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영국에서 영국 아가씨들 집에 놀러갔는데 아가씨들이 ‘소녀시대’의 ‘Gee’를 불러서 깜짝 놀랐다는 포스팅을 봤다. 그 때는 그냥 ‘호~ 놀라운데’ 하고 넘어갔는데 오늘 아침 잠에서 깰랑 말랑하는 비몽사몽의 순간 문득 미드에서 등장하는 한국의 모습이 며칠 전 읽었던 포스팅과 겹쳐서 떠올랐다. 요 며칠 도서 리뷰로 열심히(정말?) 달렸으니 쉬어가는 의미로 한번 생각나는대로 두들겨 보려 한다.

 

‘김윤진’, <그레이스 아나토미> ‘산드라 오’, <배틀스타 갈락티카> <하와이 파이브 오> ‘그레이스 박’, <하와이 파이브 오> ‘다니엘 대 김’. 미드 팬이라면 이 이름들에서 ‘한국계’라는 단어를 떠올리는데 별 무리가 없으시리라. 주연급만 대충 뽑아보면 이렇고 제법 비중 있는 조연급까지 포함하면 어느 분 말씀대로 미드에 한국계 배우 풍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비록 원탑으로 주연을 맡은 경우는 없지만 외국영화에는 상도 안주고 유색인종은 주연으로 거의 쓰지 않는 미국의 정서를 생각하면 이러한 변화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특히 미드의 경우 몇 년동안이나 시즌을 이어가는 특성 상 여러명의 주연급을 두어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미드에서 주연급은 비중 있는 조연의 호의적인 표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연급인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한국계 배우’ 풍년인 미드에서 과연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얼마나 될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어떨까요..ㅎㅎ?

 

‘한국계 배우’라고 하기 뭐한 그냥 ‘한국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김윤진’에게 일약 ‘월드 스타’라는 타이틀을 붙여준 미드 의 한 장면이다.

 

다리 중간에 [한강대교] 라고 보이시는가? 극중 한국 재벌 딸로 출연한 ‘김윤진’의 한국 씬 에서 나온 장면이다. 요 앞장면에서 ‘김윤진’이 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설정상 한국 굴지의 재벌, 즉 삼성, 현대급 재벌인데도 그 아버지의 사무실이 허접했던 것부터 조짐이 이상하더니, 이어지는 장면은 어디 70년대에 찍은듯한 또랑가 풍경같은게 나오길래 역시나 하며 넘기려는 순간. 필자는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또랑위 다리에 떠억~! 하니 붙어있는 [한강대교]의 푯말을

 

 

 

정확하게 어느 드라마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한국인 유력인사와 주인공이 첫 대면하는 장면이 있었다. 설정은 상대방인 한국인 유력인사가 예의를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었고,  첫 대면에 술잔을 나누는 것이 예의니 주면 원샷하라는 것이었다. 뭐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대면하는 장면. 주인공과 한국인 유력인사가 만나고 옆에서 여비서가 술병하나와 술잔 두개를 얹은 쟁반을 들고 있다가 술이 담긴 술잔을 하나 건네준다. 이 시점에서 세 사람 모두 서있는 상태. 건네주는 술은 상대방 유력인사가 좋아하는 한국의 ‘전통주’. 그리고 보여지는 술병에 써있는 글씨는…[소주]. ~ 젠장 그럼 그렇지..ㅋㅋㅋ. 우리나라 어디에 손님을 세워놓고 술따라 주는 동네가 있냐고~! 게다가 소주가 전통주라니, 아니 세계 어느나라에서 화학주를 전통주로 하는 나라가 있냐고~! 거기다가 걍 흰 종이에 [소주]라고만 써있는 소주병은 요즘엔 어디가서 구하기도 힘든 두꺼비병…ㅋㅋ

 

주연급 4인중에 2인이 ‘한국계 배우’인 <하와이 파이브 오>. 시즌 2 에피소드중 북한에 침투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비공식적인 루트로 동료의 남친을 구하러 간다는 설정이었는데 주인공 혼자 여자 동료와 짚차 타고 북한군을 만나러 간다. 결국엔 주인공이 함정에 빠져 북한군에게 잡히게 되는데.. 뭐 여기까지는 허접한 한국말 빼고는 그냥 봐줄만 하다. 침투해서 활동하기가 빡시지 침투 자체가 불가능한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어지는 장면에서 혹시나 했던 사실이 밝혀지는데, 주인공이 이대로 죽어버리면 드라마가 끝나니까 남은 친구들이 주인공 구출하러 가는데 이게 휴전선 부근 마을에서 은퇴해 살던 왠 미국 할아버지를 만나더니 뜬금없이 다 낡은, 월남전에나 쓰였을법한 AH-60을 꺼내타고 날아서 넘어가신다. 그렇다! 짚차 나올 때 설마 했는데 주인공은 육로로 친구들을 공중으로 휴전선을 넘었던 것이었다! 북한은 그렇다 치고, 대한민국의 철통보안을 너무 우습게 보는거 아닌가…ㅋㅋ?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 26개월 일빵빵 보병으로 전역한 필자의 경험, 그리고 8개월의 GOP(철책선) 근무 경험으로 장담하거니와 침투의 방식으로 휴전선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다. 휴전선 철책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게 어디 영화에서처럼 대충 모포 한장 걸쳐놓고 타넘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높이도 높이거니와 윤형 철조망, 그러니까 동글뱅이 철조망이 꼭대기에 올려져 있는 2중의 Y형 철책과 그 사이에 놓여있는 또하나의 윤형 철조망까지 3중 철조망이 동쪽 땅끝에서 서쪽 땅끝까지 이어져 있다. 침투하려면 이걸 자르고 가야하는데 낮에는 50~100미터 야간에는 20~30미터 간격으로 대한민국 육군이 보초를 서고 있다. 어찌저찌 몰래 뚫었다고 해도 어디에 지뢰가 묻혀 있는지도 모르는 1~2 킬로미터의 비무장 지대를 그것도 비무장 지대내의 거점마다 있는 GP의 감시를 피해 넘어야 하고 그렇게 비무장 지대를 건너면 남측 철책 못지않는 북측 철책과 초소를 만나게 된다. 이걸 뚫고 넘어간것도 모자라 짚차에 운전수까지 구했다고? 거기에 헬기타고 개성 근처까지 구출작전을…ㅋㅋㅋ. 휴전선을 무슨 멕시코 국경쯤으로 생각하나 보다. 아니 맨날 북한을 악의 축이니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통제 국가니 떠들면서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하와이 파이브 오>가 원래 디테일따위 국끌여 먹고 캐릭터만으로 승부하는 드라마긴 하지만 그래도 좀 자제해 주시라…ㅋ;

 

이상이 필자가 미드에서의 한국 하면 먼저 떠오르는 장면들이었고 이 외에도 꽤 어이없는 장면들이 많았다. 보지 못한 드라마까지 치면 상당하리라. 아니 뭐 현실상 한국배우를 데려다 쓰지 않는 이상 허접한 한국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남의 나라 문화와 현실을 이따위로 대충 날려먹어도 되는건가 싶다. 드라마 몇 개 가지고 그네 나라의 우리나라 인식이 어쩌네 하기는 좀 무리일지는 모르겠으나 드라마라는 것이 대중에 밀접한 만큼 그래도 가장 쉽게 그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알 수 있는 컨텐츠가 아닐까? 이래놓고 꾸역꾸역 미드를 보고있는 필자도 문제긴 하지만…;;

 

이상으로 ‘한류’ 포스팅 보고 뜬금없이 떠오른대로 주절거려본 오름군이었습니다. 비오더니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꽃샘추위 조심하시고 항상 좋은일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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