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자전 - 삼성 창업자 호암 이병철 자서전
이병철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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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겨울은 기업인들에게 보다 춥게 느껴진다.

삼성그룹의 사장단과 임원 인사가 발표 되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임원의 대폭감축 및 연이은 사업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새로운 리더 JY의 철학이 점점 자기 색을 드러내고 있다.

효율이 강조되고, 숫자로 평가되기를 원하고 제일 잘 하는 것을 해라는 등.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는 미국의 GE였다. 예전에 식스시그마를 강조했었는데 그것도 미국의 모토롤라였다.


이 대목에서 나는 예전의 호암이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떠올려보았다.


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장이었던 최우석의 인터뷰글 중 일부다.


밥 때 그냥 가는 거 아이다. 밥 묵고 가라’며 직원들을 붙잡았습니다


이 회장에게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없으면 사람을 잘 다룰 수가 없죠. 엄했지만 섬세한 사람이 이병철이었습니다. 인간적 매력이 없으면 주위에 사람이 모이지 않습니다. 이 회장은 이런 차원에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조직의 리더에게 가장 소중한 직무는 밥을 먹이는 것이다.

리더십을 간략하게 말해서 밥주는 손에 대한 믿음이라고 표현한 사장도 주변에 있다.

나이가 들수록 미국 MBA들에게 회의적이 되어간다. 우선 그들이 금융위기를 만든 주범이라는 점, 또 자본가들만을 위한 재무적 기법의 달인이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한국에서 꼭 미국을 절대절명으로 배워햐할까? 특히 경영에 대해서 그럴까 한다.


지난 몇년간 한국경영이 주춤한 사이, 일본은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말많던 아베노믹스는 최소한 주가로는 충분히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손정의와 같은 신경영자들이 부상한다.

그가 한국계이지 한국인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다시 이 대목에서 호암 최후의 승부였던 반도체를 돌아보자.


<신수종(新樹種) 사업이 어떤 것이건 간에, 그분은 모든 것을 쏟아부었을 겁니다. 예전에 반도체 사업이 무척 어려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삼성 가전 부문은 돈을 벌었는데, 반도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반도체에 돈을 다 쏟아 붓더군요. ‘아, 이 영감님이 자기가 만든 삼성을 이렇게 망치고 가는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삼성의 결단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우리의 IT산업은 없었을 겁니다. 이 회장의 풀베팅(full betting)이 없었다면 이런 일이 가능했겠습니까? 만약 이병철 회장이 살아 있다면, 철저한 분석, 사전조사를 통해 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찾아냈을 겁니다. 그리고 개발연대의 거인답게 반드시 이를 성공시켰을 겁니다>


왜 기업가는 승부를 걸어야 하는가?

한국의 기업은 국가와 공동체원들에거서 무한한 혜택을 입었고 최소한 성공을 통해 보답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삼성의 1차 도약은 6.25 와중에 만들어진 전시경기에서의 밀무역이 매우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호암은 그렇게 번 돈을 쓰는 방법이 달랐다.


그는 국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사업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믿었던 분입니다. ‘사업보국’이라는 얘기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주변에 점점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늘어난다.

작년,재작년만 하더라도 롯동금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다. 롯데,동부,금호 등 임금은 작고 일이 많다는 것이 그 신문기사의 표현이다. (해당기업 다니는 분들께는 죄송, 신문기사 인용임)

나라가 전체적으로 꿈이 작아지는 건 분명해지는 사실이다. 

그와 중에 그나마 남은 꿈 중의 하나는 삼성입사다. 그렇지만 그렇게 이룬 꿈들이 기껏 40대에 밀려나는 모습으로 만들어진다면 정말 꿈은 어디까지 남을까?


사업은 숫자로 보이는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사람과 꿈, 인정과 국가에 대한 의무가 어우러지는 예술이다.


우리가 다시 호암 같은 승부사를 만날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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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조선인 하와이 이민선을 타다 - 안재창의 가족 생애사로 본 아메리카 디아스포라
안형주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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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온 책이라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럼에도 술술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몇시간 만에 다 읽어 버렸다.

저자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가르친 교수다.

그리고 안씨 집안이다.

그의 조상으로 처음 미국에 이민온 주인공 안재창은 저명한 독립운동가 안창호의 삼촌이었다.

하와이로 건너왔다가 본토로 넘어가고 다시 여러 곳을 이동하다가 디트로이트에서 사업을 일으켜 크게 성공하였다.

당시 교포 사회에서 대단한 성공사례였다.

그를 만나러 각지에서 여러 사람들이 왔고 그중에서도 독립운동 하는 이들을 후원하였다.

"다 떨어진 양복을 입고 온 신사가 열변을 토했다. 국제정세를 이야기하고 독립의 의지를 표명한다

안재창은 그의 옷을 새로 사 입히고 여비를 주고 잘 대접하였다"

바로 이 사람이 이승만이었다.

상해와의 갈등에 대통령에서 해임되고 외로웠던 유랑 낭인의 꾸준한 후원자였다.

안재창이 재혼하려고 할 때 후보를 추천했지만 안창호가 열 받아서 반대했다는 일화도 흥미로웠다.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하와이에서 이승만과 박용만은 끝까지 대립하였고, 결국 중국으로 건너간 박용만은 의열단에 의해 암살되고 만다.

의열단의 대표자 김원봉이 최근 <암살>이라는 영화로 재조명 되고 있다. 해방후 이승만에게 쫓겨 북으로 갔다가 숙청되어 쓸쓸한 말년을 보낸 김원봉의 삶이 불우하다고 볼 수 있다.

박용만 또한 평생 바친 운동의 뒤안길에 불우한 죽음을 맞았다.

그렇게 독립운동가들이 열성적인 삶을 살아갈 때, 또 한편 경제인으로서 어메리칸 드림을 만든 인물들이 안재창과 그의 회사 동료들이었다.

이 부분부터 이야기는 경제사,기업사가 된다. 그런데 한편의 기업전쟁 이야기를 보듯이 무척 흥미로운 서술이었다.

중국인들이 도입한 차우면을 통조림과 식자재,외식으로 만들어 배달 공급하는 사업은 아시아와 미국의 문화가 만나는 곳에서 만들어진 특수한 기회였다.

곳곳에 창의력이 도입되었다. 통조림을 하나로 아니면 둘로, 조리법을 간단히 아니면 잘 등 아이디어가 여럿 필요로 했다.

미국 가보면 중국식 프랜차이즈가 꽤 인기다. 싼값에 면과 밥을 맛보고 덤으로 각종 고기도 먹을 수 있어서 맥도날드에 비하면 너무 좋은 선택이었다.

그 원조에 한국인 기업이 있었다니 정말 신기한 이야기였다.

대공황과 2차대전이라는 격변에서 계속 뻗어가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았지만 수십년간 이어진 성공스토리는 정말 재미있었다.

저자의 역사서술은 주인공 개인과 주변인물들의 개인사와 더불어 기업이라는 조직과 주변의 경영활동이 포개진다. 더해서 당시 미국의 경제 환경까지 배경으로 잘 서술해낸다. 

디트로이트와 시카고의 차이점,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의 임금차, 미국의 자본가들이 때로는 중국,일본인들을 쓰다고 버리거나 구류하는 것, 그런 순간의 변화에 의해 만들어지는 기회.

이런 일들이 읽는 이에게 꽤 흥미를 준다.


많이 읽히지는 못한 책이지만 앞으로 이런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역사는 먼 남의 일, 높은 영웅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내 주변,내 조상의 분투기이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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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보통 자연이 자비롭고 평화롭게 움직인다고 믿는다. 하지만 글쓴이는 자연을 그리 아름답게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서로 협력하고 대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자연이 사실은 서로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책 제목처럼 자연은 인간의 믿음을 “배신”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글쓴이가 생물학자로 일하며 접했던 수많은 예를 들었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펭귄에 관한 예였다. 남극에 겨울이 오면 펭귄들은 추위를 피해 서로 모이게 된다. 다큐멘터리 같은 것을 보면 추운 펭귄과 위치를 교대해주는 훈훈한 내용으로 나온다. 하지만 사실은 펭귄이 서로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다 보니 자리가 바뀐다고 한다. 이걸 보니 서로 경쟁하면서 돌아가는 인간사회가 생각났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면서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것이 모여 사회를 발전시킨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데 비슷한 것이 당연할 것이다. 또 다른 예는 범고래에 관한 것이었다. 범고래는 귀여운 외모로 많은 사랑을 받는 동물이지만 범고래만큼 잔혹한 동물도 없다. 범고래는 먹잇감을 가지고 던졌다 받는 놀이를 자주 하는데 먹잇감은 고통스럽게 죽는다. 인간이 동물학대를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에서 충격을 받은 내용이었다. 글쓴이가 든 예는 우리가 평소에 접해보지 못한 평화로운 자연의 이면이었다. 이런 내용을 알면 자연이 싫어질 수도 있지만 글쓴이는 파인만의 말을 예로 들어주었다. 꽃이 번식을 위해 만들어진다고 실망하는 사람도 있지만 파인만은 ‘꽃과 벌에 미적 감각이 있을까?’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했다. 자연에 대한 진실을 알아도 사랑까지 잃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다.

책에서 자연이 인간처럼 사악하다는 내용을 많이 봤지만 반대하는 내용이 있다. 글쓴이는 우리가 생활하고 서로 감정을 느끼는 것이 그저 DNA를 후대에 전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DNA가 자신을 후대로 전달하기 위해 몸이라는 고기 로봇을 만들고 조종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자기 자식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런 것이 DNA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서글퍼진다고 했다. 하지만 난 생각이 다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많다. DNA의 전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행동이지만 그것을 하고 있다. 한 웹툰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감정들이 단순히 생존을 위한 호르몬과 전기신호의 집합체라는 말에 주인공이 사랑은 어떻게 설명할건지 물어보는 부분이다. 사실 사랑도 호르몬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자연이 자비롭다는 통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책에 그려진 자연은 생각보다 무자비하고 이기적인 곳이다. 보통 생물들은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것을 자제하려고 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우리는 동물들 중에 가장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우리가 자연을 따라서 이기적으로 행동할 필요는 없다. 글쓴이도 그런 점을 말했다. 자연적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그것을 버려야 한다고 말이다. 동물들이 다른 동물을 괴롭혔다고 처벌당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권은 비자연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리는 자연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야 우리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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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에서의 폭발을 막아낸 주역들

가이트너,버냉키

그리고 한국에서 대응하려던 경제관료들

그들의 목소리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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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본 경제위기 대응실록- 아시아금융위기에서 글로벌경제위기까지
강만수 지음 / 삼성경제연구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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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테스트
티모시 가이트너 지음, 김규진.김지욱.홍영만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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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용기- 경제위기와 그 여파에 대한 회고
벤 S. 버냉키 지음, 안세민 옮김 / 까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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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메이커 -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25년, 개정증보판
임동원 지음 / 창비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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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에서 통일원장관,국정원장을 지내면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킨 임동원님의 회고록이다.

미국에는 레인메이커 rainmaker라는 말이 있다. 가뭄에 비를 내려주는 사람으로 존귀하게 대접받는다. 임장관이 사용한 피스메이커는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비를 내리는 역할을 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다고 보인다.


이 책은 김대중 정부 중반에 성공한 남북정상회담의 추진배경,진행과정,결과 등을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시작은 북에 가까운 사업가가 박지원 장관에게 메시지를 전달했고 싱가폴에서 협상이 이어지고 점차 커져서 국정원장이 방북해서 사전 조정을 하며 최종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이 만들어진다.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당대에도 비판이 많아서 야당대표였던 이회창은 결사 반대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13년 가까이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당시를 넘어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 성과에서 하나씩 까먹기만 하면서 상대가 수그리고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다가 임기를 마친다.

그런 점에서 껄끄러운 상대 북한과 일을 만들어낸 거의 유일한 성공작품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도 희망의 대상이 되는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자서전이라 임장관의 개인사도 나온다. 고향은 평양이지만 단신 월남해서 미군부대에 붙어 살다가 육사에 들어가 국방에 충실하였다. 공부를 무척 좋아해서 직접 지은 <대공전략>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강연과 함께 해외 견학기회가 주어져 다시 새로운 도약의 디딤돌이 되었다고 한다. 역시 책은 내고 보아야 한다.

전두환 정권에서는 예편되어 소외되었지만 노태우 집권기의 남북화해 분위기에서 통일원에 들어가 상당한 역할을 했다. 이때 <훈령조작>이라는 사건은 한국의 수구보수세력의 위세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의 업적을 뭉개버리는 막강한 힘을 가진 보이지 않는 이익집단이 안기부에 자리잡고 통일로 가는 길을 방해했다. 이렇게 된 데는 차기 대권의 유력주자인 YS의 남북관계에 대한 무지가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 YS때 클린턴 정부와 보조가 맞지 않았고 덕분에 한반도에도 위기를 가져왔다. 

조문파동은 그러한 무지의 극대화였고 기회일수 있는 걸 위기로 만든 사건이다.

일련의 사태가 몇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하나는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진지하게 남한의 정권교체를 고려한 것이다. 이렇게 무지한 대통령과 무슨일을 할 것인가 하는 내부검토 지시가 내려갔다고 한다. 덕분에 대안으로 거론된 것이 당시 은퇴한 김대중이었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김대중으로서는 통일이라는 과제에 걸맞게 실행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의 주변의 이상주의자나 운동가만으로 일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임동원 장관을 삼고초려로 영입하게 된다. 

후일 세론으로 절묘한 결합이라고 표현되는데, 그렇다면 실제 노벨평화상의 일부는 임장관에게도 영예가 주어지는 셈이다.


지도자는 방향을 잡으면 되지만 그 방향으로 수레를 끌고, 말을 타고 돌격하고, 목숨을 걸고 창칼을 휘두르는 건 실무자들의 몫이다. 그런 일들의 세세한 기록이 이 책에는 잘 나온다. 업적 없는 이번 정부의 관료들도 이 책과 노태우 정부 시절 박철언 회고록 두 권을 보면 좋겠다. 맨날 가서 비밀접촉만 하고 아무 진도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두 사람의 성과는 대단했다.

중요한 자리에 있다는 건 기회를 잡고 바꾸어 보면 성과를 낼 의무가 있는 셈이다.

임장관 이후의 통일 사업에서 이름 낸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기억 나지 않는 건 그만큼 임동원이라는 산이 컸다는 걸 의미한다.


2001년이라는 시점에서 조금 더 잘 되었더라면, 미국 대선의 결과, 클린턴의 방북 직전에 놓친 것 등 이런 일들이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매우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일종의 나비효과라고나 할까? 당시 미국의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나비형 인쇄, 대법원까지 간 판결 등. 그 덕분에 911에 이라크전쟁, 전세계적인 인플레 등. 

요즘 영국에서는 IS문제를 놓고 부시행정부에 동조해서 참전한 지도자들에게 비판이 가해진다.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당시는 땀나도록 중요한 시점이었는데 김정일도 너무 여유롭게 생각했고 클린턴의 의지도 막판에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골든타임은 역사에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오바마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란,쿠바와 해빙을 해냈다. 돌아온 민주당 정권기를 그냥 흘려보낸 한반도의 지도자들에게 아쉬운 대목이다.

다음 대선? 누가 알 것인가? 워싱턴에서 긋는 선 하나가 어디로 나아가고 컬러를 무엇으로 입히냐에 따라 바람이 다르게 부는 점을 이해 못하나?


한국사람들은 군대간 자식 걱정은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평화를 어떻게 하면 가져올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국사교과서를 단일화하는 논쟁은 하지만 세계사를 공부하지는 않는다. 역사가 선택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기운을 걷어내려고 무지한 노력을 했던 인물들에 대한 공부는 그래서 필요하다.


그렇지만 큰 일을 한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단견이 팽배했다. 심지어 후임 노무현 정부에서 옥고를 치르게 한 것은 지금도 보면 답답하다. 별 통일 정책이없던 노무현이나 비서실장 문재인 두 사람다 지금 다시 봐도 답답하다. 사과라도 했는지 참..


80이 다 된 임장관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자세도 꼿꼿하고 통일을 위해 준비한 여러 일들 아직 다 못 풀어낸 숙제 등 정정한 그 분의 모습은 한시대의 굵은 획을 그은 자부심 속에 건재하였다.

임동원이라는 거인의 어깨위에 올라타 더 높게 올라볼 후배들이 이 책을 통해 역사의 교훈과 지혜를 얻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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