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길 위의 한 소년. 덜컹거리는 철로. 달려오는 기차. 기적이 울고, 소년의 기괴한 울부짖음. 안개는 소년의 죽음을 덮고... 사업에 실패하고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아내의 연줄을 이용해 무진시의 특수학교인 자애학원에 기간제 교사로 발령받아 떠나는 강인호. 그와 함께 하나씩 밝혀지는 자애학원의 진실들… 이렇게 <도가니>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참으로 뒤늦은 리뷰다. 필자가 워낙 뒷북에 능한 탓이기도 하고 얼마 전에서야 뒤늦게 읽은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표현할지 알 수 없어서이다. 그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고작 300페이지도 안되는 얇다란 이 책이 몇번이나 솟구치는 울분에 눈물을 흘리게 하고, 몇번이나 더 읽을 수 없어 책을 덮게 만들었는지, 귀찮다는 이유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먹고 살자는 이유로, 세상을 바로 보지 않으려 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려 했던 스스로를 얼마나 참담하고 부끄럽게 만들었는지, 도무지 무어라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잘 모른다. 기억나는 것은 <고등어>를 읽고 나와는 맞지 않는 작가라고 느껴서 그 후로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기억뿐. 그러나 <도가니>를 읽으며 필자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다시 인식하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하였다. 일개 독자인 게다가 감성이 무딘 필자가 몇번이나 거르고 정제되어 나온 소설을 보면서도 이렇게 아팠는데 일선에서 직접 취재하여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듣고 써나가야 했던 작가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런지... 이렇게 강하고 굳은 작가를 어찌 다시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물론 당사자의 고통과 아픔이야 상상할 수조차 없으리라. 수년간이나 인간으로서 못할 짓을 당해왔던 고통과 또 그 가해자들이 권력의 힘으로 돈의 힘으로 풀려나는 것을 보았을때의 울분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으랴!

 

  필자는 영화가 흥행했을 때도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때도 그냥 또 하나의 부조리의 이야기겠거니 하며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었다. TV의 뉴스에서 걸핏하면 나오는 학원 비리에 관련된 이야기겠거니 지레 짐작해버린 것이었다. 평소에 시사에 관심이 없던 필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도가니>라는 소설의 실화가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했으니 말해 무엇할까. 이야기를 읽고 난 지금에는 이러한 스스로의 무관심이, 머리도 꽁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알음하는 오만함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와 같은 무관심이 이 아이들을, 우리의 아이들을 인간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겪을 수 없고 겪어서도 안되는 일을 겪게 한 것 같아 아프고 참담하고 부끄러울 다름이다

 

  언젠가 좀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 작품의 이야기를 두들기리라 마음먹으며 미루었던 리뷰였지만 결국 하나도 나을것이 없으니 민망할 뿐이다. 그러나 어차피 부족한 뇌용량으로 손구락이 두들기는대로 내맡기기로 한 리뷰 인생 아니던가? 모자라고 또 모자라지만 언젠가 조금은 나아지리라 믿으며 그 때가 오면 다시 한번 목욕 제계하고 이 이야기를 마주하리라 다짐하며 마무리 하고자 한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면 세상이라는 호수에 검은 잉크가 떨어져내린 것처럼 그 주변이 물들어 버린다. 그것이 다시 본래의 맑음을 찾을 때까지 그 거짓말의 만 배쯤의 순결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아래는 도가니 카페에서 퍼온 광주 인화확교 실제 사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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