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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경영대전 - 행하는 자 이루고 가는 자 닿는다
홍하상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홍하상의 또 다른 책 이병철과 정주영에서 이병철 부분을 확대 보강한 느낌이다.
되도록 담담하게 이병철에 대한 과정을 서술하면서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하고 있다.
누구나 그렇듯이 이병철에게도 공과 과가 함께 있다. 가령 박정희의 경제성장을 공이라고 하면 독재와 지역차별은 분명 과라고 할 수 있다. 이병철도 마찬가지로 공으로 평가할 부분과 과로 평가할 부분이 공존한다. 단 이 책은 대체로 공에 치중한 느낌이 강하다.
세계 자본주의 발달사를 보면 록펠러, 카네기 등 재벌들은 당시 도적으로 불렸다. 그만큼 규칙도 정의감도 없이 무한경쟁으로 돈을 벌어 규모를 키우는 것만 관심 있었다. 세월이 지나니 이들이 겉에 명예를 붙이고 귀족인 체 하면서 활동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약 200여년간의 서구 자본주의 역사에서 있었다. 한국은 비슷한 과정을 약 50년이 채 안되는 기간에 압축해서 가져가다보니 분명 과가 적지 않았다.
그래도 전쟁의 폐허에서 오늘날 경제를 일으켜 세운 세대와 주역에 대한 공을 평가하는데 너무 인색해서는 안된다.
이병철의 놀라운 점은 규칙이 어떻게 바뀌어도 돈을 벌었다는 점이다. 살아생전 두차례의 커다란 전쟁 - 세계대전, 한국전쟁 - 을 겪었고 4.19,5.16,유신,5.18 쿠데타 라는 정변을 모두 겪으면서 늘 일등의 자리를 지켰다. 보통 어지간한 강운을 가진 사람들도 이런 큰 변화에 제대로 적응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병철이 늘 이겼다는 것은 실력을 인정해주어야 할 부분이다. 더구나 초기 재벌이 정부의 특혜를 받아 성장했지만 지금 세계화 시대가 된 마당에 다른 나라의 일류기업을 꺽으면서 세계 일류가 된 기업은 삼성,현대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인허가로 온실의 화초처럼 큰 기업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기업에 미래는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삼성이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여 이루어낸 성과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지금 최고경영자인 이건희의 노력도 인정해야 한다. 단 그는 냉정하게 말해서 거인 이병철의 어깨 위에 올라탄 난장이의 수준이다. 물론 그도 얼마간 삼성의 높이를 올렸지만 기틀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이 책에서 나오지 않는 이병철의 과에 대해서는 다른 여러 책이나 자료를 비교해가면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지역차별로 인하여 공장을 전라도에 짓지 않은 점이나 인재등용에서 차별한 점 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노조 없는 경영을 위해 무리를 해가면서 비용을 쓰고 있는 점은 지금도 논란거리다. 지동욱의 책을 비롯하여 다른 여러 책으로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런 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없다면 지금 한국의 경제가 이만큼 올라서기는 어려웠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한 거인의 삶을 추억하면서 지금 나아갈 바를 잡는데 도움이 되는 독서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