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저녁놀, 이라고 쓰고나니 아주 조금전에 보낸 시간같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서 거주하고 있던 것처럼 홀연히 나타나 점점 색을 띠었던 구름. 황홀하였으나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기록할 수 있는 '사진' 의 장치가 있어 다행이다.

 

 

 

 

 

 

 

 




어제 해거름 무렵, 거실 바닥이 황금색이었다. 황금빛 구름이 하늘을 장악한 듯 떠있었다. 수변공원 시냇물에 비친 황금빛 구름 색.

이 도시의 여름은 나와 맞지 않다. 조금 답답하다. 하여, 알러지로 고생하고 있다. 환경의 변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건 살아있다는 말과 상통하는걸까. 그렇다면 요즘 나는 조금 힘들게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가장 고픈 건, 비다. 서울에선 늘 장마와 상관없이 비가 많이 왔다. 서울에서 비 소식이 들리는데 이 곳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 나는 지친다. 정말 비가 귀한 도시. 이 정도의 더위는 견딜만 하다고 으쓱해보지만, 그래도 비에 인색한 것만은 어떤 것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장맛비가 쏟아져도 시원하게 내리지 않는다. 혹은 내가 잠든 사이 두어 시간 퍼부은 정도. 서울에선 정말 비가 많았다. 우산을 갖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안갖고 간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리곤 했다. 이곳에선 그런 걱정이 필요없다.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더 참을 수 없는 건, 비가 올듯 말듯한 모양새의 날씨다. 그게 가장 큰 불만이다. 불만이 알러지로 전이된 것처럼 나는 앓고 있다. 서울에서의 기억이  새로운 주거지에서의 안착을 조금 더디게 한, 여름이다.



어느 비오는날, 일산에서 화분을 싣고 달려온 M.

나는 매일 아침 칼라 벤자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환기를 시킨다. 새벽 4시에 물을 주면 좋다고 해서 그때 일어난 적도 몇 번 있다. 간혹 아래층에서 담배 연기가 올라오면 기겁할 정도로 유난을 떤다. 가끔 말도 건넨다. 외출할 땐 인사도 하고 다녀와선 안부를 묻고.

산세베리아 화분이 두 개가 있는데 그애들의 위협적인 모양과 달리 야들야들하고 포슬포슬한 느낌이 나서 보기만해도 참 좋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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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8-07-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플레져님 너무 오랜만이에요!!!!! ㅠㅠ 잘 지내셨어요?
이사를 가셨나보네요. 에구 어떡해요 알러지로 고생하신다니...
저도 더위에 지쳐가고 있습니다. 얼른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플레져 2008-07-30 17:52   좋아요 0 | URL
키티님, 정말 오랜만이죠?
지난해 서울을 떠났습니다. 봄에 입주했구요.
저는 요새 비염, 알러지로 날이 흐리다 맑다를 점치고 있어요...훌쩍.
지난번에 키티님 서재에서 멕시코 사진 넘넘 잘 봤어요.
이제야 인사를...^^;;

2008-08-07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9 0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