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산책
박용하
별은 밤 파도 위에서 호박꽃만하다.
수박만한 밤이 어둠 위에 썰어져 있다. 창백한 루비 입술, 화강암 코, 대리석의 허파가 숨쉬는 창연한 밤이로다. 이런 밤, 天空은 무한을 먹고 파도는 우주의 척추에 스민다. 이런 흙밤, 하나님도 위로받고 싶어한다. 별도 인간처럼 위로 받고 싶어한다. 그대는 어디서 살고 있는가. 세월의 나무는 가자미처럼 매끄럽다. 계속해 살지 않는다면 누가 길을 걸어가게 하겠는가. 구월 밤 공기 속을 두드려 보라. 거기에는 쩡! 쩡! 쩡! 울리는 살얼음 같은 오솔길이 수줍어하고 있다. 별은 밤 모래사장 위에서 초롱꽃만하다. 호박엿처럼 달라붙는 공기가 손가락 위에 썰어져 있다. 앞으로 앞으로만 터져 있는 심연의 바닷가에서 해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마음의 아람을 어떻게 나무처럼 헤아릴 수 있겠는가. 천상의 고통은 지상의 고통을 외면하는 실편백나무 밤이로다. 이런 밤, 찢어진 애인 속에 살고 있는 찢긴 애인이 무연하게 달을 보는 이런 밤송이 밤, 따돌림받은 아버지도 위로 받고 싶어한다.
구월 밤은 별을 턴다
Moldova / Sergei Trofam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