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길 위의 한 소년. 덜컹거리는 철로. 달려오는 기차. 기적이 울고, 소년의 기괴한 울부짖음. 안개는 소년의 죽음을 덮고... 사업에 실패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아내의 연줄을 이용해 무진시의 특수학교인 자애학원에 기간제 교사로 발령받아 떠나는 강인호. 그와 함께 하나씩 밝혀지는 자애학원의 진실들… 이렇게 <도가니>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참으로 뒤늦은 리뷰다. 필자가 워낙 뒷북에 능한 탓이기도 하고 얼마 전에서야 뒤늦게 읽은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표현할지 알 수 없어서이다. 그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고작 300페이지도 안되는 얇다란 이 책이 몇번이나 솟구치는 울분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몇번이나 더 읽을 수 없어 책을 덮게 만들었는지, 귀찮다는 이유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먹고 살자는 이유로, 세상을 바로 보지 않으려 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려 했던 스스로를 얼마나 참담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도무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잘 모른다. 기억나는 것은 <고등어>를 읽고 나와는 맞지 않는 작가라고 느껴서 그 후로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기억뿐. 그러나 <도가니>를 읽으며 필자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하였다. 일개 독자인 게다가 감성이 무딘 필자가 몇번이나 거르고 정제되어 나온 소설을 보면서도 이렇게 아팠는데 일선에서 직접 취재하여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고 써나가야 했던 작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런지... 이렇게 강하고 굳은 작가를 어찌 다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당사자의 고통과 아픔이야 상상할 수조차 없으리라. 수년간이나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당해왔던 고통과 또 그 가해자들이 권력의 힘으로 돈의 힘으로 풀려나는 것을 보았을때의 울분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필자는 영화가 흥행했을 때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도 그냥 또 하나의 부조리의 이야기겠거니 하며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TV의 뉴스에서 걸핏하면 나오는 학원 비리에 관련된 이야기겠거니 지레 짐작해버린 것이었다. 평소에 시사에 관심이 없던 필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도가니>라는 소설의 실화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으니 말해 무엇할까. 이야기를 읽고 난 지금에는 이러한 스스로의 무관심이, 머리도 꽁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알음하는 오만함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와 같은 무관심이 이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들을 인간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겪을 수 없고 겪어서도 안되는 일을 겪게 한 것 같아 아프고 참담하고 부끄러울 다름이다

 

  언젠가 좀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 작품의 이야기를 두들기리라 마음먹으며 미루었던 리뷰였지만 결국 하나도 나을것이 없으니 민망할 뿐이다. 그러나 어차피 부족한 뇌용량으로 손구락이 두들기는대로 내맡기기로 한 리뷰 인생 아니던가? 모자라고 또 모자라지만 언젠가 조금은 나아지리라 믿으며 그 때가 오면 다시 한번 목욕 제계하고 이 이야기를 마주하리라 다짐하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 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아래는 도가니 카페에서 퍼온 광주 인화확교 실제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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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필자는 이 영화가 그저 9/11 테러에 관련된 다큐라고만 알고 있어서 그저 테러 피해자와 당시 현장 목격자 혹은 구급요원등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휴먼 다큐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화 초반에 왠 선거 캠패인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고 의아해 했었는데 알고 보니 이 영화는 테러에 관한 다큐 영화가 아니라 9/11을 기점으로 해서 ‘부시’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고발하는 르뽀 영화였던 것이다.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를 이제 와서야 보게 되었지만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라는 카피가 왠지 미래를 내다본 듯한 문구라고 느껴지는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뭐라 표현하기 힘든 그 친근함이라니, ‘부시’ 자리에 우리 위대하신 ‘가카’를 대입해보면 딱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새삼 우리 가카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것이, ‘부시’ 대통령이 혹시 ‘가카’의 멘토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최소한 롤 모델정도는 되지 않을까?

 

  영화를 보면서 또 한가지 떠오른 것은 <나꼼수>. 2011년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 40대의 아저씨 4인방을 일약 ‘아이돌’급의 스타로 등극시키고 국내 메이저 언론들을 군소 언론사로 전락시켜버린 위대한 마이너 방송, 모두가 쫄아있을 때, 세상을 향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들, 지금도 당당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그 <나꼼수>가 떠올랐다. 물론 하나는 영화라는 메이저 매체로 다른 하나는 아직 국내에 검증되지 않았던 인터넷 방송이라는, 그것도 비주얼도 없는 라디오 방송이라는 마이너한 매체로 성격을 달리하고는 있지만 둘 다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 괴담 같고 진짜 괴담이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 불편한 진실들을 음모론을 넘어서는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시퍼렇게 살아있는 제도권 권력에 대고 당당하고 신랄하게 쏘아대는 모습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면 필자가 이상한 것일까? 육중한 몸집의 ‘마이클 무어’ 감독조차 외모는 닮지 않았음에도 왠지 모르게 ‘김어준’ 총수와 비슷한 포스가 느껴진다고 하면 필자가 미쳐가는 것일까? (agree~!)

 

  그나마 이 영화를 보면서 위안거리가 하나 있다면,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자국의 위상에 맞게 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쳤던 대 선배가 있으니만큼 우리는 조금 덜 부끄러워해도 된다는 정도? 거의 10년이 지난 이 영화가 이렇게 몸에 착 달라붙는 느낌인 것이 과연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 지 묘한 기분이다~!)  비번이었던 며칠 전, 늦은 잠에서 깨어 이빨 닦고 세수하고(착한 노총각^^) 아침을......들고 컴터앞에 앉아 뭐 볼거 없나 뒤적거리다가 우연찮게 눈에 띄어 보게 된 영화 <화씨 9/11>. 사실 상영 당시 워낙 화제가 되었던 영화라 구하기는 꽤 오래전에 구해뒀는데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해서 구석에 쳐박힌채 블록버스터에 밀리고 밀리다가 잊혀진 영화였다. 아무래도 영화는 볼거리가 일단 많고 봐야 한다는 필자다보니…ㅠ.

 

“부시 : 맨날 골프만 치는 줄 알겠어”

부시는 9/11 전 집권 8개월 동안 42%에 해당하는 기간을 휴가로 보냈다

 

 백악관 근처에 간 것도 아닌데 대통령 경호원이 다 나타나 우리 보고 뭐하냐고 세세히 물었다

“무어 : 문제 일으키려는게 아닙니다”

Secret Service : 뭐하고 있는 건지궁금해서요”

“무어 : 대통령 경호원이 대사관도 지키시나요?

Secret Service : 특별한 경우죠”

“무어 : 대사관에 볼 일 있나요?

Secret Service : 상관 마세요”

“무어 : 그렇다는 걸로 알죠”

 

낡고 파손된 음울한 분위기의 성조기. 마치 무능한 정부로 인해 피폐해진 자신들의 나라를 상징하는 듯 하다

 

조만간에 이런 영화가 나와주지 않을까..ㅎㅎ

 

[포스트 내 이미지는 네이버 영화에서 발췌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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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챙겨먹고 조조할인 보고 와서 목욕 제계하고 두들겨 본다. - 무엇이 간만일까요? 이른 기상? 아침밥? 조조할인? 목욕? 맞추시는 분에게는 집에 돌아가시는 길에  사드실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계산은 각자 돈으로..필자가 돈이 어디 있습니까...쿨럭..ㅠㅠ - 원래는 <아티스트>를 보려고 하였으나 아쉽게도 <아티스트>의 조조 상영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한적한게 맘에 들어 조조를 즐기는 편인데 (싸기도 하고^^), 블록버스터의 공허함이 식상해 질때쯤 이렇게 작품성 있어보이는 영화를 한번 보려고 하면 이게 꼭 조조는 안한다. 혹시 필자의 정신적 정서적 성장에 따른 문화적 파괴력을 두려워한 CJ의 음모가 아닐까 하고 의심해보...퍼퍽!! 아무튼 조조는 보기로 했고 할 수 없이 2순위 영화로 <디스 민즈 워>를 클릭하려는 순간 눈에 띄고야 만 것이다. <존 카터:바숨 전쟁의 시작> SF 영화다. 일단 SF, 환타지 이러면 필자에게는 반쯤은 먹고 들어간다. 거부할 수가 없다. 가끔은 의무감 까지 느끼기도 한다.

 

  <존 카터:바숨 전쟁의 시작>은 알아보니 -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손구락 가는데로 두들기는 필자도 기본적인 정보 검색은 하고 있었던 것이다! - <타잔>을 창조해 낸 작가 '존 버로스' <존 카터 시리즈>중 가장 첫번째 이야기인 <화성의 프린세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바숨(화성) 공기도 없는 무인 행성이 아니라 공기도 있고 사람도 살고 있는 행성이라는 설정으로, 금을 찾아다니던 전직 군인이자 말 잘타고, 총 잘쏘고, 쌈 잘하는데다 의리있고 잘생기기까지 한 주인공 '존 카터'가 우연히 화성의 역사를 배후 조정하던 영생 불멸, 미지의 테른족을 만나 총으로 쏴죽이고(영생이라며?) 펜던트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목적 만능장치인 펜던트를 통해 바숨, 즉 화성으로 날아가 공주도 구하고 화성도 구한다는 내용이다.

 

 

 

 

  거두 절미 하고 필자의 감상을 말하자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답다' 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흥행에 성공하기는 글러먹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럭저럭 볼만은 한데 그다지 재미있다고 하긴 힘들고 몰입도도 떨어진다. 일반적으로 소설이 원작이라고 하면 스토리와 구성이 탄탄한 영화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는 인상만 그런 것으로 실제 원작이 있는 영화들을 보면 탄탄한 스토리와 구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느껴질 뿐 그 완성도와 재미가 영화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같은 경우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고 대부분 소설 원작의 영화들은 흥행에 실패했다.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매체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책이라는 것은 독자의 상상력이 중요하다. 물론 작가의 필력이 가장 중요하기는 하지만 같은 작품이라도 10인이면 10 100인이면 100인 읽는 독자마다 각각 다른 세상이 머리속에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감독 1인의 상상력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게다가 책처럼 충분한 분량을 할애해 이야기의 배경을 독자에게 설명해 주기 힘들다. 더구나 책을 읽는 중이라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배경을 다른 자료를 찾아 가며 이해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짧은 런닝타임으로 이 모든 것을 소화해 내야 하는 것이다. 이런점은 특히 현실과 다른 세상을 그려내 보이는 SF와 환타지 영화에서는 쉽게 극복하기 힘든 난점이 되어 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원작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존 카터:바숨 전쟁의 서막>은 다행히도 설정이 그렇게 복잡하지는 않은 듯 하여 영화를 보는동안 배경을 이해하는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스토리 진행이 좀 끊어지는 느낌으로 몰입도가 별로 높지 않았는데, 일단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은 이렇고 저 부분은 좀 저렇고 하는 식의 잡생각이 계속 들면 관객을 잡아두기는 애당초 틀린 것이다.

 

  필자는 영화를 보는 내내 <스카이 라인> <월드 인베이젼 (World Invasion: Battle LA)>이 계속 떠올랐다. 외계인이 나온다거나 SF 라거나 해서가 아니라 B급 블록버스터의 느낌 때문이었다. <반지의 제왕>으로 절정에 이르고 <아바타>로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래픽 기술과 특수 효과의 발달은 비주얼로는 블록버스터급인데 내용은 B급인 영화들을 양산하고 있다고 필자는 느껴왔는데, 앞서의 두 영화가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존 카터:바숨 전쟁의 시작> 10년 아니 5년 전이라면 그 비주얼 만으로도 기본적인 흥행은 보장받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은것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생명체와 외계인들의 자연스러운 움직임, 독특한 디자인의 도시와 기계 그리고 황량한 화성의 풍경등은 제법 볼 만 했던 것이다(공주님도 꽤 매력적이었고 말이죠^^). 그러나 이미 볼 만큼 봐왔고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진부한 영화를 비주얼 만으로 어필하기에는 힘든 현실이 아닐까? 이런 B급 블록버스터 영화일수록 유난히 거창하게 광고를 때려대는데 그래봐야 초반에 반짝일 뿐이고 나중에 광고비나 뽑아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뭐 필자의 주제에 맞지 않는 걱정이긴 하지만서도... 사실 이런 비주얼만 좋은 영화가 너무 넘쳐나는 것 같아 <아티스트>에 급 관심이 갔던 것인데...왜 조조를 안하냐고! 스크린 내리기 전에 얼릉 봐야할텐데...

 

 

 

 

 

 볼거리는 제법 된다

 

  좀 더 알아보니 감독 '앤드류 스탠튼(Andrew Stanton)' <-E>, <>, <토이스토리 3> 등으로 필자가 상당히 재미있게 봤던 3D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낸 감독이었는데 애니에서의 감동이 실사영화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듯 하다. 특히 <>은 제법 감동적이었는데 말이죠...ㅡㅅ-;

 

P.S - 2004년에 화성에 도착한 탐사로봇중 한대가 아직도 활동중이라는 포스트를 얼마전에 봤었는데요, 감동적이지 않나요..ㅎㅎ? 아무튼 이런 시대다 보니 아무래도 SF가 설 자리가 많이 좁아진건 사실 같습니다. 로봇이 측정 자료 보내고 사진 보내고 이런 마당에 '화성에 사람이 살고 있어!' 라고 해바야 설득력이 있겠냐고요...ㅠㅠ. <화성에는 엄마가 필요해>라는 애니에서는 화성인들이 로봇 카메라 앞에 화성 사진을 둬서 정보를 조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아마도 지금 보내오는 자료도 기술이 발달한 화성인들이 아직 폭력을 버리지 못한 지구인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조작한 자료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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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王道 - 천하를 얻고 사람을 다스리는 제왕술
왕박 지음, 이지은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필자 난생 처음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아본 <왕도>는 보슬보슬한 한지 위에 먹으로 그린 흑룡이 한쪽에 똬리를 틀고 있는 표지 디자인으로 처음 받았을 때는 소설로 착각했을 만큼 꽤 흥미를 당기는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천하를 얻고 사람을 다스리는 제왕술’ 이라는 거창한 부제에 걸맞는 중량감 있는 작품은 아니었다

 

시세(時勢) - 대세를 장악하는 제왕술

 

1장 진목공, 정략결혼을 통해 대국을 일으키다

2장 따뜻한 술을 앞에 두고 영웅을 논하다 : 도광양회의 제왕술

3장 이연의 기병 : 극한 모험인 건국을 안정적으로 이룩해 내다

4장 당현종의 성공과 패배요인 : 성공을 지키려면 잠시도 태만해져서는 안 된다

 

인화(人和) - 화합을 조성하는 제왕술

 

5장 춘추 최초의 패자(覇者) 제환공 : 사람 쓰는 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6장 역대 최다의 인재를 거느린 한무제 : 틀에 얽매이지 않은 한무제의 인재기용술

7장 강산은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 시절 얼마나 많은 영웅호걸들이 활약했던가! - 삼국시대의 인재전략

 

권술(權術) - 인심을 조정하는 제왕술

 

8장 대영웅의 마음가짐 : 초한전쟁은 버릴 줄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승부였다

9장 성실한 자의 성공비법 : 유수의 이유극강 전략

10장 ‘인덕’이냐 ‘권술’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 대영웅 부견의 비극적 인생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그저 이렇게 차례를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저자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춘추 전국시대부터 진, , 삼국시대를 거쳐 5 16국 시대까지를 넘나들며 기업을 일으킨 제왕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는 만큼, 소개되는 일화들은 제법 다이나믹하고 흥미롭기는 하나 그것뿐이다. 제왕

들의 에피소드도 매 챕터 말미에 짤막하게 나오는 저자의 말도 어디선가, 언제인가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진부한 이야기들로, 필자에게는 무수한 자기계발서들과 별다른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다. 때론 책의 90%를 넘게 차지하는 제왕들의 일화가 너무 장황하게 소개되어 저자가 이를 통해 과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통해 역사에 좀더 쉽게 다가가게 하기 위한 교양서 정도의 의미라면야 나쁘지 않겠으나 대놓고 ‘제왕술’ 운운하는 마당이니 그렇게 소프트한 책도 아닌 것이다. 체제 변환과 개혁으로 그저 땅떵어리 크고 인구 많던 나라를 넘어 세계의 패자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가 되었건 ‘왕도’라는 주제가 관심사가 될 수도 있겠으나, 무능과 부패한 독재 정권하에 전 국민이 우울증에 빠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 ‘왕도’라는 주제는 시세에도 어긋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더구나 저자의 주의, 주장이 무엇인지 당췌 명확하지가 않아 ‘왕도’ 즉, ‘제왕술’이라는 진지한 주제를 그리 중량감 있게 그려낸 느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책으로서의 소프트함을 말하기도 뭐한 그야말로 어정쩡한 일화집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요숭은 현종에게 열 가지 개혁방안을 올렸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황제의 측근이 정사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고, 황제의 상벌권한을 소중히 여기고 신하가 황제에게 간언을 하도록 허용하고, 각지 관원이 사사로이 바치는 공물을 받지 않고, 군주와 신하는 서로를 예로써 대해야 한다.

 

그나마 인상적이었던 구절은 당 현종에게 내놓은 위와 같은 요숭의 개혁안으로 현 정권이 좀 명심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 이런걸 유념하는 정권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우울해 지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정치를 하는 사람, 권력을 가진 자라면 적어도 이런 정도는 상식으로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졸필이나마 아니 졸필이기에, ‘손구락 가는데로’가 모토인 필자가 몇 번이나 이 리뷰를 새로 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읽고 나서 그다지 느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를 서평단에 뽑아주시고 도서를 제공해 주신 ‘시그마북스’에 감사하는 마음은 변함없으나, 느낌이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가능하면 모자란 필력으로나마 좋은 평을 쓰고 싶었고 그것이 예의겠으나 마음이 일지 않으니 죄송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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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영국에서 영국 아가씨들 집에 놀러갔는데 아가씨들이 ‘소녀시대’의 ‘Gee’를 불러서 깜짝 놀랐다는 포스팅을 봤다. 그 때는 그냥 ‘호~ 놀라운데’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깰랑 말랑하는 비몽사몽의 순간 문득 미드에서 등장하는 한국의 모습이 며칠 전 읽었던 포스팅과 겹쳐서 떠올랐다. 요 며칠 도서 리뷰로 열심히(정말?) 달렸으니 쉬어가는 의미로 한번 생각나는대로 두들겨 보려 한다.

 

‘김윤진’, <그레이스 아나토미> ‘산드라 오’, <배틀스타 갈락티카> <하와이 파이브 오> ‘그레이스 박’, <하와이 파이브 오> ‘다니엘 대 김’. 미드 팬이라면 이 이름들에서 ‘한국계’라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별 무리가 없으시리라. 주연급만 대충 뽑아보면 이렇고 제법 비중 있는 조연급까지 포함하면 어느 분 말씀대로 미드에 한국계 배우 풍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비록 원탑으로 주연을 맡은 경우는 없지만 외국영화에는 상도 안주고 유색인종은 주연으로 거의 쓰지 않는 미국의 정서를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히 미드의 경우 몇 년동안이나 시즌을 이어가는 특성 상 여러명의 주연급을 두어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미드에서 주연급은 비중 있는 조연의 호의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연급인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한국계 배우’ 풍년인 미드에서 과연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떨까요..ㅎㅎ?

 

‘한국계 배우’라고 하기 뭐한 그냥 ‘한국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김윤진’에게 일약 ‘월드 스타’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미드 의 한 장면이다.

 

다리 중간에 [한강대교] 라고 보이시는가? 극중 한국 재벌 딸로 출연한 ‘김윤진’의 한국 씬 에서 나온 장면이다. 요 앞장면에서 ‘김윤진’이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설정상 한국 굴지의 재벌, 즉 삼성, 현대급 재벌인데도 그 아버지의 사무실이 허접했던 것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이어지는 장면은 어디 70년대에 찍은듯한 또랑가 풍경같은게 나오길래 역시나 하며 넘기려는 순간. 필자는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또랑위 다리에 떠억~! 하니 붙어있는 [한강대교]의 푯말을

 

 

 

정확하게 어느 드라마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한국인 유력인사와 주인공이 첫 대면하는 장면이 있었다. 설정은 상대방인 한국인 유력인사가 예의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었고,  첫 대면에 술잔을 나누는 것이 예의니 주면 원샷하라는 것이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대면하는 장면. 주인공과 한국인 유력인사가 만나고 옆에서 여비서가 술병하나와 술잔 두개를 얹은 쟁반을 들고 있다가 술이 담긴 술잔을 하나 건네준다. 이 시점에서 세 사람 모두 서있는 상태. 건네주는 술은 상대방 유력인사가 좋아하는 한국의 ‘전통주’. 그리고 보여지는 술병에 써있는 글씨는…[소주]. ~ 젠장 그럼 그렇지..ㅋㅋㅋ. 우리나라 어디에 손님을 세워놓고 술따라 주는 동네가 있냐고~! 게다가 소주가 전통주라니, 아니 세계 어느나라에서 화학주를 전통주로 하는 나라가 있냐고~! 거기다가 걍 흰 종이에 [소주]라고만 써있는 소주병은 요즘엔 어디가서 구하기도 힘든 두꺼비병…ㅋㅋ

 

주연급 4인중에 2인이 ‘한국계 배우’인 <하와이 파이브 오>. 시즌 2 에피소드중 북한에 침투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동료의 남친을 구하러 간다는 설정이었는데 주인공 혼자 여자 동료와 짚차 타고 북한군을 만나러 간다. 결국엔 주인공이 함정에 빠져 북한군에게 잡히게 되는데.. 뭐 여기까지는 허접한 한국말 빼고는 그냥 봐줄만 하다. 침투해서 활동하기가 빡시지 침투 자체가 불가능한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에서 혹시나 했던 사실이 밝혀지는데, 주인공이 이대로 죽어버리면 드라마가 끝나니까 남은 친구들이 주인공 구출하러 가는데 이게 휴전선 부근 마을에서 은퇴해 살던 왠 미국 할아버지를 만나더니 뜬금없이 다 낡은, 월남전에나 쓰였을법한 AH-60을 꺼내타고 날아서 넘어가신다. 그렇다! 짚차 나올 때 설마 했는데 주인공은 육로로 친구들을 공중으로 휴전선을 넘었던 것이었다! 북한은 그렇다 치고, 대한민국의 철통보안을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닌가…ㅋㅋ?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 26개월 일빵빵 보병으로 전역한 필자의 경험, 그리고 8개월의 GOP(철책선) 근무 경험으로 장담하거니와 침투의 방식으로 휴전선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휴전선 철책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게 어디 영화에서처럼 대충 모포 한장 걸쳐놓고 타넘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높이도 높이거니와 윤형 철조망, 그러니까 동글뱅이 철조망이 꼭대기에 올려져 있는 2중의 Y형 철책과 그 사이에 놓여있는 또하나의 윤형 철조망까지 3중 철조망이 동쪽 땅끝에서 서쪽 땅끝까지 이어져 있다. 침투하려면 이걸 자르고 가야하는데 낮에는 50~100미터 야간에는 20~30미터 간격으로 대한민국 육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어찌저찌 몰래 뚫었다고 해도 어디에 지뢰가 묻혀 있는지도 모르는 1~2 킬로미터의 비무장 지대를 그것도 비무장 지대내의 거점마다 있는 GP의 감시를 피해 넘어야 하고 그렇게 비무장 지대를 건너면 남측 철책 못지않는 북측 철책과 초소를 만나게 된다. 이걸 뚫고 넘어간것도 모자라 짚차에 운전수까지 구했다고? 거기에 헬기타고 개성 근처까지 구출작전을…ㅋㅋㅋ. 휴전선을 무슨 멕시코 국경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아니 맨날 북한을 악의 축이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 국가니 떠들면서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와이 파이브 오>가 원래 디테일따위 국끌여 먹고 캐릭터만으로 승부하는 드라마긴 하지만 그래도 좀 자제해 주시라…ㅋ;

 

이상이 필자가 미드에서의 한국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들이었고 이 외에도 꽤 어이없는 장면들이 많았다. 보지 못한 드라마까지 치면 상당하리라. 아니 뭐 현실상 한국배우를 데려다 쓰지 않는 이상 허접한 한국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남의 나라 문화와 현실을 이따위로 대충 날려먹어도 되는건가 싶다. 드라마 몇 개 가지고 그네 나라의 우리나라 인식이 어쩌네 하기는 좀 무리일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라는 것이 대중에 밀접한 만큼 그래도 가장 쉽게 그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알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닐까? 이래놓고 꾸역꾸역 미드를 보고있는 필자도 문제긴 하지만…;;

 

이상으로 ‘한류’ 포스팅 보고 뜬금없이 떠오른대로 주절거려본 오름군이었습니다. 비오더니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꽃샘추위 조심하시고 항상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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