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시간이 저물고 있다. 잘가라, 2009.   

우리 동네에 익숙해졌고 어두운 밤이 무섭지도 않다. 지난 가을에서야 나는 귀신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났다.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무섭냐는 질문에 나는 늘 귀신이라고 말했다. 머리 풀고 흰 옷 입은 캐릭터로서의 귀신이 나는 제일 무서웠다. 방문을 열고 나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봐 갑자기 천장에서 거꾸로 매달린채 나타나 메롱할까봐 문 틈 사이로 통통 뛰다 스윽 들어올까봐... 무서웠다. 귀신 캐릭터는 순전히 어린 시절에 주워들은 소문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에서 연유하고 있다. 심장에 찰싹 달라붙어 있을만큼 공포를 느꼈고 공포는 지금까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랬던 귀신을 극복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꿈이나 현실에서 귀신은 내 앞에 나타난 적은 없다. 순전히 내 상상이고 허상이다. 공포 욕망이다.  


올해 가을 나는 조금 성장했다. 스스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귀신에 대한 공포를 물린친것은 내 인생의 수확이다. 한밤중에 문득 귀신이 생각나도 나는 결코 무섭지 않다. 혹 거기 있거든 날 방해나 하지 말아줘요, 라고 속삭이는 경지에 이르렀으니까. 두어달 전엔 끔찍한 귀신 꿈을 꿨는데 곱씹어 생각해보니 재밌다. 귀신은 머리를 풀었으나 긴 생머리가 아니었다. 막 셋팅롤을 하고 온 것처럼 굵은 웨이브진 머리였고 길고 늘씬한 손톱은 네일샵에 다녀온 것처럼 빨간 메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나를 놀래켜주려고 문 뒤에서 스윽 나타났지만 놀라지 않았다. 흰색 셔츠형 잠옷은 섹시했다. 엄마에게 귀신을 말하면서 나는 웃기까지 했다. 내 마음의 어떤 겹을 물리친거였다.  


서울에 살 때는 결혼을 했어도 결혼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부모님이 지척에 있었고 나는 그저 조금 먼 방으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울을 떠나 이곳에 살다보니 이제서야 결혼한 느낌이 난다. 나, 유부녀구나 싶다. 나, 아줌마라고 불리어도 되는구나 싶다. 나, 독립해야 하는구나 싶다. 처음으로 김치를 담갔던 날 김치 담그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했다. 재도전하기 매우 겁나는 메뉴 중 하나다. 그래도 한겨울에 먹는 동치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엄마가 보내주겠다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고 도전하기로 결정. 동치미 재료를 준비했다. 엄마는 아주 쉽다며 응원했다. 나도 아주 쉬울거라며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간을 맞추고 며칠을 돌보고 푹 재웠다. 결과는 '내가 잠든 사이 엄마가 담가놓고 간 것 같은' 엄마표 동치미가 완성되었다. 나날이 점점 더 엄마표 동치미 맛이 난다. 곰소에서 사온 소금도 한 몫 했다. 그야말로 놀.라.운.동.치.미의 탄생이다!   

 



나의 첫, 동치미  



적절한 소금의 맛, 삭히는 소금의 맛은 오묘하다. 놀라운 동치미와 올해의 시간이 가르쳐주었다. 나는 흠뻑 소금의 시간에 들어갔다. 열정열정열정 오기오기오기 질주질주질주... 소금의 시간은 무엇이든 두 배 세 배의 욕망을 요구했다. 나는 서툴렀고 자주 징징거렸다. 소금의 시간은 곧 끝났다. 소금기가 쫙 빠지니 담백해졌다. 무서운 귀신, 지나친 열정과 욕심, 우연한 행운을 소금의 시간에 두고 왔다. 나는 열정적이지만 적당히 뜨겁다. 욕심은 있지만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한 행운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것이다. 만약 행운이 온다면 그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필연이 되도록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몹시 다사다난했던 한 해는 진정한 소금의 시간이었다. 새해에는 모두에게 놀라운 동치미의 탄생처럼 잘 삭힌 소금 맛이 나는 시간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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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1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02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0-01-0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음식 맛은 객관적 평가가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플레져님...
자 주소 불러드립니다...동치미 한 박스 부탁합니다 착불로 보내시면 됩니다.=3=3=3

플레져 2010-01-02 14:03   좋아요 0 | URL
동치마라~~ 후후~
동치미는 있지만 그건 없어서 이를 어쩐다...ㅋ

Mephistopheles 2010-01-02 14:50   좋아요 0 | URL
수정했으니까 이제 보내주세요 동.치.미.

플레져 2010-01-04 12:25   좋아요 0 | URL
항복.
아주 맛있을거라 상상해주세요.
메피님이 먹어봤던 최고의 맛을 상상해주세요. 플리이즈...ㅎㅎ

stella.K 2009-12-3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것 한 사발 후루룩 마셔보고 싶네요.
무는 또 얼마나 아삭할까요? 아흑~
플레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아요.^^

플레져 2010-01-02 14:04   좋아요 0 | URL
장담하지만 몹시 아삭합니다 ㅎㅎ
스텔라님, 건필하시고 새해에도 건강하세요.
해피뉴이어 ^^

2010-01-18 1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8 17: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새는 내 책장에서 책을 찾는 일이 버겁다. 전에 살던 집 책장은 책의 위치를 내비게이션처럼 간단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책들을 모두 꺼내놓고 다시 그 자리에 꽂으라는 놀이가 있었다면 94%는 성공할 수 있을만큼. 다섯칸이 있는 60cm 폭의 책장이었다. 책장 하나가 더 늘어난 건 1년 만에 일이었고 그 후로는 주체할 수 없는 책들이 쌓였다. 책들은 차례 차례 내게 와 자리를 배정받았다. 그리하여 책의 위치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후, 지금은 벽 한 면을 책장님이 차지하고 있고 수시로 책정리 기간을 거행하는 터라 책의 위치는 자주 바뀐다. 새로운 책이 도착하면 자리를 찾아주던 일은 옛날 버릇으로나 남았다. 웬만하면 같은 종이 있는 곳에 자리를 찾아주지만 만석일 경우엔 엇비슷한 곳에 임시로 꽂혀있기도 하다. 책장에서 책을 찾는 일이 버거운 이유 중에 하나는 책장을 자주 감상하지 않는 이유도 있다. 내 시선은 노트북, 노트북 너머 창 밖으로 고정됐다. 책장에는 다 읽지 못한 책들도 많다. 위협마저 느낀다. 지난 가을엔 한 칸에 여덟권 정도의 안 읽은 책을 발견하고는 날 잡아 다 읽어버렸다. 이제는 흐뭇하게 쳐다보고 뿌듯해하는 칸이 되버렸다. 올해 내 책장을 많이 차지한 책은 소설, 시, 인문학과 여행기, 회화 교재 순이다. 소설은 거의 외국소설이고 고전 명작들이다. 적어도 이 책들만큼은 어디 꽂혀있는지 다 안다. 책이 도착하면 바로 자리를 배정하지 않고 읽은 후에야 배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다 읽힌 책이 꽂혀있는 책장을 보고 있으면 또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만 같은 어린 시절의 연인들이 떠오른다. 연인들이 전화할 일은 전무하므로 내가 전화를 거는 형태가 될테지만 어쨌거나 다시 읽고 싶은 책들이다.   

 

 
  정말 너무하다 싶게 속지 디자인이 최악인 
  헤밍웨이의 책. 그렇다고 표지디자인이 속지 디자인을 
  커버해줄 만한 것도 아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표지는 그렇다치고 
  속지는 그냥 건조하게, 다른 책들처럼 글자만 나열해도
  50점은 받았을텐데 과하게 장식하고 테두리 만들어 유치하다.  
  결국 -500점이 되버렸다. 
  디자인은 생각하지 말고
  헤밍웨이의 글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불쑥 화가 나기도 한다.  
  진지한 헤밍웨이 어르신의 주옥같은 멜로디가
  신문지 여백에 꾸질꾸질하게 써놓은 메모처럼 읽히기도 하니까.

  



 어젯밤엔 김경주의 시를 읽었다. 

 사이, mp3로 <카메모 식당>을 봤다.
 미도리상과 사치에상이 만드는 시나몬롤, 
 때로는 코 끝에서 진한 계피향이 풍긴다. 
 자주 보고, 듣고 있지만 볼 때마다 참 좋은 영화다.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음악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 비정성시 >  
 
 한 줄 때문이었다. 
 목소리가 멋진 시인. 얼음빙수를 갈아 뿌린 눈, 같은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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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23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클수마수 플레져님~~~

플레져 2009-12-23 16:52   좋아요 0 | URL
메피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미리...해피뉴이어 ^^

stella.K 2009-12-2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헤밍웨이는 읽을게 못되는군요.
사실 타자기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
자세히 보니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내용까지? 흑~!

플레져 2009-12-23 17:33   좋아요 0 | URL
내용은 그럭저럭 볼 만한데 (아주 좋다고는 말 못하겠어요ㅠ)
속지 디자인이 88년 이후에 처음 보는 형태여요.
 

밤 열두시  


밤 열두시는
혼자시키는 
떡볶이 1/2인분과 순대 1/2인분이다
그것도 다 식은 채로
한 접시에 나란히 나오는 것이다
순대는 고추장에 닿지 않으려고
한사코 한쪽을 지키고 있고
떡볶이는 순대 쪽으로 진물을 흘리고 있다  

순대 먼저 먹을지
떡볶이 먼저 먹을지
밤 열두시는 삶에 있어 절반이다 

 

2

밤 열두시는  
밥 한 공기를 시켜
당신과 내가 나눠 먹는 일이다
그러다 밥 속에서 눈썹이 나오면 눈썹을 떠내어
몰래 식탁 밑으로 숨기는 일이다
당신의 숟가락이 지나간 자리엔
붉게 수술 자국 생겨나고
사과나무 하나 뽑혀나간 것 같은 구덩이는
두 사람이 걸어온 밤길처럼 물컹하다 

반찬 묻은 쪽을 먹어야 할지
안 묻은 쪽을 먹어야 할지
밤 열두시는 삶에 있어 절반이다  


  詩 이병률  

 

 

 

 

 

 


한동안은 성실했다. 계획표에 써 있는대로 움직였다. 스트레스를 받는 시각도 기쁨을 느끼는 시각도 매일 같은 시간이었다. 밤 열두시가 되면 어김없이 자야했다. 몸이 그렇게 기억하도록 만들었으므로 그래야했다. 그래도 밤 열두시에 자기엔 뭔가 허전했다. 침대에 누워 그날 읽고 싶은 책들을 꺼내 읽었다. 스탠드를 켜놓고 라디오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가끔 무작위로 떠오르는 장면들을 메모하기도 했다. 추억이 생각나면 책을 덮고 그 추억으로 깊이 들어갔다. 무안하고 창피했던 기억보다 행복하고 아쉬웠던 추억이 더 많이 떠올랐다. 밤 열두시는 그렇다.  


올 가을의 목표는 '단촐한 서가'이다. 오랜만에 알라딘 중고샵에 스무권의 책을 보냈다. 거의 채 1년도 되지 않은, 손때가 묻지 않은 책들이다. 정들기전에 보냈다고 하면 너무 구차한가. 어떤 책은 몹시 귀하게 여겼던 책이었는데 판매 목록에 넣었다. 오랜만에 그 책을 펼쳤을 때 저자가 내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잘조잘...잔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서워서 이별했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서가이다. 너무 많이 소유하려했던 티가 난다. 서가 맨 아래 한 칸이 비었다. 그 텅 비어있음이 매력적이다.  

  

  

 

 

 

 

 

 

 

에릭 호퍼의 책은...나의 무지와 건망증과 제멋대로의 성향을 드러내는 구매 목록이었다. 에릭 호퍼를 에드워드 호퍼로 알았던 것이다. 와. 에드워드 호퍼가 자서전도 썼구나! 했던 것이다. 그가 그가 아니었다. 득도 있다. 덕분에 몇 년 전부터 보관함에 있던 책을 구해냈다. 에릭과 에드워드씨 모두 좋다.  

몹시 힘든 여름을 보내던 어느날 **동 서점에서 덥석 집어든 <어머니 수난사>는 책더미에서 구했다. 어떤 날은 서가에 책을 정리하여 넣는 것도 힘들었던 것이다.  

엔, 그녀에게 받은 <꿀벌의 언어> 는 자꾸 벌꿀의 언어라고 말한다. 벌꿀과 꿀벌, 에릭과 에드워드, 비슷한듯 다르다. 벌꿀은 꿀벌들이 채집한 꿀을 일컫는 것이고 꿀벌은 꿀을 채집하는 벌들이다. 어쨌든 책은 달다. 그녀가 여러번 이메일에서 언급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야금 야금 꿀단지 꿀 먹듯 읽고 있다.  

 

 

 

 

 

 

 

곧 서가에 넣고 싶은 책들. 망설이고 있는 건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책들이 있어서다. 책들이 줄 서 있다. 미쓰요의 책들이야 무조건 영순위이지만 조금 참고 있다. 전작주의자가 되는 것이 조금은 두려워졌다. 실망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닮을 것 같아서다. 미쓰요처럼이 아니면 다른 작가의 책들을 읽지 않을 것 같아서다. 슈이치씨의 신간들은 해마다 가을에는 꼭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아르헨티나 할머니>와는 조금 다르길 기대하는 <무지개>는 망설여지면서도 기어코 구입하게 될 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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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3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05 1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0-05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도 순대는 떡볶이에 닿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플레져 2009-10-06 11:5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소망대로 그렇게 될겁니다 ㅎㅎ
떡볶이에 튀김 비벼 먹는 거 무지 싫어했는데 요즘엔 그렇게 먹는게 더 맛나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그러나 순대는 예외...차라리 순대볶음:)

다락방 2009-10-06 16:05   좋아요 0 | URL
전 원래 튀김을 떡볶이에 비벼 먹는거 좋아했었는데 요즘엔 아주 싫어졌어요. 요즘엔 튀김은 무조건 간장, 순대는 무조건 소금! 이거에요 ㅎㅎ

플레져 2009-10-07 11:28   좋아요 0 | URL
저두 라면 끓여먹을땐 절대로 계란이나 다른 야채들 안넣어요!
아, 가끔 콩나물 넣어 먹는데 그건 맛있어요 ㅎㅎ

2009-10-2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2 0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4 2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충복 보은, 속리산 법주사 가는 길에서 만난 둘리의 숲속 여행 공원. 내비게이션이 지시하는 길을 어기고 이정표를 따라 가다 만났다. 내비게이션 말을 들었더라면 놓쳤을 공원. 어찌나 귀여운지 팔짝팔짝 뛰어다니며 둘리 패밀리를 만났다 ㅎㅎ 둘리 캐릭터들이 곳곳에서 반겨준다. 아이들이 놀면 딱 좋겠다. 가끔은 내비게이션의 지시를 어기셔도 좋습니다 ^^  


 

속리산 법주사. 티비에서 팔상전을 보는 순간 아 이거다! 싶었다. 지난 주, 생각지도 못했던 남편의 귀한 휴가. 지난 여름 휴가는 어찌어찌 반납한 형편이어서 기대도 안했었다. 어디갈까 고민할까 하다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충청도에 웬만한 사찰은 다 가본 것 같았는데 법주사를 놓치고 있었다. 법주사 가는 길에 뵌 정이품송 어르신, 많이 늙으셨지만 그 기세만큼은 창창했다.  



법주사 희견 보살상. 머리에 큰 향로를 이고 있으며 세부 조각이 사실적이고 견고하다. 사람에게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강한 의지를 배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한눈에 반했다. 그저 보고만 있었는데도 어떤 전류, 어떤 에너지가 느껴졌다.  



안면도 자연휴양림. 꽃지 해수욕장만 가봤지 휴양림에 가본 건 처음이다. 소나무 기행을 떠나온 것처럼 소나무의 나라에서 실컷 소나무를 즐겼다. 1시간이면 휴양림을 다 둘러볼 수 있다. 민박 시설도 있어서 다음엔 꼭 기거해볼 예정이다. 특히 황토 초가집이 탐나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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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7 0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온라인 서점 문화가 개막하면서 예약주문판매 모드와 친필사인본 증정 형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친필 사인본이 싫다. 오프라인에서 책을 구입할 때 누구의 흔적도 묻지 않은 완전한 새 책을 고르려고 하지는 않는다. 내가 집어들고 살펴본 그 책, 맨 위에 놓여있던 그 책을 기꺼이 구입한다. 눈에 거슬릴 정도의 손때가 아니라면 새책만 고집하는 까다로움은 없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배달되 온 책에 누군가의 흔적이 있으면 조금 못마땅한 게 사실이다. 책 표지가 더럽혀져있거나 책등이 손상되있는 경우다. 친필 사인본을 받았을 때 느낌도 이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인기 작가, 유명인들의 책은 예약판매와 친필 사인본이 비일비재하다. 선착순 구매자에게 한정된 친필 사인본이란 이슈는 내게는 내 소중한 책을 먼저 들춰본 불쾌함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저자의 사인보다 내 책이 더 소중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 본 적도 있다. 순전히 내가 원해서, 좋아서 했던 행위이다. 그러니까 내 이름과 저자의 이름이 나란히 써있는 사인본이라면 당연히 받고 싶지만, 무작위로 보내온 사인본은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친필 사인본 증정기간이 지난 시점에서 주문을 해도 사인본을 받게 된 경우가 있다. 발매한지 1년 쯤 되었을 무렵인데 나는 원하지도 않는 사인본을 받았었다. 그 불쾌함! 반면에...아, 이 책이 이렇게나 안팔렸구나 싶은 묘한 안쓰러움이 교차했다.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오프라인 이용이다. 아니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주문. 그 작가의 사인보다 나는 그저 그가 쓴 글들이 좋을 뿐이다. 글과 글쓴이를 분리할 수 없겠지만 어쨌든 나는 글쓴이에 대한 궁금증은 그의 글에 대한 열망보다는 결코 우월하지 않으니까.

 

이달의 장바구니를 채우며 얼마전 예약판매와 친필 사인본 증정행사를 했던 작가의 책을 제외했다. 어김없이 친필 사인본이 도착할 확률이 많다. 만약 알라딘에서 친필 사인본은 보내지 말라는 청을 들어준다면 기꺼이 주문할 요량이지만. 그렇게까지 번거로운 절차와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쨌든 세월이 흘러 내가 읽고 싶은 책의 친필 사인본이 도착하지 않는 계절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 9월의 하이라이트 *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책들을 좌르륵 배열하는 이 행복한 느낌!
축복받은 집은 요사이, 틈틈이 여러번 반복하여 읽고 있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스탠드를 켜놓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 줌파의 글들과 내 일상이 오버랩되거나 지혜를 일깨워준다. 신간 <그저 좋은 사람> 몹시 기대된다. 순전히 이달의 책주문은 줌파 때문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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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9-15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나야 기회가 좋으면 사인본을 받는거지 연연해하지는 않게되더라구요.
줌파를 좋아하시는구만요. 나는 저 맨 오른쪽 책이 좀 별로라 이번에 새로나온 책이 어떨지 모르겠어요.ㅎ
잘 지내죠?^^

플레져 2009-09-15 14:02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이 이름뒤에 숨은 사랑 리뷰 썼던 거 기억해요! ㅎㅎ 가운데 책 슬며시 권합니다 ^^ 무탈하시고 평안하시죠? :)

무해한모리군 2009-09-15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줌파 라히리의 글은 저도 조만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 별 느낌이 없어요. 제가 가서 받은게 아니면 --;;

플레져 2009-09-15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답니다. 사실 사인보다 줄 서 있을 때가 더 짜릿하고 좋은데...그런 느낌 전혀 없는 사인본은 '무작위'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요. 흑.

다락방 2009-09-1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책도 그렇고 CD도 그렇고 제가 그렇게 해달라고 한것도 아닌데 선심쓰듯 싸인본 오는게 싫어요. 특히 CD의 경우에는 싸인본의 경우 비닐이 벗겨져 있죠. 그럴땐 궁시렁거리게 되요. 아 포장 내가 뜯고 싶었는데, 하면서 말이죠. 제게 사실 유명인의 싸인은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싸인본을 판매할 경우 싸인본이 아닌 책을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 저도 줌파 라히리 책 있기는 한데...아직 못읽었네요 orz

플레져 2009-09-15 14:05   좋아요 0 | URL
기쁨을 빼앗긴 기분이에요. CD를 굳이 받지 않아도 되는데 CD를 껴주겠다는 선심이 잔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의 싸인이어도 싸인은 싸인일뿐이라 그런가 별 감흥이 없지요.

줌파의 세계로 푹 빠지시거든 연락주세요 ㅎㅎ

비로그인 2009-09-15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필 사인본은 전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경우엔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아무런 감흥도 불쾌감도 없이 그저 그렇구나, 했던 기억이 나요. 하지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제가 읽은 책에(그러니까 다 읽은 후에) 저자가 내게 보내는 편지를 써주는 경우였어요. 사적으로 만나서, 사적인 글귀를, 내게만 쓰는 경우.

플레져 2009-09-16 16:42   좋아요 0 | URL
아. 훈훈하네요. 그럴땐 그 작가의 전작주의가 되지 않고는 못배기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