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사람 중 일본이라도 8강에 가야 된다는 아주 스케일이 큰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난 결코 그런 대승적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 절대 그 꼴은 못보는 속 좁은 인간이므로, 파라과이를 열렬히 응원하기 위해-거기다 파라과이는 산타크루즈가 있는 곳이 아닌가- 11시가 좀 넘어서 티비앞에 앉았다.
나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는 지지부진한 경기를 했고, 산타크루즈는 잘 보이지도 않아서, 강철의 연금술사를 보면서, 인터넷을 하면서 간간히 점수만 확인했다. 후반이 끝나가도록 점수는 영대영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 끝나기 5분전쯤에 극적으로 일본이 골 넣고 끝나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이 그런 일 없이 연장전 돌입. 다들 다리가 풀린건지 원래 실력이 그정도 밖에 안 된건지 제대로 패스도 이뤄지지 않는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되었고, 일본은 한골을 넣을 일은 거의 없어보일 정도로 재미없는 축구를 했지만, 파라과이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한골만 넣어라고 우리나라 16강전때의 반정도되는 레이저를 보냈지만 30분의 연장전도 그냥 끝나버리고 말았다. 정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봤건만...
이젠 불안감도 레벨업되어 설마 설마 이러다가 승부차기에서 이기진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며 마치 우리나라가 승부차기 하는것처럼 떨렸다. 정말로... 다행이 3번 키커가 친 공이 골대 맞고 밖으로 나가버리자, 안도의 한숨이 몰려오며 , 이 선수 너무 불쌍하니까 다음 키커인 혼다 - 얜 괘니 싫다-도 같이 실축하기를 바랬다.
승부차기까지 끝나버리니 연장전때 그렇게 졸렸던 것이 다 깨버려서 누워서 뒤척뒤척..다른 나라 경기를 이렇게까지 가슴조리며 보다니..난 5시반에 끝나면 잘 수도 없고 안 잘 수도 없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대 나이지리아전도 안 본 사람인데...
이제 내가 볼 수 있는 월드컵 경기는 앞으로 두게임 남았다. 아무리 좋아도 3시반에 일어나 축구를 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으니까..더구나 네덜란드와 브라질, 아르헨과 독일. 모두 빅경기들이니 그리 아쉬울건 없다. 이팀들 중에서 우승팀이 나올테니... 아르헨이 잘 하지만 그래도 뢰브감독이 어떻게 입고 나오는지 보고 싶으니 , 독일이 이겼으면 좋겠다.ㅎㅎ
아 근데 일본 져서 기쁘다고 글 쓰고 있는 나 좀 한심한건가..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