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변덕스럽다.



이것도 나이 탓을 하랴... 며칠 전까지 아무런 맛도, 느낌도, 의욕도, 소망도 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 밤이 되면 늙고 순한 개처럼 슬며시 자리에 누웠다. 마음의 충동질이 멈추니, 일상은 더없이 고요하고 평온했다. 이대로 한 삼십 년 흘러간다 해도 아무렇지 않을 듯싶었다.



썩은 나뭇잎이 둥둥 떠 있는 고인 물 속에 푹 잠겨 있는 것만 같던 날들이 느리게 흘러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득 그 탁하고 적막한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숨을 쉬고 있는 나를 본다.



"다시 할게요 " 자신에 대한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굳은 표정으로 말하던 그녀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다시 레코드판에 바늘을 올리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는 나비처럼 새처럼 공중으로 빙그르르 뛰어오르던 그녀의 멋진 도약에 어디선가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눈물 한 방울 또르르 굴러왔던가.




다시 할게요.



그리고 두 번째의, 세 번째의 바늘을 다시 올려놓을 때 나도 그녀처럼 나에게 자신을 멋지게 펼쳐 보일 수 있기를 다시 소망한다.  무릎이 꺾이고, 내 발에 내가 걸려 넘어지고, 잠시 균형을 잃어 기우뚱하더라도, 두 번, 세 번... 다시 바늘을 올리고 그 음악에 맞춰 내 스텝을 디딜 수 있기를...... 여전히 말 잘 듣는  순한 아이처럼, 나는 희망과 자기를 믿어 주는 힘이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start again!"....... 나는 그 순진한 믿음을 다시 영험한 보약처럼 한달음에 마셔 버린다. 

















 










 










 










 









래시 댄스




http://home.eandong.net/user/mink721/data/WEASFiles/flashdance.a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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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4-11-25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42222

(이벤트에 참가했더니 숫자만 눈에 들어오는군요. -_-)

Start again!!


2004-11-26 0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레혼 2004-11-27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 쌩큐! 오늘도 Stsrt again!



속삭이신 님, 님의 믿음에 살짝 기대 힘내 볼게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