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하, 빈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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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이야기





세사르 바예호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내가 살아 있고, 내가 나쁘다는 걸
모두들 압니다. 그렇지만
그 시작이나 끝은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나의 형이상학적
공기 속에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아무도 이 공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불꽃으로 말했던
침묵이 갇힌 곳.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형제여, 들어보세요, 잘 들어봐요.
좋습니다. 1월을 두고
12월만 가져가면
안 됩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다니까요.


모두들 압니다. 내가 살아 있음을,
내가 먹고 있음을…… 그러나,
캄캄한 관에서 나오는 無味한
나의 시 속에서
사막의 불가사의인 스핑크스를 휘감는
해묵은 바람이 왜 우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두들 아는데…… 그러나 빛이
폐병 환자라는 건 모릅니다.
어둠이 통통하다는 것도……
신비의 세계가 그들의 종착점이라는 것도……
그 신비의 세계는 구성지게
노래하는 곱사등이이고, 정오가 죽음의 경계선을
지나가는 걸 멀리서도 알려준다는 것을 모릅니다.



나는 신이
아픈 날 태어났습니다.
아주 아픈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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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혼 2004-12-0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새벽까지 깨어 있으셨나봐요, 그리 부랴부랴 달려와 볼 것까지는 없는데......

'타인의 취향'이란 말을 좋아하신다니, 고집스럽고 편협하게 내 안에만 갇혀 있지 않고 나와 다른 것에 창을 활짝 열어 두고 계신가 봅니다...... 타인의 취향, 시선, 기준을 그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나쁘다'거나 '별 의미 없다'고 하지 않을 수 있는 힘도 아름다운 힘이 아닐까 싶어요.

2004-12-01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