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아오이 2004-10-03  

즐추?
여기에 뭔가를 남기려면 로그인을 해야겠는데, 로그인비밀번호는 왜 그렇게 헷갈리는지. 언니 즐 추석? 나는 언니 생각 진짜 많이 했어요. 쫌 울었거든요. 쫌.... 근데, 언니랑 똑같이요. 지나고 나니 그렇더라구요. 그냥 내버려두면 되잖아... 그냥 내버려 두면 되는데, 왜 그러는데....그러면서 울었어요. 근데, 그냥 내버려두겠어요. 이불 속에서 소설 하나 잡고 꼼짝도 안 하는 딸한테, 혹은 아무 말이 없거나, 말을 해도 동조보다는 무관심이 대부분인 친구한테? 그러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혼동시키게 혼자 울고, 우니까 달래주고 그러는 꼴이 나버렸어요. 그래도 마음이 젖어서 기가 죽어버렸어요. 움찔움찔 놀라요. 그냥 소리에도, 아니면 다른 사람의 작은 말에도... 어젠 씨디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침대에 눕는데 소리가 나자 나도 모르게 깜짝 놀랬어요. 아는 오빠가 타인을 사랑해주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랑하는 척이라도 하려고 막 문자를 날렸어요. 핸펀 문자... 그러니까 자꾸 문자가 오던데요? 난 그게 너무 슬퍼서 계속 거짓말 문자를 보냈어요. 아니 진심이기도 했어요. 정말 사랑하는 친구니까요. 근데, 언니 생각이 났어요. 언니 마음을 알 것도 같아서요. 웃기죠? 전 원래 웃기는 년이에요. 언니, 즐 추석? 내 친구랑 나는 진주에 가자고 맨날 약속해놓고..... 난 가끔 내 친구에게 언니를 그려내듯이 설명도 하고 그래서 그애도 잘 알아요. 꼭 같이 가고 싶어요. 그 애가 없으면 유쾌하지가 않아서요. 참, 우리 삼촌이 2004 좋은소설에 뽑혔어요. 몽유하리라? 뭐 제목은 모르겠고, 삼촌도 늙었어요. 싸인 받을 거예요. 이번 주말에 할머니 제사에 오세요. 근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집에서는 그냥 그런데...눈에 띄지도 않고, 그냥 그런데.....언니, 난 언니 마음을 알겠어요. 상처 받는 것은, 어떠면 상처주기 때문에 생기니까...참 괴롭네요. 또 봐요.
 
 
에레혼 2004-10-04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나긴 엽서에 어떤 답장을 써야 할지 몰라서, 몇 번을 드나들면서도 말없음표만......
문득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에 짧은 편지>라는 소설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오이, 이 가을을 앓으려면 진하게, 제대로 앓아서 뜨거운 진열에 자신을 푹 담궜다 나오기를!
언젠가 벚꽃 피는 계절에 보기로 했었던 듯싶은데... 이 가을 잎들이 다 지기 전에 진주에서 술 한잔 하자. 그대의 친구도 함께. 그때 그대 삼촌과 나와의 짧은 인연에 대해서도 들려줄게......
 


로드무비 2004-09-23  

저 어제 이 방 와서
한참 이것저것 꺼내어 글 읽고 음악 듣다가 갔어요.^^
 
 
에레혼 2004-09-2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그러는 새 저는 '쿠오레'를 찾아 몇 번이나 그 집 앞까지 갔다 오곤 했는걸요......
다음에는 로드무비님을 위해 기운 쑥쑥 나는 보양식을 하나 장만해 둬야겠네요, 저 문 뒤의 비밀방으로 와서 암호를 말해 주세요, 이게 또 '단속'이나 '임검' 뭐 이런 절차가 있는 관계로 ^^

로드무비 2004-09-24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호는 티티카카호수라고 할까요?^^

에레혼 2004-09-2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그 밀실에 조승우 같은 매력 청년을 데려다 놔야 하나.....
 


선인장 2004-09-21  

해가 지네요.
어제 이 곳에 와 장사익의 노래를 들었어요. 사무실 안에 크게 틀어놓고... 우리는 동백 아가씨는 장사익의 노래야, 중얼거렸지요. 노래 부르기 전, 서툴게 늘어놓은 그의 말에 빙글빙글 웃기도 했어요. 그리고 섬아이도 들었어요. 그녀가 창법미숙으로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전해주었어요. 모두들 빙글빙글 웃었어요.

전요, 어제 갑자기 장사익의 노래가 듣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 곳에 그 노래가 떡하니 있었던 거에요. 무슨 인연이라고, 생각만 하고, 흘쩍 노래만 듣고 간 게 미안했는데요, 또 님이 저보다 먼저 말을 건넨 거에요. 그러니 무슨 인연이라고, 생각만 하고,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던 거에요.

지금 하늘이 얼마나 멋진 줄 아세요? 이 시간 님도 이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에레혼 2004-09-21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연은 때로 두렵고도, 매혹적이에요, 마술적 매혹 같은 게 '우연한 만남' 속에 있지요

어제는 술에 취해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어요, 그렇게 새벽에 집에 돌아와서는 알라딘의 문을 열었고, 제 발길이 그냥 저절로 님의 방에까지 흘러 들어가지더라구요
선인장의 사막 풍경에 때로 홀리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질투를 느끼기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졌어요,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아요
 


아오이 2004-09-21  

사랑하는 원~
언니, 전요. 오늘 반월차를 쓰고 집에 와 있어요. 근데, 막 아픈 것 같기도 해요. 주문같이 뭐 아파서요. 아파서 월차써요. 그러고나면 진짜 아프거든요. 전 언니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이해 안 해도 된다면 그냥 언니가 바라던 소통관계말고 육체의 관계(움하하. 난 이런 농담이 재밌어요)로.... 외로움을 불식시켜볼까요? 틈을 좁혀 볼까요? 낄낄낄.

언니, 저 진짜 나이트에서 일등 했어요. 사람들은 전 잘 몰라요. 천천히 읽다가 좋은 거 훔쳐 갈거예요. 으힛.
 
 
에레혼 2004-09-21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하는 원~'이 누구?
지난 밤 새도록 같이 술 마신 사람을 다음날 환한 햇살 아래 마주하면 기묘한 낯설음과 쑥스러움이 들잖아......
'육체의 관계'야말로 내겐 무거운 숙제! 난 살로, 몸으로 부대끼고 서로 치대며 애무하는 걸, 그 뜨겁고도 끈적거리는 걸 아직 잘 소화해 내질 못하거든, 육체의 소화 흡수 기관에 장애가 있나 봐......

그대가 나이트에서 일등한 것, 나는 믿어!
 


내가없는 이 안 2004-09-17  

어떤 나이트캡을 좋아하시는지?
잘 때 마시는 술. 산 정상에 덮힌 구름. 그 날의 마지막 시합. 활자 중독자들이 스탠드를 켜고 잠이 올 때까지 몇 장 읽는 책... 이 중에 하나이신지? 저는 모두 맘에 드네요. 특히 그 날의 마지막 시합... 숨을 몰아 내쉬고 싶은 느낌이 드는군요... 라일락와인님, 정원을 좀 천천히 둘러볼게요... 이따 밤에 다시 옵지요. ^^
 
 
에레혼 2004-09-1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 밤에 만나요, 이안님.
님을 위한 나이트캡[잘 때 마시는 술]을 준비해 둘게요^^
저도 모두 마음에 들어요, 그래도 그 중 하나를 꼽으라면 술을 고를까, 책을 짚을까.... ㅜㅜ

아직 손길이 덜 간 소박하고 거친 정원이지만, 가끔 들러서 천천히 쉬다 가세요. 저는 이안님이 정성스레 가꾼 그 풍요로운 정원에서 님만의 향기와 열매를 맛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