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무엇으로 가득차 있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모르겠소. 쉽게 떠오르지 않소. 아마도 그녀 자신으로?"
"하지만 그녀는 누구죠?"
"모르겠소."
....................
"그녀는 모든 것에 대해 닫혀 있었으며, 또 모든 것에 대해 열려 있기도 했지요. 두 가지 다 가능했다고 말할 수 있소. 그녀의 가슴 속에는 아무것도 머물러 있지 않았으며, 그녀는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았지요. 그녀는 바람이 불면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리는 대문 없는 집과 같은 사람이었소."
-- 마르그리트 뒤라스, <영국 연인>(번역판 제목:고독한 끌레르), 93-95쪽, 이혜정 옮김, 문예산책
"절망에 빠진 사람들은 구석에서 살아가는 법일세.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 모두 구석에서 살아가지. 책을 읽는 사람도 구석에서 사는 거네. 절망한 자들은 숨을 죽이고, 누구에게 말을 하거나 누구의 말을 듣지도 않으면서, 마치 벽에 그려진 사람처럼 공간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거야."
-- 파스칼 키냐르, <로마의 테라스> 7-8쪽,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
지난 사흘간의 행로.......
우리는 애초부터 '말을 하는 존재'였던가
나의 '말'을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
어떤 포즈로, 치장으로, 멋부림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그리하여 '밀쳐내고 있다'는 느낌
그런데, 그게...... 단지 오해일 뿐일까
그럼에도 나는 왜 또 무언가를 말하려 하지
혼자의 중얼거림
나를 사라지게 하고 싶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