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평화


오늘은 휴일입니다
오전에는 평화로웠습니다
조카들은 '톰과 제리'를 보았습니다
남동생 내외는 조용히 웃었습니다
여동생은 연한 커피를 마셨습니다
어머니는 아주 조금만 늙으셨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오후 또한 평화롭습니다
둘째 조카가 큰 아빠는 언제 결혼할거야
묻는 걸 보니 이제 이혼을 아나봅니다
첫째 조카가 아버지 영정 앞에
말없이 서 있는 걸 보니 이제 죽음을 아나봅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저녁 내내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부재중 전화가 두 건입니다
아름다운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사랑하는 그대를 떠올려봅니다
문득 창밖의 풍경이 궁금합니다
허공이라면 뛰어내리고 싶고
구름이라면 뛰어오르고 싶습니다

오늘은 휴일입니다
이토록 평화로운 날은
도무지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詩 심보선 <슬픔이 없는 십오 초>

 

 

 

 

 

 

남편은 당분간 주말에도 집에 오지 못한다. 재활치료를 하고 있는데 재활치료 경험이 있는 시동생이 훌륭한 파트너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거르면 굳어버릴 거라는 주술에 걸린 것처럼 남편은 굳은 팔을 (세상에 팔이 굳어있다니!) 움직이기 위해 홍화씨를 삼키고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휴일은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아빠가 되어 움직이는 날이었다. 몰랐던 건 아니고 안중에 없던 일이었다는 말이 더 맞는 말이겠다. 빵을 사러 가는 길에 만난 아빠들은 아내와 함께도 아니었고 아이들과 함께였다. 엄마들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세상의 엄마들은 일요일에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지만 단 한명의 엄마를 발견하였으므로 답을 구하는 일은 금세 그만두었다. 제과점에서 오직 단 한 명의 엄마를 발견하였는데 그 엄마는 빵에도 아이들에게도 남편에게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휴일을 맞은 엄마들은 어떤 감정에도 휩쓸리지 않고 처연한 표정이어도 되는 날일까. 그 엄마의 남편인 아빠는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고 아내에게 어떤 빵이 좋겠느냐고 여러번 물었다. 그 엄마는 입만 비죽 내밀고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 아빠는 애가 타서 죽을 것만 같은 새까만 얼굴로 아이 엉덩이를 때리며 겁을 주고 유통기한이 정해진 땅콩 크림빵을 집어들었다. 우와. 정말 맛좋은 시나몬 페스츄리나 커피번에는 관심도 없다니! 찹쌀 크림 도넛의 쫄깃함을 지나치시다니! 슬그머니 힌트라도 주고싶었지만 그런 관심이 호의로 받아들일리 없을 터. 가끔은 푼수를 떨어도 세상은 덜 각박할텐데... 세상 모든 아빠들의 휴일은 한 남자의 휴일이 아니라 모두의 균형을 유지하는 날로 기록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평화라고 불러야 한다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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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0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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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1 1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2 0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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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3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12-0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일인 어제 형부는 조카를 데리고 잠시 우리집에 방문해서 컴퓨터를 손봐주고 가셨지요. 언니는 집에 있었어요^^

플레져 2008-12-01 17:05   좋아요 0 | URL
세상의 엄마들은 휴일을 휴일처럼 쓰고 계시는거지요? ^^

다락방 2008-12-01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도 플레져님 덕에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을 산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올려주신 시도 너무 좋아요. 이 시집이 좋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종종 보곤 했는데, 이참에 저도 한권 사서 휴일의 평화를 느껴봐야 겠어요.

플레져 2008-12-02 15:15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은 한 편씩 곱씹어 읽는 맛이 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거에요... 매일, 휴일의 평화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텐데 말이죠 ^^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은 참 풋풋하지요? 오래 묵혀두었는데 다시 꺼내봐야겠어요.

2008-12-16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사는 호사고, 할일은 할일이고, 싫은일은 싫은일이다. 나는 이제야 진정한 타짜가 된 기분이다. 할 말 하고 살자에 충실한 삶은 아니었다. 할 말은 되도록 묻고 좋은 말만 하고 살아, 도 내 모토는 아니다.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던 습관이 내 것이었다. 언젠가 이런 말을 쓴 적 있다. 못 견디겠으면 연극배우입네 하고 견뎌보라고. 그런데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그냥 말을 하면 되는 거였다. 내게 숙제를 떠밀듯 넘겨버린 일에 대해 나도 똑같이 숙제로 만들어 넘겨줬다. 아우 시원해. 받은 공은 돌려줘야 하고, 날아오는 공은 치면 된다. 야호!

 헉. 책 이미지가 이렇게 크게 올라오다니. 다른 서재에서 볼 때마다 아.. 이렇게 크기를 조절하는 기능이 생겼구나 내맘대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큰 이미지가 뜨니 좀 난감하네.

사놓은지는 한참 되었는데 읽은건 어제다. 인생에 아이가 있어야 하느냐 마느냐는 곧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어떤 소수의 삶도 함부로 구겨질 수 없다는 것도.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인터뷰 기록들이 많아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기분도 든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 고지식함, 보수적인 편견이 떠나지 않는 지대가 바로 무자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다. 일일이 내 삶이 이렇네 저렇네 설명하기도 어렵고. 그런데 생각보다 젊은 층에서 무자녀 상황에 대해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그들은 아주 확고한 시선으로 결핍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그게 좀 안타깝다.

 

 이 책을 받고는 꺄악- 고함을 질렀어요. 그렇잖아도 장바구니에 넣으려던 찰나였거든요. 보내주신 님, 늘 고맙습니다. 미처 메일도 못 보내고 그저 좋아라만 했네요. 좀 여유가 생겨서 1권 열심히 읽고 있어요. 언젠가부터 이렇게 두툼한 책을 받으면 부담이 아니라 그저 즐겁고 좋더라구요. 열심히 읽은 소감은 리뷰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해볼게요 ^^

 

 

 남편이 병원에 입원해있을때, 좀 안정을 찾게 되었을 때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젖과 알>은 아쿠다가와상 발표가 되었던 순간부터 궁금했다. 몇해 전부터 아쿠다가와상 수상 서적들을 해마다 읽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8월의 길 위에 버리다> 의 느낌이 좋아서 두어번은 더 읽었다. <혼자 놀기 좋은날> 의 분위기와 배경도 몹시 마음에 든다. <젖과 알>도 이 두 소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롭고 공허하다. 슬프다는 말에서 조금 물러나 깊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상작 없음. 얼마전 소설 공모 당선작 없음의 배후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있기도 하고, 안 팔릴 것 같은 책에는 기꺼이 상금을 쓰지 않겠다는 진단이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대한 불쾌함은 좋아하는 작가가 저리 떡 버티고 있다는 거다. 아니, 그녀를 두고 왜? 왜? 충분한 능력이 있는데 왜? 왜? 작품을 읽었을 때 나도 좀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 소설 말고 올해 발표한 소설이 몇 편 더 있는데. 그게 참 좋았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쩐지 이 책에 실린 작가들에게 미안하고 연민을 느끼는 오지랍까지 생긴다. 남의 말 할 처지가 아닌디... 그리고 이 책에서 그동안 좀 편견을 갖고 있던 김태용을 향한 색안경을 벗게 되었다. 첫 문장부터 어떻게 소설을 끌어나가려고 했던 걱정이 무색해졌다. 그렇다고 김태용의 다른 소설을 읽을 마음으로 돌아선건 아니다. <포주이야기>가 참 좋았다는 거다 ^^

 

우와. 대전 출신의 시인이네! 대전에 살게 되면서부터 대전 출신 문인들이 누가 있을까 수수께끼하듯 찾아보았다. 누가 있을까. 누가 있었을까. 역시나 생각하면 퍼뜩 떠올라주지 않는 기억력. 작가의 고향에 대해 관심이 없었으니 기억도 나지 않는 거였다. 진은영 시인이 대전 출신이어서 반가웠던 건 순전히 내가 지금,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시인이니 더 반가운거고. 기억의 회로는 정직하다. 기억에 없는건 관심의 차이다. 지난 여름 사들인 시집들은 애석하게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게 시에 대한 절망으로 이어질뻔했다. 시인이 변했나 내가 변했나. 도통 시가 읽히지 않았다. 그리고 만난, 좋아하는, 시인. 그냥 좋다. 한 번 더 읽고나면 왜 좋았는지 꼼꼼하게 말할테다. 내가 시집을 읽는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한번 읽는다. 의미 따지지 않고 일단 읽는다. 그러다 단어에 발목이 걸려 휘청, 하는 느낌이 들면 그 시는 무조건 편애다. 이 시집도 그랬다.

 

뜬금없이... 트리트먼트 이야기 좀 해야겠다 ^^; 미용실에서 두피클리닉을 할 생각이었다. 내 두피는 아주 심각하다. 특히 여름엔 무진장 심각하다. 원인은 땀도 있고, 아토피성 피부로 변한 탓도 있다. 일년에 한 두 계절은 아무데서나 머리를 벅벅 긁게 만든다. 몇 년 전에 사용했었는데 마침 쬐금 남아있어 마지막으로 꼭 꼭 눌러짜서 샴푸 후 두피에 싹싹 펴바르고 10분간 스팀타월을 하고 있었다. 그후... 두피가 많이 진정되었다는 걸 알았다. 잘때 땀 많이 안흘리고 려고 노력했고 (전기장판은 꼭 끄자!) 퍼머 머리라고 빗질 한번 제대로 안했는데 하루에 빗질도 잘 해주고, 머리 감고 난 후엔 꼭 두피를 약한 뜨건 바람으로 말렸다. 스팀타월 효과도 있었을거다. 지금은 아주 만족까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써볼만하다고 느끼는 지점이다. 샴푸가 더 좋다하니 두어달 쯤 더 써보고 샴푸도 바꿔야겠다. 두피도 피부에요! 라는 미용실 원장의 말이 달리 들리는 걸로 보아 나도 나이를, 야금야금, 먹고 있다.




 

 

 

 

 


 

 

 

 

 

 

 

이 책들을 보내주신 분께도 깊은 감사를. 꾸벅.

 오늘 오후에 읽고있던 책이다. 가끔은 내 뜻과 달리 독서의 방해를 받는데... 그건 순전히 전화때문이다. 이사오면서 집 전화를 놓지 않았다. 휴대폰은 진정 필요할 때만 걸려오는 도구가 되었다. 그래도 가끔은 사랑스런 조카와 긴 통화를 나누기도 한다. 독서하는 동안 조명은 중요다. 되도록 자연광에서 책을 읽으려하는데 오늘처럼 흐린 날씨에는 다른날 보다 빨리 불을 켜게 된다. 좀 으스스한 것 같아 예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이었는데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깊은 생각하기를 꺼려했던 나에게는 스스로 생각의 구덩이를 파도록 유도했다. 오랜만에 책 관련 페이퍼를 쓰고나니 좀 뿌듯하다. 그리고 지금 막, 이미지 크기가 예전 사이즈, 여러가지 사이즈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_- 수정하기도 번거로우니 그냥 두련다. 다음엔 작은 사이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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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4: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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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6 18: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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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내 집의 사용법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식기장과 개수대 사이, 식기장 밑에 달려있는 길다란 형광등을 발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차마 거기 불이 있을 줄이야. 불은 간이 선반, 저렇게 조리기구들을 걸어놓을 수 있는 걸개와 컵 서너개를 올려놓을 수 있는 철제 선반에 달려있었다. 설거지를 할 때 저 형광등만 켜놓았었는데 좀 으스스하고 음산했다. 조리기구들 앞에선 좀 태가 나지만.

 

오랜만에 맘먹고 싸이 미니홈피에 사진 한 장을 올려놓았는데 그게 바로 저 사진이다. 그런데 사진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홈에는 '요리기구' 라는 제목이 떡하니 있는데 아무리 요리기구를 요리클릭 조리클릭해도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지울 수도 없고 새로 쓰기도 귀찮은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하여, 괜히 서재에 끄적여본다. 내일 다시 홈피에 로그인했을 때 돌아와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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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2 0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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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5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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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6 00: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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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25 0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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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저녁놀, 이라고 쓰고나니 아주 조금전에 보낸 시간같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서 거주하고 있던 것처럼 홀연히 나타나 점점 색을 띠었던 구름. 황홀하였으나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기록할 수 있는 '사진' 의 장치가 있어 다행이다.

 

 

 

 

 

 

 

 




어제 해거름 무렵, 거실 바닥이 황금색이었다. 황금빛 구름이 하늘을 장악한 듯 떠있었다. 수변공원 시냇물에 비친 황금빛 구름 색.

이 도시의 여름은 나와 맞지 않다. 조금 답답하다. 하여, 알러지로 고생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건 살아있다는 말과 상통하는걸까. 그렇다면 요즘 나는 조금 힘들게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가장 고픈 건, 비다. 서울에선 늘 장마와 상관없이 비가 많이 왔다. 서울에서 비 소식이 들리는데 이 곳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 나는 지친다. 정말 비가 귀한 도시. 이 정도의 더위는 견딜만 하다고 으쓱해보지만, 그래도 비에 인색한 것만은 어떤 것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장맛비가 쏟아져도 시원하게 내리지 않는다. 혹은 내가 잠든 사이 두어 시간 퍼부은 정도. 서울에선 정말 비가 많았다. 우산을 갖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갖고 간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곤 했다. 이곳에선 그런 걱정이 필요없다.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비가 올듯 말듯한 모양새의 날씨다. 그게 가장 큰 불만이다. 불만이 알러지로 전이된 것처럼 나는 앓고 있다. 서울에서의 기억이  새로운 주거지에서의 안착을 조금 더디게 한, 여름이다.



어느 비오는날, 일산에서 화분을 싣고 달려온 M.

나는 매일 아침 칼라 벤자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환기를 시킨다. 새벽 4시에 물을 주면 좋다고 해서 그때 일어난 적도 몇 번 있다. 간혹 아래층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면 기겁할 정도로 유난을 떤다. 가끔 말도 건넨다. 외출할 땐 인사도 하고 다녀와선 안부를 묻고.

산세베리아 화분이 두 개가 있는데 그애들의 위협적인 모양과 달리 야들야들하고 포슬포슬한 느낌이 나서 보기만해도 참 좋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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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7-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플레져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ㅠㅠ 잘 지내셨어요?
이사를 가셨나보네요. 에구 어떡해요 알러지로 고생하신다니...
저도 더위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얼른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플레져 2008-07-30 17:52   좋아요 0 | URL
키티님, 정말 오랜만이죠?
지난해 서울을 떠났습니다. 봄에 입주했구요.
저는 요새 비염, 알러지로 날이 흐리다 맑다를 점치고 있어요...훌쩍.
지난번에 키티님 서재에서 멕시코 사진 넘넘 잘 봤어요.
이제야 인사를...^^;;

2008-08-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9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1회 블로거 문학 대상] 문학에 관한 10문 10답 트랙백 이벤트

http://blog.aladin.co.kr/trackback/editors/2158263

 

1. 당신은 어떤 종류의 책을 가장 좋아하세요?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적어주세요. 

한국소설, 한국시, 일본소설, 프랑스소설, 영국소설.

순서를 정한 것은 아닌데 퍼뜩 순서대로 생각나 그대로 써버렸다.  
한국소설을 우리소설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어떤 편협함으로 보일까.
요사이 우리, 라는 말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해보는 중.

 

2. 올여름 피서지에서 읽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김혜순의 들끓는 사랑.
유성용의 여행생활자.
D.H 로렌스의 처녀와 집시.
에드워드 호퍼 화집.

김혜순의 스페인 여행기 들끓는 사랑,
EBS 세계테마기행 멕시코 편에서 홀딱 반해버린 유성용의 책,
좀 허기질 것 같아 소설 한 접시도 준비했다.
호퍼의 그림이야말로 여름 휴가의 이면, 고독한 정서와 잘 어울리니까 덥석.



3.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요? 혹은 최근에 가장 눈에 띄는 작가는?

 좋아하는 작가 - 정미경.
 그녀의 소설 앞에선 꼼짝달싹할 수 없다. 
 포로가 된 것처럼,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확인하면서 읽어야 한다. 
 


 좋아하는 작가 2 - 줌파 라히리
 안 좋아하는 작가가 있긴 한데 그들을 꼽는 것보다
 좋아하는 작가를 꼽는 게 매우 힘들다.
 다 적을 수 없지만 다 적지 않았다고 해서
 안좋아하는 건 아니다.
 인도 작가 줌파 라히리, 일단 읽으면 알게 된다.
 내가 왜 좋아하는지. 크크.   

 


 최근 눈에 띄는 작가 - 나가시마 유.
 <맹스피드 엄마> <슈크림 러브> 
 아쿠다가와상 수상작가 나가시마 유. 
 수상 이력을 수식어로만 갖고 있는 작가가 아니다. 
 나는 그녀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얼마전부터 흠모하기 시작한 작가 - 김소연 시인.
 시인을 사랑하는 일이 좀 허망할 때가 있다.
 연신 옆모습과 뒷모습만 보여줄 것 같은 시인들. 
 사물들 보느라 나 볼 틈 없을 것 같은 이상한 기우는 
 이 시인에게서 더 증폭되었다.
 다행이다. 시인이 여자이고, 나는 남자를 더 좋아하는 여자라서. 키득.

 


 그리고 이언 매큐언씨. 
 첫사랑, 마지막 의식 은 올해 만난
 최고의 책! , 중에 하나!

 

 

 

 
  
4.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중학교 2학년때 처음 읽(었다고 생각하는) 은 소설,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삶, 이란 말보다 생, 이라고 해야 더 와닿는다.
 내가 읽은 것은 마당문고의 서적이었고 아직도 갖고 있다. 므흣.
 
 니나, 는 내가 만난 최초의 여성이다. 
 당시엔 왜 그녀가 시타인을 멀리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타인의 연정에 더 마음이 갔던듯) 
 지금은 이해한다.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5.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서 자신과 가장 비슷하다고 느낀 인물 / 소설 속 등장인물 중 이상형이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있었다면 적어주세요.

 강석경 <숲속의 방> 
 미양, 이 나와 좀 닮지 않았나 싶다.
 나는 늘 지켜보는 사람이었지 그 일에 관여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동생을
 그렁그렁 쳐다보고는 있지만, 
 사실 미양은 소양보다 좀 더 강한 인물이다. 
 몸으로 드러내놓고 갈등하고 있는 인물은 어쩌면 자유롭다.
 그조차도 하지 못하는 미양. 감정이입이 좀 심했던 미양...


  산도르 마라이 <결혼의 변화>
  유디트, 나의 이상형.
  그 남자를 유혹한 유디트.
  그러나 결국 그마저도 물리고 만 유디트.
  파괴적 사랑의 히로인 유디트.
  얼마전 무릎팍 도사에서 노사연씨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좀 문란하게 살고 싶다고, 다시 태어나면.
  문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조금만이라도 비껴갈 수 있다면.



6.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은?

 

 

 

 

브리짓 민느 <속눈썹 위에 올라앉은 행복>
미하엘 엔데 <렝켄의 비밀>
푸슈킨의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열 순으로 나의 세번째 조카인 오빠 딸내미, 다빈.
다빈이는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다빈이는 놀랍게도 나와 많이 닮았다.
나의 어린시절, 나의 취향, 나의 습관, 동그란 눈까지 ^^
하지만 다빈이가 다행스럽게도 나보단 훨씬 낫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하고 영리하며 예쁘다.
틈틈이 다빈이가 읽을 만한 책들을 보내줬는데 요샌 통 못했다.
다빈이 주려고 모으고 있는 책들.
<속눈썹 위에 올라앉은 행복> 은 이 책을 n님에게 받았는데 그때의 기쁨이란!
읽기만해도 행복해지는 책. 다빈이에게도 전파되기를.

- 나는 다빈이에게 내가 소장하고 있는 모든 책을 다 주고 싶다.
 

7. 특정 유명인사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누구에게 어떤 책을 읽히고 싶은가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저기 저 너머, 푸른집에 살고 계시는 그분께.

 사찰 지도만 쏙 빼놓고 제작되었다는
 우리나라 어떤 지도 이야기, 비보를 들으셨는지?

 



8. 작품성과 무관하게 재미면에서 만점을 주고 싶었던 책은?

 

 

 





김려령 <완득이> - 아주 오랜만에 밥 먹으면서, 티비를 꺼버리면서 읽었다.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정원> - 눈물과 웃음속으로 동시에 입수.
도리스 되리 <나 이뻐?> - 발칙하고, 깜찍하고, 닮고싶고, 언제나 읽고 싶은 그런 책.
로맹 가리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어찌 로맹 가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9. 최근 읽은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나가시마 유, <슈크림 러브> 123쪽.
애인은 배신하지, 부부는 사랑이 식지, 가족은 부담스럽지.

정미경, 내 아들의 연인 중 <매미> 에서
사람은 낯선 이에겐 얼마나 관대한 존재인지.

코맥 맥카시, <로드> 에서
거울에서 그들 자신과 마주쳤을 때 남자는 권총을 들어올릴 뻔했다.
아빠, 소년이 소곤거렸다. 우리예요.

 

 

 


10. 당신에게 '인생의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유와 함께 적어주세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이 세 권의 책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하였다.
2000년 2월 18일, 종로서적 오후 6시.
남편을 기다리면서 헐 값에 판매하는 이 책들을 그저 싸게 판다는 이유로 사들였다.
그즈음 좋아하는 은희경 작가가 추천했던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책꽂이에 꽂아만 놓고 읽지 않았었는데 3년 후, 이 책들을 읽으면서 지금의 나로 만들기 시작했다. 자주, 종종, 들여다보는 책들. 최근에 재출간되어 나온 카버의 책들도 좋지만,
내겐 이 책들이어야 한다. 오역조차도 내겐 진실이었을터이니.

 

 

** 오랜만에 책들을 나열해놓고 보니 참 보기 좋다. 이세상 어떤 그림 보다 더 멋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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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7-02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멋진 그림을 같이 보고 있자니 푸근해요. ^^

플레져 2008-07-02 14:12   좋아요 0 | URL
아~ 마노아님 ^^
서울에도 비가 오시나요?
여긴 막 빗방울이 푸근하게 톡톡 두드리고 있는 중이어요.

2008-07-03 0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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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8-07-03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플레져님 정말 오랜만이어욧. ㅜㅜ

플레져 2008-07-03 15:12   좋아요 0 | URL
꺄! 낡은구두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어찌 지내신거에요? 저는 잘 ^^;

다락방 2008-07-03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플레져님!
저 이 페이퍼에 있는 책에서 일곱권이나 읽었네요!! 그냥 막 기뻐요. :)

플레져 2008-07-04 11:50   좋아요 0 | URL
와우. 저두 기뻐요!
같은 학교 나온 동창보다
같은 책 읽은 동지가 더 반가워요.
이게 바로 알라딘 마을의 공통된 정서일지도 ^^!

2008-07-04 07: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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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09 23: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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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4 2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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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6 15: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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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1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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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7 18: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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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29 04: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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