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하다보니 꽤 많은(?) 장서가 서가를 채우고 있다. 책임감, 또는 의무감이랄까. 아니면 책을 읽고 모으는 것부터 부분적으로는 지적인 허영심이 일부 있었던만큼 개인적인 허영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아무튼 읽은 책에대한 서평을 틈틈히 써보기로 작심했다.
필자는 천성이 게으른 탓인지 서점에서 발품을 팔기보다는 주로 인터넷 구매를 애용하다보니 특별히 찾는 책이 아닌 경우에는 주로 독자들의 별점과 서평을 참고하게 된다.
"평점이나 리뷰는 굉장한데 기대만큼 재미있지 않네..;;"
필자와 같이 이러한 독자평을 참고로 구매해본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으리라. 재미있는점은 지금까지 내가 검색한 대부분의 책에는 리뷰가 아예 없거나, 거의 만점(별4~5개)의 리뷰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극과 극인 셈인데, 필자는 이러한 별점 현상이 일종의 애독자(책을 좋아하는 사람?)가 가지는 일종의 딜레마가 아닌가 싶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은 어떤 장르가 되었든 한번쯤은 좋은 글 한편쯤 써보고 싶은 욕구가 있었으리라. 그러한만큼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조금이라도 알기에 갈망하지만 도달할수 없는것에 대한 경외감으로 '절대!' 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완성되어 출간된 책에 평을 하지 않으면 모를까 악평을 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뭐, 일반론 적으로 얘기한다면 책읽는 사람중에 나쁜사람은 없다고나 할까^^;
다른 이유로는 서평의 어려움에 있으리라. 인터넷 구매로 시작했으니 다른 인터넷 구매로 비유해보자. 오리털 파카를 하나 샀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현물을 구매하게 되면 크게 세가지에서 만족도를 체크하리라. 품질, 편의성, 디자인. 즉, 따듯하고 편하며 예쁜가 이다. 옷은 다들 예쁘다고 하는데 입어보니 바람은 숭숭 들어오고 오리털은 삐질삐질 삐져나온다면 이 파카에 대한 품평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물건이냐에 따라 - 패션용품이라면 디자인이, 식품이나 도구라면 품질과 편의성 - 혹은 개인에 따라 품평함에 있어 각 항목의 중요도는 차이가 있겠으나 품평이 어렵지는 않으며 주관적인 평이라 하더라도 대체적인 객관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이른바 일반적 보편성(이런말이 있나;;)의 획득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 책도 물론 현물이니만큼 제본 및 편집 인쇄 상태, 전체적인 디자인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한가지 다른 물건과 달리 책에는 한가지 평이 더 추가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이것이 다른 물건들과 책의 정체성을 구분짓는 것이자 책이라는 물건에 있어서는 가장 중요하고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파카가 별루 따듯하지도 않고 오리털좀 날리지만 나는 이뿌니까 상관없다는 사람이 있다면, 뭐 좀 이해가 안가도 그러려니 하면서 이해해 줄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 있어서는 내용이 형편 없고 재미도 없는데 디자인이 맘에 들고 제본이 잘되서 괜찮다...에 이해할 애독자는 아무도 없다. 다른 물건에 있어서 중요시 되던 것들이 책에 있어서는 완전히 부차적인 것이다. 검은것은 종이요..쿨럭.. 하얀것은 종이요 검은것은 글씨로다..하며 넘길수 있는 물건이 아닌것이다.
그리하여 서평에 있어 가장 중요한것은 그 내용을 평함에 있는데, 문제는 이게 제법 어렵게 느껴진다는것이다. 그 이유는,
첫번째, 책의 내용이라는건 정말 개개인의 취향차이가 너무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필자가 정신없이 읽었고 추천해줘서 읽었던 지인들조자 "재미있음!"을 연발했던 '다빈치 코드' 조차 모 후배는 "어려워서 재미없던데요" 란다(대체 뭐가 어려워ㅡㅡ?).
두번째, 책의 리뷰는 한줄 리뷰에서조차 그냥 "재미있네요.." "맘에들어요" "별루네요" "잼없네 시파!" 뭐 이런 리뷰를 배척하는듯한 일종의 압박감이 느껴진다. 한줄 리뷰라고 해도 뭔가 함축적이고 지적인 말을 남겨야 될거 같은 느낌이다. 장문의 마이 리뷰에 이르면 본문 내용은 기본이요 각종 인용문 및 연관서적에 관련 작가들까지 등장하니 서평에도 어떤 기준과 형식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팍팍 느껴진다.
세번째, 다른 물건은 딱 보고 대충이라도 평이 가능한데(이쁘다던가, 먹음직스럽다던가) 책은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몇달에 이르러 한권을 독파해야 최소한의 서평이라도 남길수 있다. 겉표지만 보고 "좋은책이야, 재미있어!" 이럴수는 없으니 여타 경매 사이트처럼 구매결정할때 한줄평같은걸 반강제로 남기게 할수도 없는것이다.
필자가 되지도 않는 설을 이렇게 장황하게 풀어놓는것은, 감히 서평이라고 쓰려고 보니 필자의 부족한 문장력이 부끄러워서이다. 무엇을 숨기랴. 이야기라는 마약에 중독된것도 책좀 읽으면 여자한좀 꼬셔볼까, 좀 난채해볼까 하는 사적 욕망에서 시작하였음이니, 지식의 광채는 고사하고 연인하나 없이 남은것은 먼지싸인 장서뿐임을..그리하여 필자는 독자제헌을 받들어 도적을 토벌하고 한실을 부흥하여...쿨럭..는 아니고..그냥 재밌었다, 재미없었다..느끼는데로, 손가락 가는데로 부족한 평이나마 리뷰라는 미명하에 남기려고 하니...제발 돌만은 던지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