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시마 유의 <슈크림 러브> 를 읽다가 찔끔 촉촉해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금세 먹어버린, 하지만 남아있는 양이 많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싱글컵사이즈 아이스크림처럼.

결혼, 별거를 거쳐 이혼한 젊은 부부. 그남자 시치로는 이혼을 했지만 아내를 전처라고 부르지 않고 아내라고 부른다. 이혼한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새로 시작한 연인이 아직 없어서다. 남자의 친구 츠다는 정력적인 사업가에 호색한 기질이 다분하다. 여러 여자들을 전전하고 원성을 듣고 결혼할 뻔한 순간에 이르지만 정작 결혼은 하지 못한다. 여자들 역시 츠다와 결혼할 생각은 없다. 사랑이나 결혼에 능수능란한 듯 논리를 펴는 츠다는 결혼에 대한 책임, 현실이 두렵다. 고요한 일상 속에서 츠다와 시치로는 아내와 여자들, 일에 녹아들었다 스스로 빠져나오기를 반복한다. 벼랑 끝에 서야 위기가 아니다. 벼랑으로 가는 동안도 위기의 순간이다.

시치로의 아내 역시 시치로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인이 있긴 하지만 어쩐지 그녀는 그 사랑에 안착하지 못한다. 시시때때로 시치로에게 문자를 보내고 안부 전화를 건다.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시치로는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자 긴장하기 시작한다. 혹시 무슨 변을 당한 것이 아닐까 싶어 시치로는 그 밤에 아내의 아파트로 향한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문은 꿈쩍하지 않는다. 결국 아내에겐 별 일 없었다는 걸 알게 된 시치로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돌아선다. 시치로는 혹 아내가 죽었을까봐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아내의 불륜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의 편협함을 탓하며 아내의 아파트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마침내 그는 어떤 해방감에 젖어 아내에게서 한발짝 물러났다. 그후로 아내와 연락이 닿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으며, 아내의 문자가 와도 바로 답하지 않는다. 서서히 아내와 분리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

이혼한 후에도 친구로 지낸다는 말을 나는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머리와 가슴이 혼연일체가 되려면 달팽이가 백미터 달리기를 20초 안에 끊는 것과 같은 궤에 있다고 생각한다. 머리가 시키는 일을 단박에 자르거나 유지시키지 못하는 것도 실은 머리 탓이지 가슴 탓은 아니다. 머리와 가슴의 부조화는 사랑, 결혼... 같은 청춘의 건널목에선 유독 심하다. 결혼은 시작이었지만 이혼은 끝이 아니다. 한번 맺은 인연 어찌 쉽게 끝내리... 같은 구구절절한 대목이 나가시마 유의 건조하고 메마른 문체로 정제되어있다. 인연이란 서정적이고 운명적인 말보다는 일상에서 주체적이지 못하고 나약한 현대인의 초상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지도. 슈크림처럼 달콤한 사랑과 결혼, 애인을 기대하지만 현실의 슈크림은 재료 배합이 문제인지 잘 녹지도 않고 맛있지도 않다. 하지만 결국 시치로와 아내에게도 (시치로는 맨 마지막에서야 아내의 이름을 부른다. 이름은 책 속에 있다 ^^ ) 마지막장면 같은 순간이 온다. 그런데 난 그게 마지막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부르는 처음으로만 보였다. 이를테면 이혼 후 시즌2, 같은.

 

 <낯선 여인과의 하루>
헬레나 본햄 카터 양의 부스스한 머리가 인상적인 영화. 아무리 분장이고 설정이라도 그렇지, 머리가 헝클어졌는데도 어쩜 그리 이쁜지. 며칠전 한밤중, 알러지가 생겨 붉은 드레스를 입은 눈을 하고도 또랑또랑하게 읽어내린 영화다. 이 영화는 보는 재미가 아니라 읽는 재미가 있다. 화면을 분할해 놓아서 조금 어지럽기도 한데 상징적인 의미로는 그럴듯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언젠가는 저 화면이 하나로 합쳐지겠지 하는 망상이 죽어도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 감독은 보기좋게 배신하지만.

어느 행복한 결혼식장. 담배 피울 장소를 찾아 헤매는 여자. 그 여자를 매우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자. 알고보니 그들은 12년만에 해후한 전남편, 전처사이. 어린 시절에 결혼한 그들. 그리고 헤어짐. 이 남자에게선 요즘 우리세대의 '전남친' 의 후광이 보인다. 새벽 한 두시에 문자를로 '뭐해?' 라고 보내는 전남친들, 니가 행복하면 됐다고 썩소의 문자도 날려주시는 전남친들의 후광이 이 남자에게도 살아있다. 남자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여자를 질투하고, 여자의 남편을 질투하고, 여자에게 다시 돌아오라며 애원한다. 그러나 여자는, 보기좋게 아웃을 날린다.

연인들이 헤어지고 난 후, 여자는 금세 현실을 직시하려고 노력한다. 손가락이 전남친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있을지라도 마음 먹기에 따라서 순식간에 현실 탑승이 이뤄질 수 있다. 어떤 남자들은 다시 그 현실을 환상으로 재창작한다. 전남친들은 밤이면 전여친들 휴대폰을 향해 행진곡을 울린다. 전남친에게 전화 걸고 싶다는 여자들을 뜯어말리는 또다른 여자들은 그래봤자 너만 다친다는 야멸찬 경고를 날린다. 헤어지고난 후, ex가 되버린 연인에게 다시 한번 로그인 할 기회를 달라고 말하는건 익숙한 질문 유형이다. 잘되면 세계 평화를 찾게 될 지언정 잘 안되면 나 혼자만 자폭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이 그 질문의 답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찔러보고 싶은 유혹, 뭔가 그때 완벽하고 충만한 사랑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미련. 아마도 남자들은 구면이 있는 여자에게는 엄청난 자만감과 자신감을 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번 끝난 사랑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감수성과 지금 생활의 리듬을 깨는 게 귀찮은 (하기 싫은 것도 있지만, 귀찮은이 더 우세가 아닐까) 여자의 마음을 모르면 늘 씁쓸한 남자가 될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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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9 0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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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섬진강이 보고싶었다. 그게 언제였더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봄을 보냈던 날이. 그게 언제였더라. 4월과 함께 병원 출입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 섬진강. 한번도 가본적 없는 강. 바다를 보고 싶었던 적은 있지만 강을 보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없었기때문에 '문득' 떠오른 섬진강에 괜한 의미를 두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깊이 생각해보면 섬진강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착각만이 있다. 몇 년 전 노량진에서 혼자 살던 선배 언니네 작은 방 책꽂이에는 파니핑크 비디오와 함께 이생진의 <그리운 성산포> 가 꽂혀있었다. 들쑥날쑥한 책꽂이에 꽂혀있던 그 푸른색 책등. 성산포가 섬진강으로 바뀐 이유는 단순한 착각일 터, 착각이 섬진강에 가고 싶은 바람이 되었다.

섬진강을 검색하다 섬진강이 있는 곳이 곡성이며, 곡성에는 <섬진강 기차마을> 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곡성 관광청에 신청해서 지도를 우편으로 받아보았고 남편은 대전에서 곡성으로 가는 빠른 길을 검색했다. 지난 주말, 생일을 보낸 다음날, 섬진강으로 향했다.

그러고보니 곡성, 에 관한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새학기. 어깨까지 내려온 부스스한 머리의 한 여자아이가 우리반에 전학을 왔다.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자기 소개를 하라 했고, 그 아이는 가방을 양 어깨에 짊어진 채 바닥을 보며 입을 떼었다. "저는 전남 곡성에서 온 *귀녀 입니다... " 그 아이의 성이 황씨였는지 오씨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아이의 부스스했던 머리만큼은, 풀죽은 눈빛과 새빨간 가방 어깨끈 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그날 처음 '곡성'을 알게 되었다. 그 아이가 이렇게 먼 곳에서 서울에 왔겠구나 싶어서 조금 센치해졌다. 단거리 달리기보다 마라톤이 더 조마조마한 것처럼.

곡성에 가기 전 남원을 거쳤다. 춘향전 등장인물들이 남원의 간판마다 살아있었다. 춘향택배회사 부터 식당까지. 남원은 진입로부터 쭈욱 춘향이로 통했다. 다시 오기도 힘들터이니 광한루에 들렀다. 춘향이 아니라 팥쥐가 그네를 타고 있었어도 반하지 않았을까. 사랑은 바람처럼 느껴야 하고 바람처럼 사랑은 마음으로 스며든다. 때이른 초여름 날씨를 무색하게 할 만큼 광한루는 시원했다. 핏빛으로 보이는 저 붉은 철쭉은 좀 섬뜩했다. 몸이 아프니 마음이 금세 지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질투는 시도때도 없이 삐죽거린다.

 



남원에서 놀고 간 탓에 곡성에는 조금 늦게 도착했다. 증기기관차는 이미 매진이라 탈 수 없었다. 그래도 기적 소리는 실컷 들었다. 참 잘생긴 증기기관차.

곡성역과 나란한 영화 세트장에 들렀다. 가게와 가게 사이의 통로, 좁은 골목. 어린 아이들이 줄지어 지나갈 수 있는 좁디 좁은 골목에서 소꿉놀이 한 판 하고 싶다. 더워서 머리를 올렸더니 순천옥에 출근하는 분위기다. 호호.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소홀했던 내 몸을 좀 더 보듬고, 단련시키고 싶다. 너무 아껴서 약해진 것은 아닐까 싶은. 너무 몰라서 약해진 내 부실한 몸. 부디 이 봄이 잘 지나가기를 바란다. 욕심이 아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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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4-22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저...마네킹.....대략 뻘쭘....
순천옥 앞에서 사진 찍으신 마담(프랑스에서 말하는 그 마담, 우리나라에서 쉴 거나하게 취한 주당들이 부르는 그거 말구..)은 누구신지..??=3=3=3=3

플레져 2008-04-22 00:59   좋아요 0 | URL
플마담이라고... 아시는지요? :)

2008-04-22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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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1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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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04-2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여행 수필같아요 멋지네요

플레져 2008-04-22 01:01   좋아요 0 | URL
아직 안주무셨네요? ^^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kimji 2008-04-22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원에서 추어탕은 드셨는지요.

플레져 2008-04-22 11:56   좋아요 0 | URL
남원을 찍고, 아니 광한루만 찍고 간 거라서요 ^^

2008-04-22 01: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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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23: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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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4-22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픔 없는 봄이란 정말 요원한 일이죠.
가끔 생각해요.
혹시 엘리어트도 알레르기 천식이 있었을까?

플레져 2008-04-22 12:02   좋아요 0 | URL
4월이 지독하지요.
드러낼수없는 아픔이 있지않았을까요...

2008-04-22 16: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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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2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8-04-22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몸도 끊임없이 돌보고 관심 갖고
단련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즐거운 생각 많이 가지시길요.
멋진 여행기에요.^^

플레져 2008-04-22 23:17   좋아요 0 | URL
골골... 팔십년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훌쩍.
봄이 참 긴 것 같아요.

미설 2008-04-2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 자락이 저희 친가쪽이라 저는 어릴 적도 그렇고 요즘도 종종 섬진강을 갑니다. 섬진강 갱조개국(재첩국)도 끝내주는데요^^
몸이 어찌 안 좋으신건지요, 건강하세요.
그리고 저기 마담 분위기의 사진 참 멋져요~

플레져 2008-04-25 18:43   좋아요 0 | URL
미리 정보를 좀 더 얻고 갔더라면 좋았을텐데요 ^^
계절에 적응하는 게 좀 힘드네요.
플마담 집에 놀러오세요!

2008-04-24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4-25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재가 생겼지만 서재에 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아침에 일어나 후딱 밥을 먹고 도서관엘 간다. 입주한지 얼마 되지 않은터라 정말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져서 벅차다. 그러니까 뭔가를 정기적으로 보거나, 먹거나, 집을 꾸미라고 권유 하는 사람들의 방문은 이해는 한다만. 지치지도 않고 방문하는 모 단체의 활동에 조금 질렸다. 나의 종교를 강조해도 귓등으로 듣는다. 하여, 따스한 햇살이 넘쳐나는 거실을 뒤로하고 도서관엘 간다. 굳이 그때문은 아니지만 일조는 했다. 하자보수도 마무리 되었고, 택배는 경비실에서 보관하여 주시니 가능한 일. (한동안 이 두가지가 되지 않아 방콕-_-) 집에서 나설땐 너무 환해서 햇빛을 좀 꺼주고(혹은 보관해두고) 나가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햇빛이 넘쳐난다. 동향집에서 살 땐 동향이 최고라고 하더니 이젠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는 간사함이란.

서재라고 하기엔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마음같아선 편안한 일인용 소파와 작은 협탁이 있었음 좋겠다. 그게 안된다면 철제 화이트 벤치라도. 그게 안된다면 폭신한 호빵 방석이라도. 집에 있으면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지 못해 안달이다. 일단은 보류다. 경제 사정도 생각해야하고 이렇게 비어있는 공간을 누리기로 했다. 메탈 블라인드로 했더니 제법 때깔난다(고 생각한다 ^^) 거실에도 메탈 블라인드. 조금 차가워 보이나 불빛이 반사되면 간접 조명이 달린 것처럼 분위기 있다. 나의 주체할 수 없는 감정 기복을 생각할 땐 이런 차가운 소품으로 조절해주는 것도 좋을듯 싶다.

어젯밤부터 서재에 머무는 연습을 한다. 서재라고 부르는 것이 처음 만난 남자친구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어색하다. 공부방이 그저 내겐 딱인듯 싶고. 서재(든 공부방이든!) 창 밖으로는 아파트 후문과 마트가 보이고, 천변 산책로 한쪽에는 올망졸망한 초중고 학교들이 보인다. 고등학교엔 불이 환하고,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숙직실로 짐작되는 곳만 불이 켜져있다. 때로 그 숙직실에선 텔레비전 불빛만 비추기도 한다. 이제 막 문을 연 학교들이어서 운동장은 작고 건물은 아담하다. 수업 종소리가 들리면 나도 괜히 쉬거나 책을 펼치거나 하면서 착한 학생 흉내를 내기도 한다. 지각생들은 어김없이 혼쭐이 나는 것도 같고, 체육 시간은 그다지 활기차보이지는 않는다.

비가 오거나 남편이 아프지 않는다면, 산책로를 5km 이상 걷는 것도 거르지 않는다. 한시간 남짓 걷고 운동기구도 이용하고 돌아오면 뿌듯하다. 요샌 바람이 많이 불어 걷는게 벅차기도 한데 걷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다. 우리동네 칸트는 못되어도 오후엔 꼭 산책. 도서관엘 다녀오는 날엔 더 바쁘다. 해치워야 할 일거리가 있는 날엔 부러 여유를 부리며 산책. 호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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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3-2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명이 분위기 있어요.. 오... ㅎㅎ

플레져 2008-03-26 11:01   좋아요 0 | URL
세일할때 지른건데 나름 괜찮지요? ^^
밤엔 두 개의 조명을 켜둬야 눈에 좋다네요.

울보 2008-03-26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부럽습니다,

플레져 2008-03-26 11:02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늑한 느낌도 날 것 같아요 ^^

하늘바람 2008-03-26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고 멋지고 아~ 침굴꺽입니다

플레져 2008-03-26 11:02   좋아요 0 | URL
블라인드 덕분인듯 싶어요 ^^;;

조선인 2008-03-26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칸트 플레저님~

플레져 2008-03-26 11:02   좋아요 0 | URL
오후에 아무때... 저는 나갑니다. 밖으로...ㅎㅎ

잉크냄새 2008-03-2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네요.
저 서재의 로그인은 어떻게 하시는지?

플레져 2008-03-26 21:01   좋아요 0 | URL
이미 회원 가입 완료상태입니다 ^^
방 한 개 더 생기면 그때 회원을 받지요...ㅎㅎ
잘 지내시지요?

2008-03-26 19: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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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21: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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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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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23: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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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8 10: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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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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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17: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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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31 14: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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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2 23: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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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02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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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aladin.co.kr/trackback/pleasure8/1497997

이사 페이퍼를 쓴 지 어언 반 년이 흘렀다. 9월, 나는 대전에 내려왔다. 그동안 서울에서 지낸 날이 더 많았다. 시댁에서 지내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도무지 나는 이 한적하고 조용한 이 곳 어디에도 내 자리 한 곳을 마련하지 못했다. 도서관에 다니면서 차츰차츰 내 발자국을 찍었고 내가 살아가게 될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사한 지 열흘이 채 되지 않았다. 아파트는 입주 기간이라 붐비고 낮에는 공사 소음도 심하다. 오늘 아침에도 드릴 소리에 잠을 깼다. 그래도 얼추 이사 마무리가 되어가고 내가 살 집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내가 사는 층에도 네 집 중에 세 집이 들어왔다. 살아보니 대전은, 주거 환경으로는 그만이다. 넓고 쾌적하고 청정하다. 구의 슬로건처럼 청정하다.


콘솔과 액자가 있는 곳이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맞닥뜨리는 곳. 왼쪽으로 방 두 개와 공동욕실이 있고 오른쪽으로 방 두 개, 주방, 거실...등이 있다. 공간이 독립적이라는 점, 기다란 복도가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복도는 일명 앤틱스트리트, 라고 이름지었는데 마감재나 여러가지 기본 인테리어 컨셉이 앤틱스타일. 남편의 고집으로 가구와 가전은 아주 모던한 것들로 마련하는 바람에 이 공간만이라도 내 의지대로 꾸몄다. 마치 오래된 유럽의 거리를 걷는 것처럼 양면 시계도 걸어두었고 작은 콘솔과 그림도 그런 분위기로 걸어놓았다. 콘솔 옆에는 숯이 든 단지.




블라인드만 하면 얼추 집 꾸미기는 마무리 될 것 같다. 안방엔 침대 하나 달랑 있을 뿐이고, 서재도 이제 막 책정리를 했을 뿐이다. (책정리 하다 몸살났다...) 정남향집이라 낮에는 햇살 포식이다. 남편의 숙원이었던 와인셀러를 장만하고, 그동안 모아둔 와인잔도 장식장에 넣어두었다. 아. 이게 정말 내 집이구나 싶은것이, 하루하루가 감사하고 벅차다. (와인셀러 옆엔 공기청정기 ^^;;) 유리도마는 이쁘긴한데 실용성은 떨어진단다. 하여, 장식용으로 놔 둘 생각. 친구가 만들어 준 예쁜 리스는 작은방에 달려있고, 역시 작은방 벽에도 선물받은 이스라엘 산 거울. 전화는 아직 연결할 계획이 없어 장식용으로 두었다.



거실만 확장 공사를 했다. 안방과 작은방에 딸린 베란다에는 옛마루를 깔았는데 여기가 명당이다. 여름엔 무지 덥겠지만 봄엔 따뜻한 햇살 받으며 독서하기 딱이다. 안방 입구에 걸린 리스와 십자수 웨딩 액자. 서울에 살 때부터 걸어두었던 것인데 여기에 오니 더 달라 보인다 ^^ 특히 저 웨딩 액자는 큰언니가 내 결혼을 앞두고 삼개월간 수놓은 작품이다. 그땐 몰랐다. 저 작품이 얼마나 눈물겨운 흔적인지. 그러고보니 결혼할 때 세심하게 준비해준 언니한테 너무 못하고 살았다.

남편이 고른 소파와 식탁. 식탁은 강화 유리인데 역시나 모던한 분위기에는 그만이다. 먼지가 잘 타는 게 흠이지만... 좀 더 꾸미고난 후에 공개하고 싶은 서재. 아늑한 분위기가 참 좋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떠나온 것이 서럽고 불행했던 지난 가을. 누가 떠민 것도 아니고 자처해서 내려온 주제에 참 불평불만이 많았다.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봄' 이 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정말이지 나는 3월이, 봄이 올 거란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집없는 천사처럼 지내는 게 괴롭고 슬퍼 책에 얼굴을 파묻었다. 서울이 그리워 도망치듯 새벽에 KTX를 타고 올라간 적도 있다. 서울역에 내리면 찬공기가 얼굴을 스치는데도 마냥 좋았다. 아. 이 공기. 이 매캐한 공기가 그렇게 그리웠더란 말이지...하며 버스를 타고 쌩. 건재했던 숭례문을 보며 서울역으로 향할땐 마음이 착잡해 버스에서 울곤 했었다. 그런 날들이 사무친다.

물 한방울이라도 튀기면 낼롬 닦고, 먼지가 보인 곳은 참지 못하는 요즘의 날들. 아. 정말 이런 날이 오긴 오는 구나. 긴 터널을 지나 봄을 맞이하러 나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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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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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5: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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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6: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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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5 16: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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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19: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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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 2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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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8-02-26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아주 멋진 보금자리에요^^
축하해요, 플레져님. 행복하시겠어요.
와인셀러가 같아요^^

플레져 2008-02-26 23:58   좋아요 0 | URL
아. 혜경님댁에도 저 와인셀러가 있군요!
가정용치고는 너무 커서...좀 부담스러웠는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이제는 익숙해졌어요 ^^

2008-02-27 2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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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8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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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1 0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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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2 0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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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4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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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9 11: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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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동안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누가 나를 콕 집어 부르지 않으면, 내 팔을 잡아 당기지 않으면 어떤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주 입을 반쯤 벌리고 눈을 둥그렇게 뜨곤 했다. 그랬을 것이다. 한낮을 그렇게 보내고나면 한밤중의 선물처럼 종이와 펜이 쥐어졌다. 그리고 몰래 아파트 입구의 마트로 달려가 맥주 한 캔을 사왔다. 달랑 한 캔이다. 그거면 됐다. 그녀가 웃겠다. 그녀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다. 큭.

하여, 조금 전 마무리를 하였다. 너무 행복해 비명을 질렀다. 아버님의 휴대폰 벨소리가 너무 커서 내 비명은 금세 묻혀버렸지만.

 


2월에 즐거운 소식은 한 가지 더 있다. 아기다리고 기다리던 아파트 입주. 사진에 'my house'라고 이름붙이는데 왠지 떨리는거다. 얼마전 사전 점검을 하러 다녀왔다. 눈물이 찔끔났다. 너무 좋아서. 너무 황홀해서. 사진은 주방이다.

무엇보다 서재로 쓸 방의 분위기가 참 좋다. 우리 집은 타워형이라 삼면으로 조금씩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슬슬 이사준비를 시작해야겠다. 2월이 기다려진다. 설날의 노동쯤이야 뭐...^^;;

 



얼렁뚱땅 이웃들에게 새해 인사 올립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즐거운 독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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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8-01-10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플레져 2008-01-10 17:18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만두님 ^^
만두님에게도 복된 새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08-01-10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0 17: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0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0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8-01-10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사진만 봐도 황홀하네요.

플레져 2008-01-10 17: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조선인님.
아가들도 무럭무럭 잘 크지요? 서재 마실 다녀야겠단 생각이 퍼뜩...^^;;

twoshot 2008-01-10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이사하시면 글 많이 올려주세요~

플레져 2008-01-10 20:15   좋아요 0 | URL
아~ 안녕하시지요?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언제나 해피하세요!

날개 2008-01-10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방 사진이 환상이군요..^^
잘 계시지요? 저도 인사가 늦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플레져 2008-01-10 21:51   좋아요 0 | URL
날개님! 넘넘 오랜만이어요. 반가워요. 방가방가~~ ^^
살림이 많지 않아서 주방을 다 꾸밀 수 있을지 의문이어요...ㅎㅎ

프레이야 2008-01-1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 님, 2월에 너무나 설레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군요.
주방이 정말 멋집니다. 입주 기다리고 있으면 손에 일이 잡히지 않더군요.
행복이 가득한 집이 그려집니다.
대문사진이랑 마지막 사진이랑, 사진들이 점점 예사롭지 않아요.^^
설날쯤이야~ ㅎㅎ 축하합니다.^^

플레져 2008-01-10 21:53   좋아요 0 | URL
안녕하셨지요? ^^ 저두 잘 지내고 있답니다.
여기까지 시간이 흘러온것이 믿기지 않을만큼..좀 긴 시간이었어요 ^^
한달쯤 남았는데 시간이 흐르지 않는 불상사가 있을까봐 괜히 떨고 있다지요 ㅋ
대문사진은 어디선가 훔쳐온 것을 꺼내온거구요...
마지막 사진 두루미는 우리 동네 주민이어요. 제가 찍긴 했구요 ^^;;
자주 뵐게요!

Mephistopheles 2008-01-10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렁뚱땅 대꾸할랍니다 예.
근데 아파트 느무느무 럭셔리 합니다.^^

플레져 2008-01-11 15:48   좋아요 0 | URL
예쁘게 잘 꾸며볼게요.
얼렁뚱땅 꾸미지 않겠음! ^^

다락방 2008-01-10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주방 너무 근사한데요!
플레져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쩐지 플레져님에겐 좋은일만 가득할 것 같은 2008년이로군요. 흣 :)

플레져 2008-01-11 15:4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여전히 아름다우시네요 ^^;;
척 보면! 느낌이 와요 ㅎㅎ
저에게도 다락방님에게도 뜻깊은 한 해가 되기를요!

울보 2008-01-1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져요,
좋으시겠어요,
플레져님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새로운 집에서 즐겁게 행복하게 지내세요,,

플레져 2008-01-11 15:49   좋아요 0 | URL
울보님~ 류, 잘 있지요? ^^
새해 복 한가득 받으셨지요?
지금처럼 늘 해피하세요.

2008-01-10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1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01-11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을 보는 제 마음도 같이 황홀해져요. 들뜬 기분이 전염될 것 같아요. 플레져님 축하합니다^^

플레져 2008-01-11 15:5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고마워요.
이사만 해도 전 행복할 것 같아요 ^^;;

미설 2008-01-11 0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정말 황홀하네요^^ 새 집에서 해피 뉴 이어!!

플레져 2008-01-11 15:53   좋아요 0 | URL
미설님도 해피뉴이어!!
귀여운 남매들도 잘 크지요? ^^

라로 2008-01-11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오시는군요!ㅎㅎ
기대되는데요, 연락주실래요???ㅎㅎ
새집에 들어가시니 부러워요~.^^
새집 증후군 조심하시고요 멋진 집에서 희망찬 2008년 열어가세요!

플레져 2008-01-11 15:54   좋아요 0 | URL
나비님, 그럴게요.
에구... 쑥쓰러워서...^^;;
겨울이라서 새집증후군이 심하진 않을거래요.
점검하러 갔을 때도 새집스러운 냄새는 없더라구요.
해피뉴이어!

2008-01-12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2 0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리스 2008-01-12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저런 주방이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겠는데요?
행복해 보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플레져 2008-01-14 20:43   좋아요 0 | URL
낡은구두님에게도 해피한 새해가 되기를요!
얼른 저 주방에 들어가 안주인 노릇 하고 싶어요 ㅎㅎ

2008-01-17 0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로밋 2008-01-21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추카추카. 부럽부럽^^

2008-02-20 03: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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