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무 묘지를 아니?


...

스위스 어딘가에는 나무 묘지가 있대

사람이 죽으면 그 유해가루를 뿌리에 주사하는 거지.

그럼 그 사람은 나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거야.

어때, 멋지지 않니?

...

난 말이야

죽고 나선 절대로 땅에 묻히기 싫어.

저기 저런 공동묘지엔 묻히고 싶지 않단 말이야.

거긴 얼마나 갑갑하고 축축하고 어둡겠니?


난 죽으면 나무묘지로 갈 거야.

내 몸의 찌꺼기와 영혼을 키 크고 튼튼한 나무 속에

넣어줄 사람을 찾고 있어.


얼마나 멋있어,

나무가 된다는 거.

말을 안하고 살아도 되고,

내가 양팔을 가지로 벌리면

햇살이 녹색의 잎사귀들을 황금으로 도금하고,

새들은 그 밑에 쉬며

내일 찾아 올 폭풍우의 소리를 미리 듣겠지.

나는 그 폭풍우에 내 머리채를 풀어헤치며

춤을 추고 싶어.


그리고

아침에는 강가의 안개를 이마에 적시며

맑은 공기들을 뿜어내는 거야.





이응준,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 중에서

 

Eelegy / Coda-What A Symphony-1996

 

 

 

 

 

 

 

 

 

 

 

 

* 언젠가 나도 저런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때때로 사람들의 상상과 꿈은 서로 닮아 있다는 걸 발견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리도 다르게 살아가고 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