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주고 싶은 가을

미술관과 미술관 사이에서
그림 하나 뚝, 떨어진다.

가을이다.

단풍잎 같은 빨강이다.
은행잎 같은 노랑이다.
손대지 않은 그리움이다.

건드리지 않아도
알맞게 떨어지는 하늘

모든 사람들에게
보내는 뜻 깊은 전단

담벼락을 따라가며
조명에 들어있지 않는 풍경을 보며
그림을 몰고 간다

촘촘한 그물 속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과 함께 걸으며
때론, 굴러가는 풍경을 보며
애타게 찾을 주인을 찾으러 간다.

어느 미술관에서 잃어버린 지도 모를
그림 한 점을 몰고 간다

누구도
포장이 안된 그림은 탐내지 않는가 보다

한꺼번에 미술관의 걸렸던 그림이
우르르 한꺼번에 쏟아진다

이젠 챙겨 갈 수 없는, 이 많은 분실물.
이젠, 돌려 줄 내 주소도 잃었다

...문 춘 식...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인의 덧붙임 말: 우리는 미술관의 벽 위에 걸린 그림만 명화라 한다. 
살아서 움직이는 계절의 풍경을, 우린 그림이라 말하지 않는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직은 여름이다. 창 너머 숲이 초록으로 짙푸르다. 그러나 바람이 달라졌고 볕이 달라져 가을을 예고하고 있다. 올 가을은 유난히 짧을 거라고 해서 미리 가을을 느껴보고 싶어서 가을 시를 올렸다.미술관과 미술관 사이-아니 내 주변에서 그림들이 뚝뚝 떨어질 가을을 미리 상상하며......./讚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水巖 2004-08-2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좋은 음악, 그리고 님의 멋있는 말씀 잘 읽고 갑니다.

진주 2004-08-27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수암이란 닉이 참 詩적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컬러판
셸 실버스타인 지음, 선영사 편집부 엮음 / 선영사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아들이 3학년 때 쓴 독후감을 여기에 옮깁니다*

어머니께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으라고 하셨다. 이 책은 쉘 실버스타인이 짓고 그림도 그렸다.

소년과 나무는 친구이다. 나무는 소년을 무척 사랑했다. 소년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주었는데 소년은 준 것이 없다. 소년이 돈을 갖고 싶다고 해서 나무는 사과를 모조리 주었다. 그리고 소년이 집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나무는 가지를 베어 주었다. 소년이 배가 필요하다고 할 때 나무는 몸통까지 잘라 주었다.

나무는 행복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친구를 행복하게 해 주니까 나무도 행복한가 보다. 그렇지만 자기 몸을 잘라 낼 때 아팠을 것이다. 그럿도 모르고 떠나가는 소년은 배신자 같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정말 행복했을까? 많이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무는 혼자 있었기 때문이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심심하고 쓸쓸하다.

소년이 늙어서 찾아 와서는 피곤하다고 했다. 나무는

"이 봐, 앉아서 쉬기에는 늙은 나무 밑동이 가장 좋지. 자 이리와서 앉아. 앉아서 편히 쉬어."

라고 했다. 같이 있게 된 나무는 아주 행복했다.

나무 밑동에 앉아 있는 소년을 보니 평화로웠다. 우리 가족도 함께 있어서 행복하다. 나도 소중한 우리 가족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해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녀 2004-08-26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래 글도 그렇고... 참 아드님 글을 잘 쓰누만요. 아니 생각이 참 깊군요.
아, 울 아들놈. 지금 3학년인데, 1학년 때 삼국지를 읽고(물론 만화로) 기가막히게 글을 써서 전 뭐가 되도 되겠다 했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흑흑... 쓰는 것 자체가 싫은 귀차니즘입니다. 제가 뭘 어디서부터 잘못한 걸까요?

진주 2004-08-27 0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도 그래요. 아랫글-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약속은 뭔뭔 대회에 나가서 쓴 거구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평소에 쓴 것인데, 억지로 쓴 표도 좀 나죠? 그나마 작년까지는 성실하게 쓰는 것 같더니 요즘은 머리가 좀 굵어졌다고 전혀 안 해요. 일기 쓴 것도 가끔보면 "에휴~~"탄식이 나올라 그랍니다 ㅡ.ㅡ;

잉크냄새 2004-08-2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국민학교 5학년때까지 약 150편정도의 독후감을 기록한 노트를 가지고 있었는데 언젠가 이사할때 잃어버리고 말았죠. 지금 가지고 있었으면 참 좋은 추억거리였을텐데 아쉬워요. 그나저나 아드님 글 잘쓰시네요.

진주 2004-08-27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런 이력이 있으시군요 잉크님.150편을 썼으면 150권을 읽었단 말이네요..저는 제게 그렇게 많은 책이 없었던 것 같아요.그래서 같은 책만 100번 가까이 읽었던 기억나요...(우리 아들은 글을 잘 쓴다기 보다 솔직하게 썼지요? 제가 늘 솔직을 강조하거든요. 그리고 이 놈이 정말 잘 하는 건 제목만들기예요. 나와동갑인 선영이-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약속 - 아름다운 도전 2 아름다운 도전 9
고정욱 지음, 이은천 그림 / 두산동아 / 200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이 3학년 때 쓴 독후감을 여기에 옮깁니다*

나는 이 책이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주인공 김선영이 실제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영이는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 산다. 나이도 나와 같은 10살이다. 선영이는 꼭 내 친구 같다.

선영이 아버지는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직업은 구두닦이이다. 선영이는 광민이가 아버지와 함께 축구하는 것을 보고 부러워한다. 자기의 아버지는 장애인이라서 축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도 바빠서 나랑 축구를 못하신다. 선영이는 아버지를 부끄러워 하였다. 나도 만약 아버지가 장애인이라면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

선영이 아버지는 슬펐다. 선영이가 아빠를 부끄럽다고 일기를 썼는데, 일기를 읽은 아버지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나는 선영이 아버지가 불쌍하게 보였다.

어느 날 아버지는 텔레비전에서 휠체어를 타고 유럽대륙을 횡단하는 대학생을 보았다. 장애인이 20일간 휠체어로 유럽을 돌았다. 선영이 아버지는 바로 저거다! 하면서 휠체어 대신 자전거를 타고 선영이와 강원도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선영이 엄마는 산악용자전거를 사왔다. 온종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스무바퀴 이상 도는 훈련을 하였다.

20일 훈련을 마치고 드디어 출발을 했다. 대구에서 간성까지 간다. 나도 간성에 가 본 적이 있다. 통일전망대가 있고 대구에서 많이 멀다. 그 길을 자전거로 가려면 얼마나 힘들까? 첫날 선영이 자전거가 펑크가 났다.텀프트럭 때문에 아버지가 다쳤다. 죽령은 어마어마하나 고개였다. 선영이는 지칠대로 지쳐서 탈진하기 직적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려고 했다.

그날 밤 아버지는 어릴적 이야기를 해 주셨다. 고아인데다 장애인이라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았다. 선영이도 아빠처럼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굳게 약속했다.

진부령을 넘을때 태풍이 불었다. 베게만한 돌덩이가 굴러 내려와 아버지 자전거가 부서졌다. 그래서 선영이 혼자 탔다. 선영이는 정말 대단하다. 나는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장애인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도 어리지만 선영이처럼 용기를 내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나 똑같은 세상, 언제나 똑같은 의자들, 똑같은 침대, 똑같은 사진이야. 그리고 나는 책상을 책상이라고 부르고 사진을 사진이라고 하고, 침대를 침대라고 부르지, 또 의자는 의자라고 한단 말이야. 도대체 왜 그렇게 불러야 하는 거지?"
.
.
.
.
침대는 사진이라도 불렀다.
책상은 양탄자라고 불렀다.
의자는 시계라고 불렀다.
신문은 시계라고 불렀다.
거울은 의자라고 불렀다.
시계는 사진첩이라고 불렀다.
옷장은 신문이라도 불렀다.
양탄자는 옷장이라고 불렀다.
사진은 책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사진첩은 거울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
아침에 이 나이 많은 남자는 오랫동안 사진 속에 누워 있었다. 아홉 시에 사진첩이 울리자 남자는 일어나서, 발이 시리지 않도록 옷장 위에 올라섰다. 그는 자기 옷들을 신문에서 꺼내 입고 벽에 걸린 의자를 들여다 보고, 양탄자 앞 시계 위에 앉아 자기 어머니의 책상이 나올때 까지 거울을 뒤적였다.

...피터 빅셀의 책상은 책상이다 中에서...


--------------------------------------------------------------------------------

모처럼 책 내용과 잘 어울리는 사진을 찾아 혼자 흐뭇해 하며 ^^; /04.08.25. 讚美/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4-08-25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과의 사진의 접목이 대단하십니다...
 
책상은 책상이다
페터 빅셀 지음, 이용숙 옮김 / 예담 / 200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책을 만났을 때 나는 기분이 좋다. 이 책은 얇고 가벼운 덩치 때문에 갖고 다니기가 쉽다. (덤으로 책값도 저렴한 편) 즉, 한 번 읽고 책장에 꽂히는 그런 책이 아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는 말이다. 쉽게 읽혀지면서 오랫동안 되새김질 할 있는 책이다. 심오하고 중요한 만큼 책의 외형이 두껍고 무거운 것은 당연히 예상하는 일이겠지만, 쉬운 문체와 간결한 이야기에 삶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있는 내용이  실려 있다면 무척 반가운 일이다.



지은이 피터 빅셀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그의 단순하면서 명료한 문체에 주목할 것이다. 군더더기라곤 전혀 없는, 지극히 축약된 문장. 그리고 그가 구사한 단어들은 아주 쉬운 것이라고 했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독일어의 기본만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현학적인 글에 머리가 뽀개지는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나같이 부실한 독자는 지은이의 의도를 100%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피터 빅셀은 자신의 의사를 독자에게 소통시키기 위해 가장 노력한 사람으로 보인다.



피터 빅셀의 감칠맛나는 문장에 못지 않게 빛나는 것이 세상을 보는 그의 시선이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생존작가로서 산업화와 정보화로 삭막해질대로 삭막해진 세상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그의 문학세계는 시작된다. 산업화 이후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황폐한 모습. 그로 인해 사회성의 극심한 저하현상. 서로간의 소통이 잘 안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중학생들과 함께 공부하였는데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 그의 작품 속에 있었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의 영향권 속에 살고 있다. 친구와의 우정이 한참 아름답게 싹틀 시기이지만 그들은 친구와 노는 것 보다는 혼자서 게임하고, 사이버 세상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은둔하는 시간이 많다. 심지어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와 닉네임으로 채팅하는 것으로 친구사귀는 것을 대신하기도 한다. 1년이 지나도록 40명이 안되는 한 반 친구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하는 것과 이 책의 주인공들이 겪는 세상과의 단절이 무엇이 다른단 말인가?



 세상이 둥글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똑바로 앞으로 나간 "이젠 아무 것도 더 할 일이 없는 남자".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 되는 일상에 진저리가 나서 사물의 이름을 자신만의 언어로 재창조 작업을 하는 "어떤 나이 많은 남자". 기차를 너무나 좋아하여 열차시간표까지 달달 외우지만 결코 열차를 타지 않는 "기억력이 좋은 남자" 등등 이들은 모두 세상과 단절되었으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이 막힌 사람들이다. 우화의 형식 속에 비록 과장된 모습이지만, 오늘날의 청소년 그리고 어른들 사이에서 아주 낯선 모습은 아니다. 우리도 여전히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상호간에 소통이 안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우린 비판하거나 절망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작가 피터빅셀은 그들을 향하여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지구를 한바퀴 돌려고 떠난 여든이 넘은 노인을 십년 넘게 기다린다는 책 속의 직접화법에서 그의 애정어린 시선이 일시적인 동정심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는 "이야기가 존재하는 한 이 세상은 아직 가능성이 있다"라고 외치는 것 처럼 희망을 잃지 않는 작가이다. 그의 신념처럼 가능성 있는 세상을 위해 그의 작품들은 따뜻한 눈빛이 깔려 있어 좋았다.



서평을 중고등부 카테고리로 넣는 것이 망서려졌다. 중고생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주 의미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모두 중년 남성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자주 추천한다. 단지 동화에 자주 사용되는 우화형식-지나친 비약과 비현실적인 인물설정이란 것 때문도 아니고, 쉽게 읽혀지는 평이성 때문도 아니다. 어른들보다 더 심각한 요즘 학생들의 의사소통 모습에 적잖이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주 2004-08-2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쓴 서평은 왜 이다지도 지겨울까. 간단명료해서 머릿속이 시원해지던 피터 빅셀의 글. 그의 영향을 좀 받았으면 정말 좋겠다. 어딜 지울까...두리번 두리번....차라리 그냥 두자. 잘라 내면 연결이 안 된다.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