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삼십 년은 더 살아야 할 것이다. 아무튼 통계상으로는 그렇다. 그리고 그 세월을 극복하는 것이,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안다고 하여, 더 간단해질지 어떨지 확실하지 않다. 나는 내 자신과 함께 살고 있다. 많은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정상적인 인간이 누구나 그렇듯 나는 이따금씩,  그  언젠가 한번은 미치고 말리라는 불안감이 있다...... 그런데 나는 굳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자기가 진짜 누구인지, 누구하고 자기가 지금 이렇게 함께 살고 있는지를 한번 캐기 시작하면 그것이야말로 사람이 미치게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모든 사람들에게서, 찾으려 들기 시작하면 뭐든 못 찾을 게 없다는 사실을 내가 알아차려 버린 것이다.


 

-- 크리스토프 하인, <낯선 연인> 중에서 

 

 

 

 

 

 

 

 

 

 

 

 

 

 

 

 

David Lanz - A Whiter Shade of P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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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9-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기 시작하는 순간 모든 관계는 끝장이라고 시인 김수영도 말했죠.
저는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자기자신에 대해서도 파헤치는 짓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희희낙락
살고있는 로드무비랍니다.^^

로드무비 2004-09-30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참 묘하네요?

에레혼 2004-10-01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의 힘을 이미 느끼고 있어요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힘, 모난 것들을 둥그렇게 만들어 버리는 그 힘센 기운을.......

묘한 것들,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이끌리는 건 제 마음이 얇고 가난한 때문일 거예요, 단단하지 못한, 늘 흔들리며 떠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