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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구니 달 - 베틀리딩클럽 저학년 그림책 2001 ㅣ 베틀북 그림책 12
메리 린 레이 글, 바버리 쿠니 그림, 이상희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평점 :
이 책을 생각하면 언제나 신록이 무성한 숲에 둥근달이 뜬 은은한 밤풍경이 떠 오른다. 그 색감은 산뜻하다거나 선명한 것이 아니라 푸르스름한 하늘색과 초록계열을 부드러운 중성색으로 책 내용만큼이나 온화하게 독자를 보듬어주는 서정적인 화풍이다. 그림은 칼뎃콧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경험이 있는 바버러 쿠니가 그렸다. 만약 이 글에 바버러 쿠니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이만큼 가슴에 와닿는 그림책이 되었을까 생각할 만큼 그림이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내용은 초등학교 1~2학년정도 어린이들이 소화할 만 내용이나,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문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생각하면 더 어린 아이들이라 할 지라도 괜찮다. 두고 두고 손 때 묻히며 보다가 이 책의 심오한 이야기에 공감하는 날이 조금 더 속히 올런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 지금으로부터 백 여년 전,미국의 허드슨 강 근처 산악지대에서 조상대대로 바구니를 짜는 마을에 아이가 있었다. 이 조그만 마을의 사람들은 검은 물푸레나무로 바구니를 손수 짜서 한 달에 한 번 보름달이 뜰 적에 허드슨 도시로 내다 팔았다. 바구니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그들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우리들의 주인공 여덟살짜리 꼬마는 아버지를 따라 도시구경을 하러가고 싶어 안달하다가 아홉 살 되던 생일 이후 그 소원이 이루어 졌다.
바구니 달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첩첩산골에서 도시로 나갔다가 돌아오려면 하룻길로는 모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름달이 환히 뜬 저녁에 출발해서 밤새도록 산길을 걸어 도시로 간다. 바구니로 내다 판 다음 생필품을 사서 다시 돌아오면 그날 밤이 되는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난생 처음으로 도시로 나간 소년은 그만 마음의 큰 상처를 입고 만다. 도시 사람들의 "어이, 산골짝 촌뜨기들! 저 촌뜨기들은 바구니밖에 몰라!'하는 야유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년은 아버지나 동네 어른들이 바구니만드는 작업을 등너머로 보면서 세상에서 바구니 만드는 작업만큼 신성하고 더 좋은 일이 있는 줄 몰랐는데 도시 사람한테는 놀림감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하고 만다. 그래서 이젠 소년의 눈에 바구니가 밉게만 보이고 바구니를 만드는 아버지도 싫어진다.
이런 소년의 마음을 어루만진 것은 바람이다. "어떤 사람들은 바람의 말을 배워서 노래를 부르고, 어떤 사람은 시를 쓰지만, 우리는 그것으로 바구니를 짜지."하고 조용하게 위로를 해 주는 아저씨가 있어서 그날 소년은 바람의 소리를 듣는 마음의 귀가 열린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시끄럽고 분주한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에게도 중요한 가치관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책이다.
2005. 5. 16. 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