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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론더링 - 국제금융업의 사각지대 ㅣ 기업소설 시리즈 8
다치바나 아키라 지음, 김준균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4월
평점 :
제목 머니론더링은, 자금세탁의 영어표현이다.
배경의 대부분은 홍콩이다.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모습은 홍콩섬을 보면 바다에서 찍는 고층빌딩들의 군집이 드러난다. 건물도 높고 호텔도 높고 아파트도 높디높게 올라가있다. 작은 섬과 반도로 이루어진 홍콩을 높게 띄우게 된 건 무슨힘일까?
홍콩은 원래 거대한 무역항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비즈니스는 돈놀이다.
홍콩은 화려도 하지만 무엇보다 편리한 곳이다. 일본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편리한 서비스가 참 많다. 가진자가 돈 풀기에는 참 편하게 만들어진 인조공간이라고나 할까.
이런 홍콩에서 주인공은 한적하게 살며 일본에서 돈싸들고와 세탁하려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하는 일본인이다.
금융은 몇 가지 아이디어와 이를 실행항 사람들의 관계가 중요하다. 저자는 홍콩에서 돈세탁을 하기 위한 금융지식을 매우애무 다양하고 길게 풀어놓는다. 이걸 다 보면 참 금융사 PB가 한가한 인간이고 여기에 돈을 맡기는 부자들도 한심하구나 할 정도의 직설적 모욕이 가득해진다.
일본이 금융후진국이라는 건 여러 저자들의 말을 통해 들었지만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 우선 관할세무서가 달라지면 데이터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전산통합이 안되서다. 한국과는 매우 다르다.
그럼 일본인들은 왜 홍콩으로 몰려갈까? 저성장기에 투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주인공의 입을 빌려 저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면. 하나는 투자를 안하는 것, 다른 하나는 세금을 내지 않는 것. 그러니 일본처럼 성장을 포기하는 국가에서는 이 돈들이 홍콩가 같은 세금천국으로 몰려오게 마련이다. 한국도 최근 이 경향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이렇게 싸들고 오는 손님 중에 놀라운 미녀가 나타난다. 그리고 문제가 시작된다. 돈,미녀,문제는 항상 함께 다니면서 소설을 만들어내는 회오리바람이니 말이다.
꽤 두껍지만 소설을 통해서 마치 홍콩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빅토리아피크,페닌슐라호텔,하야트호텔의 바,섬과 반도를 오가는 배 등 홍콩의 명소들 속에서의 순간순간들을 내눈앞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더해서 홍콩인들의 심리와 사고구조에 대해 꽤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홍콩인들이 무엇을 믿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사회,문화적인 배경을 타고 들어가며 이해시켜준다.
더해서 금융에 대한 이해, 일본의 개인정보유통업과 탐정비즈니스는 왜 공존하는지, 일본기업과 술집, 야쿠자 등 거의 사회를 훑고 다니는 여정이 가득하다.
소설 자체의 스토리텔링은 아주 훌륭하다고는 말 못하겠다. 약간 단순하고 캐릭터도 공감되기도 하다가 안되기도 한다. 하지만 읽어 가는 동안 얻어지는 금융,사회에 대한 지식이 이를 벌충해간다.
저자와는 <글로벌개미가 간다>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시기에 이미 해외투자의 선행국인 일본의 경험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돈 소중하지만 커지면 괴물이 되고 나중에는 주인도 잡아먹히는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가지며 소설을 정리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