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미네르바 > 오래 기다린 선물
작년 12월쯤, 박찬미 님께서 이벤트를 하시면서 두줄시집을 보내 주신다고 했다.
그러나 출간이 늦어져서 좀 기다려야 된단다. 난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찬미 님께서 많은 분들에게 보낸 선물이 속속 도착했다며 감사의 페이퍼를 올린 글을 보았다.
하지만 나에게만큼은 오지 않았다. 분명히 내게도 보내주셨다고 했는데...
남들이 받아 보았다는 그 날부터 난 하루도 빠짐없이 우편함을 들렸다. 우리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지하까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보통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는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기 때문에 1층에 있는 우편함에는 가끔씩만 들린다. 그러나 선물이 도착하리라 예상한 날부터는 지하에 주차를 한 다음, 일부러 한 층을 걸어 올라가서 우편함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두 눈을 씻고 봐도 내가 기다리는 선물은 도착하지 않았다. 애가 닳았다. 그렇게 일주일 가량이 흘렀다.
화가 난 나는 ‘이건 분명히 우리 아파트의 누군가가 몰래 가져간 것이다’ 단정하고 관리실에 전화를 해서 화풀이(?)를 했다. 그러자 곧 관리실에서는 방송을 하고,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 공고문까지 써 붙였다. 그 공고문을 보고는 이제 누군가 다시 갖다 놓으리라 생각하고 아침, 저녁으로 우편함에 가서 확인했다.
그런데, 그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물은 다시 반송되어서 찬미 님께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반송사유는 <본 우편물은 주소지에 정당하게 배달하였으나 장기간 방치되어 있어 부득이 반송하오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이란다. 아~ 이런 것을 두고 귀신이 곡한다는 것일까? 괜히 미안하고, 화가 나고... 찬미 님께서 다시 우체국 가서(그것도 설날 연휴 전날에) 빠른 등기로 부치셨다고 전화가 왔다. 정감 가는 찬미님 목소리... 참 반가웠다. 그냥, 인터넷상으로 만날 땐 모르겠는데, 직접 목소리를 교환하고 나니 오히려 더 신비감이 든다. 그 선물을 금요일에서야 받게 되었다. 우선 핸드폰으로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부터 날렸다^^

<영혼이 빠져 나온 소리들>이란 제목의 두줄 시집과 직접 손으로 써준 시와 그림.
글씨는 얼마나 단아하고, 곧은지...
일일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편지까지 써 준 정성에 마음이 환해지고, 뭉클해졌다.

찬미님께서 써 주신 글을 보고 많이 부끄러웠다. 찬미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런 사람이 못 되는데...

내가 민들레 홀씨 부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 그림과 똑같은 사진이 있다.
작년 봄 교회에서 야외 예배 드릴 때, 점심 시간에 내가 민들레 홀씨 부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찍어서 교회 홈피에 올려놓았다. 아~ 창피했다 (조금 분위기는 있지만^^)
기다리고 기다린 선물이라서 그 기쁨은 두 배, 세 배 더 컸다. 찬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