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당·청 ‘FTA 갈등’ 정면충돌 하나

당·청 ‘FTA 갈등’ 정면충돌 하나
입력: 2006년 09월 07일 07: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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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유혹 “풍악산”으로 떠나보자
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여당 의원 13명이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정부의 한·미 FTA 협상이 국회 권한을 침해했는지 헌재에 묻는 송사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반기(反旗)’를 든 성격도 크기 때문이다.

노대통령과 정부를 상대로 헌재에 제출될 권한쟁의심판 청구 소송에는 민노당 의원 전원(9명)과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합류할 예정이다. 다만 1차적 눈길은 여당의 움직임에 맞춰진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국회가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것은 1998년 야당인 한나라당이 김종필 총리서리 임명을 문제삼은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여당이 점화한 것은 처음이고, 그만큼 한·미 FTA를 고리로 당·청 갈등이 점화될 소지가 커졌다는 뜻이다.

여당쪽에선 한·미 FTA를 반대해 온 재야·개혁 성향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재야파에선 김근태 의장계인 유선호·이인영·정봉주·이기우 의원 등이 참여했고, 자주적 외교노선인 최재천·임종인 의원, 친노직계인 참정연의 유기홍 의원도 서명에 동참했다. 여야가 함께 참여한 ‘한·미 FTA를 연구하는 의원 모임’(공동대표 김태홍 의원)이 축이 됐지만, “여당에선 소송 참여를 망설이는 사람도 많아 각자의 의견이 존중됐다”는 설명이다. 여당 의원들로선 ‘뜨거운 감자’였던 셈이다.

참여한 의원들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쪽이다. 이기우 의원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제대로 된 보고서 하나 받아보지 못하는 입법부의 권한이 강화돼야 하고, 모두 국민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명작업을 주도한 김태홍 의원측은 “오래전에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이 화두를 공개했을 때 여당쪽은 ‘국회특위 구성’에 초점을 맞추며 유보적이었다”며 “그러나 국회 특위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마지막 카드를 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송 기초문안을 작성한 이찬진 변호사가 소속된 민변과의 공조도 주목된다. 헌법 60조에 명시된 국회의 국가간 조약 체결·비준 동의 대상에 한·미 FTA도 포함된다는 법률적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문제는 당·청의 맞대결이 ‘외나무다리’ 성격이 크다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청와대로 국회 한·미 FTA특위 위원들을 초청한 만찬에서 “국민투표 대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회가 국민의 뜻에 따라 정리하면 된다”고 밝혔다. 협상 추진은 행정부의 권한이고, 국회는 동의절차를 밟아달라는 뜻이다.

노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 제기된 소송도 당·청으로선 민감해질 대목이다. 반대로 위헌소송에 나선 한 의원은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면 안된다. 협상과 법률 정비가 미비하면 협상을 미루면 된다”며 “(청와대와의 대립 시각에 대해서도) 그래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예전 한일합방때 권력자들의 일방적 추진과 뭐가 다르냐”고 맞섰다. “정치적 의도는 없고 선의는 인정해야 한다”는 노대통령과 “국익이 우선이고 원점에서 따질 때”라는 참여 의원들의 시각차가 크고, 법리논쟁에 앞서 정치 문제로 먼저 비화될지 주목된다.

〈이기수·김종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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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추진에 반대하는 ‘12014277+1’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수많은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비민주적인 한미FTA 협상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언론과 국회를 통해서 수없이 밝혀진 바와 같이,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 중인 한미FTA 협상은 수많은 거짓말과 조작극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의 주장처럼 양극화를 해소, 경쟁력을 강화해줄 장밋빛 미래가 아니라 소수의 가진자들을 위해 수많은 노동자, 농민, 시민 등의 삶을 빈곤화하고 사회적 공공성을 파괴해가는 과정입니다. 이에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의 이름으로 거만한 노무현 정부의 비상식적인 한미FTA 추진을 저지시키고자 합니다. "12,014,277"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획득한 당선 특표수입니다. 우리는 여러분의 이름과 선언을 통해 "12014277+1명"의 한미FTA 반대 서명운동을 성사시킬 것입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과 달리,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미FTA라는 폭력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낼 것입니다. ‘12014277+1’ 서명운동은 강요된 경쟁과 빈곤을 거부하고, 평화롭고 평등한 세상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의 진실한 목소리가 되어 널리 퍼져나갈 것입니다. 어떠한 근거도 없는 “국가 경쟁력”이 아니라 우리 개개인의 삶의 권리와 행복을 위해 서명해주십시오. http://www.nofta.or.kr/plus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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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9-06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명하고 왔습니다.
퍼가야겠죠?

사마천 2006-09-07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을 서로 합치고 목소리를 내보아야겠죠. 힘없는 민초지만 합쳐지만 무섭다는 걸 보여줘서 최소한 찬반 국민투표까지는 끌어내야한다고 봅니다.
 

사람을 만날때 몇가지 기준이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은 크게 다섯가지 정도의 가치를 가진 사람이다.

가장 좋은 것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가 여부다.
같이 일을 개발하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관계다.
직장의 선배, 예전 상사 같은 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거래처의 관계자 중에서 사업을 같이 기획하는 경우도 그렇다.

다음은 서로 협조 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정보를 주고 받고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도 중요하다.
점점 know-how가 아니라 know-where 즉 know-how를 가진 사람을 알고
그 협조를 받을 수 있는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일에 대한 도움이외에 돈에 대한 도움이 있는지를 묻게 된다.
부동산,주식 등 각종 자산관리에 있어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다.

그  다음 주제는 아이 키우기이다.
육아에서 시작해서 교육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고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다면 좋다.

마지막이 취미다.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는 아름다움 찾기를 위한 취미활동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러면 피해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먼저 만나서 대화가 안되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야기와 주장만 하면서 대화 시간 대부분을 점유해버리는 인간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듣다 보면 예전 이야기가 반복된다.
좋은 이야기라는 것도 과거의 추억뿐이다.
예전에 내가 얼마나 잘 나갔는데 이런 타령만 늘어 놓는다면 아무래도 어렵다.

다음 사람의 관계를 짧게 가져가려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이 당장 보이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 사람은 곤란하다.
되도록 길게 보고 어느 정도 위험과 이익을 공유하는 쪽이 좋은데
나만 피해나가려는 사람은 나중에 힘들다.

또 말은 많은데 행동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도 피해야 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무수히 하는 사람의 말을 듣다보면 혼동이 생긴다.

이런식으로 인간관계를 주기적으로 정리하다보면 내가 과연 어떤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
나타난다.
그냥 소일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미래를 향해 한단계 올라서기 위해서 역량키우기에 집중하는지
돈인지 가정인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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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8-25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읽다보니 만나야 할 사람엔 해당사항이 전혀 없고 피해야할 사람에 더 해당되는 듯 하네요..^^;;

사마천 2006-08-26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만에 말씀. 사야님은 멀리 있지만 꼭 만나고 싶은 사람에 들어가세요. 한국 오시면 꼭 연락주시기를. 회원님들 모이는 번개를 하죠 ^^

해&별 2007-01-15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만나야 하고 일정기간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나는 가까이 하고 싶고 만나야 할 사람인데, 상대방은 저를 피해야 할 사람으로 분류 하면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이해하면 모두가 만나야할 사람입니다,

사마천 2007-01-15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그렇죠. 최대한 만나야할 사람으로 늘려잡아나가고 싶은 마음이야 모두 매한가지입니다만...
 
 전출처 : 릴케 현상 > [퍼온글] 성의식 변하니 가사도 바뀌네 - 강준만

 

왜 사랑타령은 식지 않는가② 1980년대~2000년대 대중가요의 시대정신 … 섹스를 스포츠라고까지 역설한 사랑의 춘추전국시대, 시장이 세분화되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대중가요 속 사랑은 사랑에만 국한되지 않는 삶의 문법, 더 나아가 시대정신까지도 말해주는 은유일 수 있다. 남녀관계의 표현으로 사회가 움직이는 기본 메커니즘을 말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남 유흥가 문화’를 찬양·고무하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강남 유흥가가 거대해지고 전국 유흥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서, ‘강남 파워’는 가요계에까지 밀려들었다.


△ 노랫말은 시대를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신사동 그 사람> <사랑의 거리>는 1980년대의 강남 유흥가 문화를, <수필과 자동차> <오렌지 나라 앨리스>는 1990년대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를 담고 있다.

사랑의 슬픔과 한에 관한 한 강남 여인들을 따라갈 사람이 없었으니, 그들의 사연을 담은 사랑 노래는 다소 추상적인 가사 표현을 통해 보편적인 설득력을 확보했다. 그건 적나라한 욕망의 긍정이기도 했다.

1983년 김수희의 <멍에>(추세호 작사·작곡)는 “사랑의 기로에 서서 슬픔을 갖지 말아요 어차피 헤어져야 할 거면 미련을 두지 말아요”라고 노래함으로써, 이별을 전제로 한 사랑을 하곤 했던 강남 여인들의 제1순위 단골 레퍼토리로 떠올랐고, 이들의 영향력에 힘입어 남성 고객들의 애창곡으로까지 발전했다.

1985년 주현미의 <비내리는 영동교>(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는 “잊어야지 하면서도 못잊는 것은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인가봐”라고 <멍에>의 사연에 맞장구를 쳤고, 같은 해에 발표된 주현미의 또 다른 강남 노래인 <영동 블루스>(안치행 작사·작곡)는 “사랑이 피어나는 영동의 밤거리”라고 선언함으로써 그간 ‘블루스’의 원조로 군림했던 <명동 블루스>에 정면 도전하고 나섰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수많은 강남 가요들이 무더기로 쏟아져나왔다. 신흥 강남 가요는 강북에서 강남으로의 권력 이동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른바 ‘3저 호황’으로 흥청대는 ‘강남 밤문화’에 낭만의 포장을 씌우는 효과를 낳았다.

1988년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은 그간 부정적으로만 비쳤던 신사동 카바레 문화에 인간적 체취를 부여했다. 1989년 문희옥의 <사랑의 거리>(정은이 작사, 남국인 작곡)는 아예 노골적으로 “여기는 남서울 영동 사랑의 거리”라며 “외롭거나 쓸쓸할 때는 누구라도 한 번쯤은 찾아오세요”라고 권유하고 나섰다.

‘강남 유흥가 문화’가 찬양·고무한 솔직성은 1990년대 들어 신세대의 노래에서 ‘사회비평’의 형식으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탈이데올로기의 시대로 청춘의 비판적 감각은 일상적 삶을 향했고, 이는 사랑을 정밀 분석하는 작업도 포함했다. 정석원의 활약이 돋보였다.

승용차 대중화의 물결 속에서 남녀관계에서도 승용차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졌다. 1992년 015B의 <수필과 자동차>(정석원 작사·작곡)는 “이젠 그 사람의 자동차가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어느 곳에 사는지도 중요하게 여기네”라고 했고, 1993년 푸른 하늘의 <오렌지 나라 앨리스>(유영석 작사·작곡)는 아예 노골적으로 “그런 작은 자동차 타고 다니면서 내게 감히 말을 건넬 수가 있니”라고 쏘아붙였다.

서태지는 거대담론형, 박진영은 실사구시형

연인의 자동차를 따지게 된 마당에 사랑을 터무니없이 미화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었다. 과거엔 기성세대가 도맡아하던 이야기도 이젠 20대의 몫이 되었다. 1993년 이승환의 <사랑에 관한 충고>(정석원 작사·작곡)는 “사람들은 가끔 착각하지 서로의 조건들을 좋아하고선 이게 사랑일 거라고… 우린 어느 정도 현실적인 사람들 서로 그런 걸 이해하면 되는 거야”라고 했다.


△ 서태지와 아이들이 <교실 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등을 내놓자 진보진영이 더 열광했다. 진보매체에서는 서태지 비판을 자체 검열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랑은 영원한 위장일망정 삶의 동력이었다. 사랑의 환상 없인 살아갈 수 없기에 ‘사랑의 현실화’에 정반대되는 흐름도 동시에 나타났다. 파격으로 일컬어졌던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서태지 작사·작곡)도 가사만큼은 전통 뽕짝의 정신에 충실했다. “제발 이별만은 말하지 말아요 나에겐 오직 그대만이 전부였잖아… 오 그대여 가지 마세요 나는 지금 울잖아요.”

1994년 서태지가 사회 문제로 눈을 돌려 통일을 염원하는 <발해를 꿈꾸며>, 획일화된 교육 현실을 비판한 <교실 이데아> 등을 내놓자 10대보다는 진보진영 일각이 더 열광했다. 일부 진보매체에서는 서태지 비판을 자체 검열할 정도였다.

서태지가 거대담론형 진보파였다면, 박진영은 실사구시형 진보파였다. 1995년 박진영의 <청혼가>(박진영 작사·작곡)는 “그대가 나와 결혼을 해준다면 나는 그대의 노예가 되어도 좋아”라고 했다. 페미니스트들은 박진영이 여자의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며 사랑의 남존여비를 깼다는 걸 높이 평가했다.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은 엄청난 은퇴 파동을 일으키며 사라졌지만, 그 공백은 H.O.T 등 하이틴 댄스그룹이 채웠다. 1996·97년은 고등학생 가수들의 전성시대였다. 이수만이 이끄는 SM기획의 H.O.T 성공에 자극받은 대성기획은 1997년 초 H.O.T와 동일한 콘셉트의 젝스키스를 기획해 성공시킴으로써 이후 대형 기획사의 전성시대를 열게 되었다. SM기획이 1997년 여성그룹 S.E.S를 성공시키자 대성기획은 1998년 핑클을 데뷔시켰다.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10대 시장’의 대공략이었다.

1997년 S.E.S의 (유영진 작사·작곡)은 “나 오직 너를 위해 살고 싶어”라고 했고, 1998년 핑클의 <내 남자 친구에게>(김영아 작사, 김석찬 작곡)는 “솔직히 너를 반하게 할 생각에 난생처음 치마도 입었어… 난 니 거야”라고 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전후로 ‘박정희 신드롬’과 더불어 복고주의 물결이 전 사회를 강타하기도 했다. 사회를 무겁게 짓누르는 불황 때문이었을까? 댄스음악이 주춤하고 발라드가 살아나면서 사랑도 복고로 돌아갔다. 진실과 신뢰에 대한 갈증을 호소하는 노래들이 쏟아져나왔다.

명실상부한 사랑의 다원주의, 아니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시장 세분화가 확실해졌다. 핑클은 계속 ‘난 니 거야’ 코드로 밀어붙였지만, 1999년 이정현의 <와>(최준영 작사·작곡)는 “설마했던 니가 나를 떠나버렸어… 늦었어 이미 난 네 여자야 독한 여자라 하지 마 사랑했으니 책임져”라고 앙칼지게 물고 늘어졌다.

섹스의 스포츠화, 싸이 vs 이효리

이른바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겪는 과도기적 처방이었을까? 모든 걸 주면서도 겁까지 주는 모드의 사랑 노래가 새 천년을 장식했다. 2000년 이정현의 <줄래>(유유진 작사, 윤일상 작곡)는 “나 오늘은 순결한 백합처럼 나 때로는 붉은 장미처럼 모든 걸 다 줄래”라고 했고, 2000년 박지윤의 <성인식>(박진영 작사·작곡)은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에요 그대 더 이상 망설이지 말아요… 나 이제 허락할래요”라고 했다.


△ 2000년 들어서면서 노골적으로 ‘섹시’를 표방하는 가수가 많아졌다. 핑클의 이효리(왼쪽)는 ‘난 니 거야’에서 ‘넌 내 거야’로 컨셉을 바꿔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싸이는 노랫말에서 ‘섹스는 스포츠’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후 ‘주느니’ ‘갖느니’ 하는 것에 방점이 찍힌 노래들이 많이 등장했다. 소유에의 집착과 더불어 소유 변동도 주요 화두가 되었다. 2001년 이수영의 <사랑은 끝났어>(MGR 작사, 원상우 작곡)는 “당신의 사랑은 떠났어 그 남잔 지금 여기 내 품에 편안히 잠들어 있어요”라고 했고, 2001년 god의 <난 남자가 있어>(박진영 작사·작곡)는 “그대의 남자가 안 온 게 꼭 나쁜 건 아냐 오늘 밤 이 자리에 앉은 남자가 당신 남자야”라고 했다.

아예 노골적으로 ‘섹스는 스포츠’임을 역설하는 흐름도 나타났으니, 그 선두주자는 싸이였다. 2002년 싸이의 <처녀논쟁>은 처녀성을 지켜야 한다는 여자에게 남자 ‘선수’가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노래였다. “처녀는 몸이 아니라 정신. 못생기고 처녀라 자랑하는 건 병신. 돈을 위한 섹스, 맘이 담긴 섹스, 땀 빼려는 섹스, 모두 숭고한 스포츠.” 그러나 싸이가 늘 그렇게 사나운 건 아니었다. 같은 해에 나온 싸이의 <신고식>은 “너도 원한 걸 해야 그래야 성인이야 오빨 믿고 따라와”라고 꼬드겼다.

싸이의 반대편엔 이효리가 있었다. 이효리는 5년 만에 “난 니 거야”에서 “넌 내 거야”로 돌아섰다. 2003년 이효리의 <10 MINUTES>(Maybee 작사, 김도현 작곡)는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이라고 장담했다. 이효리는 2006년 2집 앨범 <다크앤젤>에선 10분도 길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대중문화평론가 이승재는 “2집에서 이효리는 ‘적극적인 여자’의 모습을 뛰어넘어 거의 ‘굶주린 암사자’에 가깝”다고 평했는데, 그건 미국의 마돈나를 능가하는 ‘섹슈얼 페미니즘’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었다. 왜 섹스의 쾌락을 남자만 표현해야 한단 말인가?

‘섹스의 스포츠화’는 대중가요의 ‘조작’일까? 그런 것 같진 않다.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홍두승이 경북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전북대, 한림대 등 6개 대학 교수팀과 함께 2006년 6월 이들 대학의 학생 554명을 상대로 실시한 ‘2006년 한국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학생은 31.2%로 지난 1994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의 14.1%, 1999년 조사의 19.6%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994년과 비교해 남학생은 18.2%에서 39.4%, 여학생도 10%에서 22.7%로 늘어나, 남녀별로 증가 추세는 비슷했다. 최초의 성관계 대상자는 남학생의 경우 지난 1994년 조사에선 애인이 44.4%였지만 최근 70.4%로 증가한 반면, 성매매 종사자는 31.6%에서 5.2%로 크게 줄었다. 여학생도 대상자가 애인이 77.8%에서 86.2%로 높아졌다.

여성의 전투성은 이른바 ‘누나 신드롬’으로도 나타났는데, 이 또한 실체적 근거를 갖고 있다. 2005년 결혼한 연상녀-연하남 커플은 전체 신혼부부의 12.2%를 차지했다. 10년 전 8.7%와 비교하면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다. 2006년 7월 한 결혼정보 업체가 미혼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응답자 70.5%가 연하남에 대해서, 남성 응답자의 53.8%가 연상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여성의 사회 진출과 그에 따른 경제력 향상이다.

전위-중간-보수, 불멸의 3각 구도

그 이전에 1990년대의 인구학적 변화가 있었다. 1992년 전체 인구의 26.7%인 1135만3천여 명이 학생이었으며 이 중 중고생이 절반을 차지했다. 이들 ‘1가구 2자녀’ 시대의 10대들은 구매력도 막강했기 때문에 사실상 가요문화의 지존으로 군림했다. 당연히 가요는 이들의 취향을 우선시했다. 이후 등장한 인터넷은 4천억원대 음반시장을 1천억원대로 쪼그라들게 만들면서 ‘음원시장’으로 이동하게끔 몰아붙였는데, 이에 따라 대중의 주목을 쟁취하기 위한 가요의 자극성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변화가 전통적인 사랑 노래가 설 땅을 완전히 없애는 건 아니다. 가요 속 사랑은 ‘전위-중간-보수’의 3각 구도가 서로 밀고 당기면서 시장을 분점하는 형태로 표현됐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불멸의 법칙이다. 물론 그런 가운데 전반적으론 전위 쪽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계속되겠지만 말이다.

가요의 소비 환경도 가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한국의 가요문화는 혼자 즐기기보다는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문화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랑 표현은 늘 과시적 과장을 범하게 돼 있다. 특히 1995년부터 급속히 늘어난 노래방과 단란주점은 그런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류의 1등 공신을 멀리서 찾지 말라. 바로 노래방이다. 노래방은 의외로 심오한 장소다. 1999년 6월 한국을 방문한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는 ‘20년 만의 귀국일지’에서 ‘노래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로만 듣던 곳에 들어갔다. 나도 노래를 몇 곡 불렀다. 한국 사회를 알려면 꼭 가봐야 하는 곳. 스트레스를 풀고 신경질을 풀고 불안심리도 풀고 억압감정도 처리해주는 아주 중요한 정신병원. 이 노래방이 없어지면 정신병자가 급증할 것이며, 폭력죄·소요죄·노상방뇨죄·고성방가죄 등의 범죄가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다.”

가요 속 사랑과 관련해 더욱 중요한 사실은 노래와 술은 늘 따라다닌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술 한잔 걸치고 마이크를 잡았다. 과장된 사랑 감정이 일지 않는다면, 당신은 사람이 아니다. 당신은 사랑을 위해 당신의 목숨을 내놓겠다는 의지로 충만하다. 어차피 현실세계가 그러지 못하므로 절규라도 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노래는 발산의 축제다. 안으로 담는 게 아니라 밖으로 쏟아내는 것이다. 선언의 성격이 강해야 한다. 백화점 쇼핑 행위와 비슷해진 사랑이기에, 구매력 고통을 겪는 사람일수록 목숨 거는 사랑을 절규하는 것으로라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 심리를 모르는 사람들은 가요 속 사랑의 정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탐욕의 화신’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이 노래방에서 사랑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그 순간만큼은 그를 인간적으로 보고 싶어진다.

전율을 잃은 당신을 위하여

땅 좁고 인구밀도 높고 동질성이 강한 탓에 한국인은 체질적으로 타인지향적 보여주기에 강하다. 그렇게 축적된 저력이 한류를 만들어냈다. <겨울연가>의 누군가가 말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제 첫사랑이 저를 다시 부르면 어떡하죠?” 낯간지럽고, 당하는 입장에선 온몸을 부르르 떨어야 할 배신의 멘트지만, 삶의 피곤에 찌들어 전율을 잃어버린 대중에게 뜨겁고 격렬한 사랑은 반드시 창조되어야만 할 영원한 신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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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2007-09-1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1년이 훨씬 지난 글인데도, 가슴속에 와 닿네요. 삶의 피곤에 찌들어 전율을 잃어버린 대중, 그 대중의 한 사람인 나에게 '넌 지금 너의 전율을 찾아서 떠나라'고 부추기는군요.
어떻게 이런 식으로 정보를 나열하여 읽는 이에게 이렇게 전율을 일으킬 수 있는지... 죽이는 글빨! 강준만 교수님 존경합니다. 노래방에 이렇게 심오한 문화철학이 담겨있다니...

사마천 2007-09-17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이 나중에 <인간사색>이라는 책으로 묶여져 나왔습니다. 남의 글에서 심오함을 느낄 때 우리 삶의 즐거움 하나가 같이 늘어갑니다. ^^
 
 전출처 : sb > 책과 담쌓은 사람도 살아남으려 읽었다

(출처: 한겨레)

베스트셀러의 사전적 정의는?‘어떤 기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이다. 그렇다면 밀리언셀러의 정의는 무엇일까? 액면대로 설명하면 100만 부 이상 팔린 책이다. 그러나 그 정도 부수가 팔리려면 평상시에는 책하고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까지 책을 사야 한다. 그래서 밀리언셀러에 대해 “평상시에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이 읽는 책”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한다.

이 땅에서 최초로 밀리언셀러에 오른 책은? <성경>일까? 아니면 <운전면허시험문제집>일까? 그러나 단행본만 갖고 이야기하자면 1981년에 출간된 <인간시장>(김홍신)이다. 시집으로는 서정윤의 <홀로서기>가 있다. 이어서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이 뒤를 이었다. 류시화는 그의 모든 시집이 100만 부를 넘는 시인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시인이다. 시집이 이렇게 많이 팔린 것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1989년에는 김우중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 6개월 만에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그것은 전주곡에 불과했다. 1990년대에 들어 <소설 동의보감>(이은성), <소설 토정비결>(이재운), <소설 목민심서>(황인경) 등 역사인물소설 트로이카를 비롯해 <배꼽>(오쇼 라즈니쉬), <세상을 보는 지혜>(발타자르 그라시안), <반갑다 논리야>(위기철),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 등이 밀리언셀러가 됐다. 그 후 해마다 서너 종의 밀리언셀러가 줄을 이었다.

그러다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가 닥치자 밀리언셀러는 잠시 사라졌다. 최근까지도 밀리언셀러는 우리 곁에서 사라진 듯했다. 지난 8월 초에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가 밀리언셀러가 되기까지는 말이다. 덕분에 여기저기서 2000년대에 밀리언셀러가 된 책이 몇 종이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 그래서 며칠을 작심하고 알아보았다. 그랬더니 무려 40여 종이나 됐다.

그 중에는 이미 1천만 부를 넘긴 책도 있다. ‘해리포터’ 시리즈(조앤 K. 롤링) 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는 2천만 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의 책은 전 세계를 강타한 블록버스터 소설이니 달리 할 말이 없다. 뒤의 책은 ‘한국적 현상’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만화의 대표적인 예다. <마법천자문>, <코믹 메이풀 스토리>, <서바이벌 만화과학상식> 등 ‘현존’하는 스토리만화 3총사는 500만 부 안팎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인기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최초는 81년 김홍신 ‘인간시장’

2000년대 들어 졸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둔갑한 분야가 자기계발서 시장이다. 개인주의로 무장한 사람들은 단지 살아남기 위해서 남들이 읽는 자기계발서를 집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금 자기계발서는 개인(셀프)과 경영(매니지먼트)을 결합하고 있다. 경영을 돈으로 바꿔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는 들어 내놓고 돈을 추구하는 것이 더 이상 남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일깨워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가 300만부, 남보다 먼저 변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달콤한‘변화의 철학’을 제시하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가 200만 부 넘게 팔리며 이 시장의 초석을 확실하게 다져놓았다. 그 뒤를 이어서 <화>(틱낫한),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편), <선물>(스펜서 존슨), <마시멜로 이야기> 등이 꼬리를 물며 밀리언셀러에 오르더니 올해는 아예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 목록 상단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전통적으로 출판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소설도 밀리언셀러를 양산하는 분야이다. 아버지들의 가족애를 그린 <가시고기>(조창인)와 <국화꽃 향기>(김하인),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랑스 작가’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와 <나무>, 추리소설의 ‘창세기’<셜록 홈즈 전집>(아서 코난 도일), 조정래 대하소설 <한강>,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의 일대기인 <상도>(최인호) 등이 2000년대 초기에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중의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하는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등 외국소설 두 종만이 밀리언셀러가 됐다. 80만 부가 팔린 김훈의 <칼의 노래>와 42만 부가 팔린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머지않아 밀리언셀러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여 약간은 위안이 되지만 국내 소설의 침체 양상은 심각할 정도이다.

‘해리포터’나 <다 빈치 코드>는 영화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이다. <국화꽃 향기>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영화화되었거나 되고 있는 중이다. <상도>는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이제 영상과 책의 접목은 ‘필연’이라 할 만큼 책의 판매부수를 키우고 있다. 영화의 국내 상영과 맞물려 대형 베스트셀러에 오른 <반지의 제왕>(J.R.R. 톨킨)과 뮤지컬을 글로 옮긴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같은 책이 밀리언셀러가 되기도 하지만 (KBS한국방송),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상담코너를 책으로 옮긴 <그 남자 그 여자>(이미나) 등 방송 프로그램을 책으로 펴낸 것도 밀리언셀러가 된다. 90만 부가 팔린 <스펀지>(KBS스펀지제작팀)도 곧 밀리언셀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인기 있는 방송프로그램은 ‘무조건’책으로 만들고 볼 정도다. 인기드라마를 소설화한 <겨울연가>와 <대장금>은 국내에서는 반응이 크지 않았지만 외국에서 밀리언셀러가 된 경우이다.

밀리언셀러 7종 올린 ‘느낌표’ 괴력

해방 이후 가장 큰 출판이벤트는‘느낌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01년 11월부터 첫 전파를 타기 시작한 MBC 방송프로그램 <느낌표>의 한 코너인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많은 책을 소개했다. 소개된 책 중에서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봉순이 언니>(공지영), <아홉 살 인생>(위기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야생초 편지>(황대권), <톨스토이단편선>(톨스토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 바스콘셀로스) 등 7종이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이처럼 방송의 소개에 힘입어 밀리언셀러가 된 책으로 KBS 에 소개된 <연탄길>(이철환)과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PPL’처럼 세 차례 등장한 <모모>(마하엘 엔데)도 있다.

이 밖에 영어학습서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정찬용), 카툰만화집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인문서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역사학습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편지>(박은봉), 미국의 역사와 문화를 만화로 설명하는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 등도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그렇다면 이들 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아마도 지식인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말할 듯하다. 한 평론가는 “동서를 불문하고 ‘밀리언셀러’들이 이룩한 공로는 애꿎은 나무 희생과 자연파괴”뿐이라는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의 문예평론가인 사이토 미나코는 밀리언셀러를 분석한 책 <취미는 독서>의 서문에서 지식인들은 대체로 밀리언셀러는 ‘읽기 싫다’ ‘안 읽어도 다 안다’‘읽을 가치 없다’라는 태도를 보인다고 했다.

100만 독자 역사적 ‘경험 공동체’
 
그러나 밀리언셀러는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후지와키 구니오는 “한 부의 지식인용 책, 출간되자마자 서평에 오를 것 같은 양서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책이라고는 잘 사지 않는 사람을 위한 책을 만들어 이익을 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 이런 책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을 프로라고 부른다.”라고 했지만 나는 밀리언셀러를‘세상’이 만든다고 본다. 운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세상을 잘 만나야 가능한 법이니 말이다.

‘1천만 관객’의 영화 <괴물>이 화제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잔뜩 기대를 하고 본 사람들은 ‘잘 만들기는 했지만 그렇게 까지는’하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남이 보니 그냥 따라본 사람들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밀리언셀러 또한 마찬가지다. 세밀한 자로 일일이 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밀리언셀러를 함께 읽은 사람은 이미 역사적인‘경험의 공동체’다. 워낙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읽다보니 감동을 받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밀리언셀러를 분석하면 지난 세월에 우리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있는 것이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1세기 밀리언셀러 목록

<만화로 보는 그리스로마신화>(토머스 불핀치, 가나) 1200만
<해리포터>(조앤 K.롤링, 문학수첩) 1100만
<마법천자문>(시리얼, 아울북) 580만
<코믹 메이풀 스토리>(송도수, 서울문화사) 500만
<서바이벌 만화과학상식>(코믹컴 외, 아이세움) 450만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코리아) 330만
<연탄길>(이철환, 삼진기획) 300만
<상도>(최인호, 여백) 300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외, 황금가지) 300만
<괭이부리말 아이들>(김중미, 창비) 200만
(KBS한국방송, 샘터사) 200만
<한강>(조정래, 해냄) 200만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진명출판사) 200만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정찬용, 사회평론) 200만
<반지의 제왕>(J.R.R. 톨킨, 황금가지) 180만
<가시고기>(조창인, 밝은세상) 170만
<봉순이 언니>(공지영, 푸른숲) 150만
<그 남자 그 여자>(이미나, 랜덤하우스코리아) 150만
<파페포포 메모리즈>(심승현, 홍익출판사) 150만
<뇌>(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140만
<아홉 살 인생>(위기철, 청년사) 130만
<셜록 홈즈 전집>(아서 코난 도일, 황금가지) 130만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탄줘잉 편, 위즈덤하우스) 130만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웅진닷컴) 130만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웅진지식하우스) 120만
<국화꽃 향기>(김하인, 생각의나무) 120만
<나무>(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110만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110만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편지>(박은봉, 웅진주니어) 110만
<야생초 편지>(황대권, 도솔) 105만
<톨스토이단편선>(톨스토이, 인디북) 100만
<나의 라임오렌지나무>(J.M. 바스콘셀로스, 동녘) 100만
<모모>(마하엘 엔데, 민음사) 100만
<오페라의 유령>(가스통 르루, 문학세계사 외) 100만
<화>(틱낫한, 명진출판) 100만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다니, 21세기북스) 100만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사이쇼 히로시, 한스미디어)100만
<선물>(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코리아) 100만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 한국경제신문) 100만
<21세기 먼 나라 이웃나라 - 미국편>(이원복, 김영사) 100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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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6-08-20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팔린 책은 "가장 피흘리는 감독으로서 한국 영화의 수준과 한국 관객의 수준이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김기덕의 눈으로 재어봅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100만권 넘게 팔린 책이 좋은 책만은 아니라는 점. 그렇다면 과연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따라오고.. 그러면 머리가 아파지고... 좋은 책은 자기 몸에 맞는거겠죠.

사마천 2006-08-21 0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은 책에 대한 입장은 분명합니다. 고전이죠. 오래읽히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것. 그래서 최소한 얼마간의 시간은 고전에 할애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쪽은 숙독을 해나가고 여러번 읽는게 좋겠죠. 베스트는 제목,간단한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만큼 속독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고마운 것은 요즘 베스트는 책이 얇고 읽기가 쉬운것이 특징이더군요. ^^

한잔의여유 2006-08-24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덕감독의 경우는 솔직하게 말하면 한국수준을 벗어났습니다.그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죠.안타깝지만... 뛰어나다고 대중적이지못하다는 것과 일치합니다.정치뿐만이 아니라,모든 분야에서 그러한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살아남는자가 진정으로 강한자라고 한다면 고전이 가장 좋은 책이겠죠.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되냐에 따라서 그 가치가 진정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진정으로 알아야할 가치는 한계가 있지만,시간과 공간을 얼마나 초월하느냐의 여부라고 봅니다.

사마천 2006-08-25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제 서가를 채우던 책중에 지금 계속 들고 가고 싶은 책은 몇안됩니다. 대부분은 고전입니다. 가끔 파우스트를 읽으며 감동받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또 오딧세이, 수호지도 모두 다시 읽어도 늘 즐거운 책입니다. 그런 토대가 단단해질수록 우리의 사고 깊이가 더 깊어지는 것이겠죠.
김기덕이 과연 한국의 우디 앨런이 될런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정 어렵다면 우디가 그러했듯이 타 지역의 관객에게도 통하는 보편성을 찾아야겠죠.
하지만 여전히 작품이 어필안한다고 관객을 비난하는 것은 매너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