 X-MEN 이니 하는 미국 DC, Marble 코믹스의 히어로물에 한참 꽂혀있을때라 큼지막하게 대문자로 찍혀있는 'JUSTICE' 라는 타이틀만 보고 DC의 히어로물인 'Justice League'의 소설 버전인줄 알았다(ㅡㅡ;). 워낙에 자기 세계에서만 사는 인간이라 종종 이런 착각을 잘한다..하하^^;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 히어로물을 읽을분은 아니라서(과장님이) 물어봤더니 하버드의 강의를 책으로 낸 것이란다. 거기까지만 대충 듣고 필자는 또 한권의 자기계발서가 히트쳤나보다 생각하며 심드렁 했드랬다.

 

  필자는 자기계발서 종류를 싫어한다. '성공을 위한 7가지 습관' 이라던가 '아침형 인간' 이라던가 하는 종류를 말하는데, 얼마전까지 스테디셀러와 자기계발서를 같은종류로 혼동하던 무식한 필자인만큼 사실은 이런 계발서들을 읽어야 할텐데도 싫어한다. 뭐랄까 자기계발서를 읽고있으면 마치 트롯트를 듣고 있는 느낌이랄까? 트롯트가 나쁘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단지 너무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라서 싫어하는 것으로, 왠지 문학이라던가 음악이라던가 하는 예술은 좀더 은유와 비유로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것도 또하나의 속물 근성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 책들의 유용성을 폄훼하는것은 아니다. 좋은책들도 많고 그러한 좋은 책 한권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수 있음 또한 믿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이런 좁은 소견으로 인한 오해가 풀린것은 EBS의 강의를 보고 나서이다. 사무실에서 자꾸 눈에 띄이고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도 종종 메인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궁금증이 일지 않을 수 없었고 이래저래 알아보니 EBS에서 이 강의를 방송했던일이 있었음을 알고 요래조래 탐색한 결과 그 강의를 들어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멋진 강의였다. 방송을 위해서인지 상당부분 편집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쉽고, 명쾌하고, 간결하면서도 요점을 딱딱 집고 넘어가는 명강의가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것은 하버드의 젊은 청춘 미녀들(퍼퍽!!..)@,.ㅜ))..이 아니고 그 많은 수강생을 상대로 매번 의견을 묻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모습이었다. 필자가 가방끊이 짧아 대학에 가지를 못해서 우리나라 대학의 강의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필자가 경험했던 일반적인 강의는 수업의 70~90%정도를 강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초중고 수업은 말할것도 없고 사회에 나와서 들어본 전문 혹은 교양 강좌 거의 대부분이 그랬다. EBS에서 편집되지 않은 실제 강의를 들어보지는 못했으나 일대 석학이신 '도올' 선생님의 명강이라는 '중용' 또한 들어보면 대부분 일방적인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일관한다. 그러한 필자에게 끊임없이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대답하며, 강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그렇게 자기 생각을 토론하고 분석하는 모습이 너무나 멋지고 부러웠었다. '자유의 나라' '기회의 땅' 이라는 미국의 자부심과 힘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고 생각한다.

 

  꽤나 강렬한 느낌을 가진 디자인의 소프트 커버 표지에 정갈한 편집으로 내부를 마감한 'JUSTICE'. 이 책에는 그러한 '센델' 교수의 다년간의 강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 있는 느낌이다. 그의 강의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이 계속되는 상호간의 토론이었다면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매 구비마다 제시되는 여러 실례들을 바탕으로 그러한 토론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쉽고 간결한 해설이다. 이 책에, 이 강의에 등장하는 고전 철학자와 철학이 몇가지인가? '벤담', '밀', '칸트', '공리주의', '자유 지상 주의' 등 수많은 철학 사상 고전이 등장하고 언급된다. 필자의 책읽기에 고전은 없다. 어렵고 졸립고 따분하다. 몇번이나 고전에 도전했지만 시쳇말로 수면제를 발라놓은듯해 매번 고배를 마실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읽기에는 쉬운 '헷세'나 잘 모르고 봐도 인상적인 '까뮈'정도가 기억날뿐 필자에게 고전은 마치 뿌연 안개와 같은 느낌이다. 문학에서 이러한데 앞의 사상가의 철학서라면 깜깜 절벽쪽에 가깝다. 이렇게 난해하고 어려운 그들의 사상의 근본 원리를 '센델'은 여러 실례들과 토론을 통해 쉽고 간결하게 뽑아내어 눈앞에 보여주는 느낌이다. 물론 앞선 이들의 방대한 사상이 아무리 좋은 실례와 함께 한다고 해도 그렇게 단순하게 정의할 수는 없으리라. 그러나 필자같은 이에게는 그 끝자락만을 잡기에도 상당한 노력과 인내를 요구하는 그들의 사상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가장 멋있는 점은 '센델'이 자신의 강의를 통해 어떤것이, 어떤길이 정의롭고 옳은 길인지를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읽는 내내 마음 한편으로 '이게 정답이야, 이게 바로 정의야'라고 가르쳐 줬으면 싶은 욕구를 느낀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니리라. 그러나 이 강의에서는 그렇게 하나의 쉬운 답을 제시해 주지는 않는다. 앞선 이들과 앞선 사상들을 토대로 수많은 사람들의 수많은 '정의'에 대한 시각과 관념을 포괄적으로 나누고 정리하여 우리가 다양한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돕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정의인가를 가르쳐 주는것이 아니라 정의의 '정체' 에 이르는 여러가지 길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길을 찾도록,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도록 그 단초를 제공할 뿐이다. 책의 말미에 등장하는 '센델'이 생각하는 정의는, 자신 역시 강의를 듣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길을 찾고 있다는 듯이 '센델' 자신이 바라보는 정의가 무엇인지를 소박하게 얘기하는 느낌이다.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비교적 재미있고 비교적 쉽다고 대답하고 싶다. 인문, 그것도 철학 강의에서 서스펜스 소설에서와 같은 재미를 기대하는 이는 없으리라. 그러한 극단적인 재미를 배제한다면 필자는 재미있다고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국내적으로 그리고 세계적으로 거대한 혼란과 위기의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가 한번쯤은 진지하게 고민해 볼만한 문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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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한홍구의 한국 현대사 이야기 한홍구의 현대사 특강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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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책을 만난것은 '나꼼수'로 일약 최장년 아이돌에 등극했노라 공언하는 '김어준' 총수가 진행하는 한겨레 TV '김어준의 뉴욕 타임즈' 에서였다. 보신분은 잘 아시겠지만 워낙에 현 정부에 비판적인 방송이라 광고 협찬이 많지 않다보니 - 필자가 사장이래도 무서워서 광고 안하겠다..ㅋ - 얼마 안되는 협찬 광고를 '김용민' 교수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아주 적극적으로 광고해 주는데, 대체로 명랑한 반응을 보이는 '김어준' 총수가 이 책에 대해서만은 '명저', '명강' 이라며 극찬을 하여 인상적있던 기억이 있다.

 

필자의 경우 워낙에 공부와는 담을 쌓은데다가 이번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아니, '나꼼수'를 듣기 전까지는 정치권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멸 일변도로 관심을 끊어온터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에 대해 무식하다 할정도로 지식도, 관심도 없었다. 내용이 우파적이건 어쨋건 분명히 중.고 시절에 개략적으로나마 국사시간에 일제 시대 이후의 역사를 배웠음에도 기억속에 거의 남아있는것이 없다. 정확한 해방년도조차 모르고 있었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한심하기 그지 없다. 그렇다고 신라-고려-조선 고전 시대의 역사는 잘 아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지만..ㅠㅠ;

 

이 책 '한홍구의 근현대사 특강'은 이러한 필자에게 정말로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그야말로 확~! 끌어당겨 주는 명 강의였다.  8가지 주제를 강의 그대로 녹취한 느낌으로 기술해 놓아 '한홍구' 교수님의 입담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어 정감이 가고, 강의 자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지라 무겁고 난해한 주제를 쉽고 명쾌하게 서술해 주고 있어 정말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유익한 명강이 아닐 수 없다. 매 주제마다 그에 맞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화들이 소개되어 잔잔한 재미또한 만만치 않은 강의였다.

 

전체적으로 좌파성향이 강하다는 평이 있고 필자또한 읽는동안 다소 한쪽에 치우친 느낌이 없지 않았으나 역사 학자 답게 사실 관계가 명확하고 전개가 논리적이어서 전혀 거북하지 않았다. 지금의 초중고 역사 교과서가 어떠한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겪었던 - 이제와서 떠올려보면 - 마치 담담한 사실을 기술하는양 위장하여 극단적인 우파의 정서를 암암리에 각인시키고, 맹목적으로 사건과 연대만을 암기시키던 역사 교과서와 수업에 비하면 100배 1000배 흥미롭고 유익한 강의라고 확신한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한홍구' 교수님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대한민국史' 라는 또다른 4권의 명강이 출간되어 있었다.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번 '특강'은 '대한민국史' 중 현 시대의 사건들에 대해 근현대사의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는듯 하니 조만간에 본편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훌륭한 강의로 올바른 역사에 관심을 갖고 바로 보게 해주신 '한홍구' 교수님과, 좋은 책을 출판해주신 '한겨레' 에 감사를 드리며 리뷰를 마친다.

 

재미있다에 4, 외형 및 편집에 4, 소장가치에 4 대충 평균 4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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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정세토크 - 60년 편견을 걷어내고 상식의 한반도로
정세현 지음, 황준호 정리 / 서해문집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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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편견을 걷어내고 상식의 한반도로] 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바탕으로 그동안 우리가 잘못 알고있던 사실을 바로잡고 현실적인 남북관계의 해법을 명쾌하게 서술한 멋진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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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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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나꼼수' 팬이다. 천성이 게으르고 소심한 편인 필자는 아무래도 알아듣기 어려운데다 머리떼고 꼬리떼고 자극적인 장면만 부각시키는 뉴스때문에 정치와 시사에 눈을 돌리고 외면한 지 오래인데, '나꼼수'는 이러한 필자에게 정치와 시사를 읽고 볼 수 있는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아마 필자와 같은 사람들 꽤 많으리라. 사실 이렇게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을 정치에 확 끌어당겨준 근본은 울 '가카'가 아닐까 싶다. 일례로 이 책의 저자 또한 과거 '딴지일보'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긴 하였으나 '김어준'이라는 이름 자체가 널리 인식되지는 않았던 느낌인데 지금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알려졌으니 이 어찌 '가카'의 덕이 아닐 수 있으랴! 필자가 정치에 관심을 갖거나 말거나야 별반 중요한 일이 아니겠으나 인기를 넘어 '아이돌'에 이른 '김어준' 총수야 말로 그가 항상 주장 하는 '가카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인물이 아닐까 싶다.

 

필자는 '나꼼수'의 4인방이 우리시대의 영웅이 아닐까 싶다. 5년전 10년전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탄압받고 억압된 언론 환경에 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심지어 코메디에서조차 그 많던 대통령 정치가 흉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한심스러운 대형 언론은 말할것도 없고, '두사부일체'도 아니고 인터넷 카페 압수수색까지 단행하는 정부에서 우리가 얼마나 제목소리를 내는데에 쫄아 있었는가. 이러한 시기에 '쫄지마!'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통쾌하게 떠들어대는 나꼼수 4인방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이 4인방의 두목 '김어준'이 책을 출간했다니 다른건 차치하고라도 '나꼼수' 팬으로서 필자의 속을 뻥! 하고 뚫어준 그들의 고마움을 생각해서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1위를 해서 가카에게 헌정하고 싶다니 더욱이 구매를 미룰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받아본 책은 산적 두목에 준하는 '김어준'총수의 전신샷이 떡 하니 박혀있는 소프트 커버의 심플한 디자인 - 필자는 심플하면 좋아한다. 워낙 단순한 인간이다보니 - 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어느 인터뷰에서 책이 잘 팔린 이유가 자신의 사진때문 아니겠느냐고 하던데, 단언하거니와 '절대' 아니다. 여인의 나신도 아님에야 암내나는 사내얼굴이 좋을리 있겠는가. 필자가 얘기하는것은 심플한 디자인이다. 편집과 페이지 활용도 깔끔하고 읽기 좋다. 분량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은것 아닌가 싶었는데, 신간들을 뒤적여보니 요즘엔 대체로 책값이 그정도 수준이다.

 

책은 작가와의 인터뷰 형식으로 정치와 시사 현황에 대해 담담하게 진행된다. 전반적으로 '나꼼수'와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팬이라면 한두번씩 들어봤음직한 내용들이 좀더 상세하게 정리되어 있는 느낌으로 아쉽지만 방송에서처럼 포복절도하는 웃음은 없다. 다만 꽤나 진지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그답게 유쾌하고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필자는 '나꼼수'와 '김어준의 뉴욕타임즈'를 꼬박 챙겨듣는 편이라 대체로 새로운 내용은 별로 없는 편이었으나 좌파와 우파를 정리해주는 내용은 꽤나 인상깊었다. 필자는 그동안 막연하게 좌파는 좀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것을 받아들이는 성향, 우파는 옛것을 지키려는 성향 정도로 구분하고 있었는데 '닥치고 정치'에서 아주 쉽고 명쾌하게 해석해주어 새로운 깨닳음을 얻은 느낌이었다.

 

'김어준'과 그의 일당들, '달타냥과 삼총사'를 떠올리게 하는 일당들의 명랑한 행보가 계속되고 '정봉주' 의원이 다시 합류하기를 기원하며 그들을 따라 외치고 싶다. '쫄지마 ~ 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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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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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 박사의 100년간 묻어둘 수 밖에 없었다는 거창한 서문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언제나처럼 '셜록 홈즈'의 슥~보고 왓슨박사 신상털기 장면으로 이어지고 당연하게도 때마침 찾아오는 의뢰인과 함께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다. 미국에서의 일로 신상에 위협을 느낀 어느 화상의 의뢰는 의문의 살인에 이어 의문의 집단 그리고 유아 살인으로까지 이어진다. 비밀을 파헤치고 정의를 수행하기 위한 '홈즈'의 탐색은 살인 누명을 쓰고 철창에 갖히는 것으로 그 위기를 맞게 되는데.. 과연 '홈즈'와 '왓슨' 박사는 이 위기를 극복하고 어둠에 숨어 엿다발을 날려대는 자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와중에 등장하는 의문의 조력자는 또한 누구일까?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1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되살아난 '셜록 홈즈'. 이렇게 두들기고 보니 마치 SF 소설 리뷰 같다..하하..^^; 사실 100년 운운 할 것도 없는것이 이 작품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중에 알아보니 원작가인 '코난 도일' 사후에도 여러편의 '홈즈' 소설과 관련서적이 출간 되었었던 것이다. 필자는 비록 '셜록 홈즈' 전집도 읽어봤고 보유하고도 있지만 이른바 셜로키언이라고 할 정도의 매니아는 아닌 모양인지 이러한 저작물들이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어쨋든 그러한 이유로 필자에게는 100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불쑥 튀어나온 느낌이었던 것이다.

 

매니아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셜록 홈즈' 팬이라고 할 정도는 되는 필자가 이 작품을 구매하기를 저어했던 이유는 첫째로 '화산논검', 둘째로는 '해리포터' 때문이다. 다소 뜬금없기는 하지만 장르도 시대도 연관성이 없는 두 작품을 거론한 이유는 이렇다. '화산논검'은 아실만한 분은 다 아시는 '영웅문' 의 작가 '김용' 선생의 이름을 달고 출판된 작품인데, 이게 재미있는게 '김용' 선생 사후에 쓰여지고 출간된 작품이란 것이다. 어떻게 된 일이냐 하면 이른바 '김용 협회'에서 '영웅문' 3부작의 배경을 살려 만든 작품으로 '김용'의 이름만 달아서 출간한 것이었다. 이게 국내판에만 '김용'의 이름이 달려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영웅문', '녹정기' 등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필자로서는 작가의 유작인 줄 알고 나름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상당히 실망스러웠던것이 '김용'의 작품들에 비하면 참으로 조악한 수준으로 이런 후잡함이 너무 의심스러워 확인중에 결국 '김용 협회' 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무슨 협회 어쩌고 하는데서 나온책은 절대 읽지 않겠노라 했던것이 첫번째 이유였고 두번째로는 공전의 히트작인 '해리포터' 이후 마치 쏟아져 나오는 느낌으로 출간된 아류작들 때문이다. '해리포터'가 완결된 후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런 아류작들을 작품 홍보글만 보고 사서 읽었다가 실망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트랜드라는게 있다고는 하지만 '해리포터' 이후 환타지 작품의 홍보글에는 하나같이 '해리포터 이후 최고의..' 어쩌구 하는 미사여구를 끼워넣는건 좀 너무한게 아닌가 싶다. 작품의 재미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 뿐 아니라, 왜 궂이 아동이 주인공이어야 하는지 전혀 개연성 없는 작품은 물론이고 전체적인 결이 '해리포터'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에까지 '해리포터' 운운 하는건 정말 한심한 노릇 아닌가 싶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모작, 아류작, 트랜드 관련작품은 피하기로 마음먹은 필자로서는 무럭무럭 솟아나는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구매가 망설여질 수 밖에 없었는데, 과연 결과는 어떠했을까?

 

구매를 고민하던 필자가 구매결정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리보기로 볼 수 있었던 왓슨 박사의 서문이 참으로 원작 홈즈와 비슷한 느낌으로 향수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인데, 이러한 문체의 향수는 초반부에서만 좀 강렬할 뿐 중후반으로 갈수록 원작의 느낌과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적인 구조나 문장이 조잡하거나 완성도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느낌이고 각 캐릭터와 등장 인물등도 원작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지만 잘 살려낸 느낌이다. 비록 원작의 작품군에 비해 미스테리까지 이끄는 과정이 좀 약하고 그에 따른 종반의 쾌감이 다소 모자라기는 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원작'에 비교해서이고 따로 떼어놓고 봤을때는 충분히 흥미있고 재미있다. 한마디로 허접한 아류작은 확실하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인 '앤터니 호로비츠'는 물론이고 '셜록 홈즈 재단'도 그렇게 대충 하지 않는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크 하우스의 비밀' 곳곳에서 필자는 '퓨전' 코드를 느꼈는데, 우선 앞서 말했던 문체는 확실히 원작의 향수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향수'만 느껴질뿐 원작의 다소 고루하면서도 고풍스럽게 착 달라붙는 느낌과는 다르게 살짝 들뜬 느낌으로, 정확하게 찝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왠지 어떤 현대식 표현이나 용법을 사용하는데서 오는 그런 느낌이 아닌가 싶다. 두번째로는 캐릭터에서 느껴지는 느낌인데, 정적인 장면에서의 캐릭터는 확실히 원작의 캐릭터와 구별하기 힘들정도로 닮아있지만 동적인 장면에서는 좀더 활발하고 액션이 강화된 느낌으로 현대적인 주인공들의 느낌이었다. 여러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정적인 장면 등은 원작의 느낌이, 동적인 장면 요컨대 마치 자동차 추격전을 느끼게 하는 마차 추격전등은 좀 더 현대적인 스펙터클함이 느껴졌었다. 마지막으로 다루는 소재의 자극성인데, 원작도 출판 당시 상당히 자극적인 장면과 소재로 화제가 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현대에 와서 '셜록 홈즈'의 원작을 읽으며 자극적이라고 느끼는 독자는 많지 않으리라.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택한 소재는 현대 사회에 큰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자극적이고 생각해 볼 만한 문제를 던져준다. 괜히 100년간 이야기를 묻어둔게 아닌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퓨전' 코드가 제법 마음에 들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는데, 예를 들어 부랑아들 이른바 '홈즈 특공대' '베이커가의 탐정단'의 말을 사투리로 처리한 부분은 제법 유쾌하고 재미있었지만, 'OO스럽다' 와 같은 신조어스러운 표현은 왠지 시대와 맞지 않고 툭 튀어나온 느낌으로 다소 아쉬웠다. 물론 번역과정을 감안해야 하겠으나 어차피 외국어와는 담을 쌓은 필자로서는 번역상의 문제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는만큼 번역본의 느낌을 얘기할 수 밖에 없으니 이해하시라. 캐릭터에 있어서 특히, '홈즈'의 캐릭터에 있어서 아쉬웠던 점은 '홈즈' 특유의 신상털기 스킬이 작렬할 때 였다. 슥~ 한번 처다보고 상대방의 신상 정보를 알아내는 그 특유의 방법은 확실히 원작을 잘 따라한 느낌이긴 하지만 뭐랄까, 원작에서의 장면은 냉정하게 분석하면 반박할 수도 있지만 반박할 수 없는 직관의 포스가 느껴진다면 이 작품에서의 신상털기 스킬은 그야말로 그냥 잘 따라한 느낌으로 마구 분석하고 반박하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한다.

 

표지는 새하얀 바탕에 검은 실루엣의 홈즈상이 찍혀있는 정식 양장으로(책갈피끈도 있다!)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으나 역시 페이지의 편집은 '황금가지'다웠다. 비록 가독성은 나쁘지 않았으나 페이지 활용을 반도 안할 거라면 판형의 사이즈를 줄이거나 폰트나 줄간격을 늘려 좀더 가독성을 높이면 좋을텐데, 이놈의 '황금가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양장본의 페이지 편집은 정말 극악 그 자체로 일관하고 있는듯 하니 미스테리가 아닐 수 없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준수한 편이었으나 이 페이지 활용, 편집때문에 아쉬움을 넘어 이제 짜증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 '셜록 홈즈'의 팬이라고 생각하는 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제멋대로 별점은 재미있다에 3, 외형에 4.5, 편집에 2, 소장가치에 3 대충 평균 3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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