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꽈르릉 하고 무너지고
생각도 않던 곳에서
파란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의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나는 멋부릴 실마리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바쳐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 밖에 몰랐고
깨끗한 눈짓만을 남기고 모두 떠나가 버렸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같은 일이 있느냐고
블라우스의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는 재즈가 넘쳤다
담배연기를 처음 마셨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나는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마구 즐겼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아주 불행했고
나는 무척 얼빠졌었고
나는 무척 쓸쓸했다

 

 

때문에 결심했다 될수록이면 오래 살기로
나이들어서 굉장히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불란서의 루오 할아버지같이 그렇게

 

루오 [ Rouault, Georges , 1871.5.27~1958.2.13 ]


푸른 새

 

 


피에로

 

 


늙은 왕

 

 


그리스도교적 야경

 

 


우리들의 쟌느

 

 


이집트로의 피신

 

 


세 사람이 있는 풍경

 

 


수난(受難)에서 ---  풀에 샘물이 속삭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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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0-26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디 나오는 글인가요?

panda78 2004-10-26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핑하다 보고 마음에 들어 적어 둔 글이라 원 출처를 모르겠어요. ^^;;;

panda78 2004-10-2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바라기 노리코 - 일본 시인 이었습니다. 이 시는 번역되어 나왔나 보네요. 무슨 시집에 실려있는지는 아직 모르겠구요. ;;;

딸기 2004-10-26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오, 참 좋지요!

panda78 2004-10-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보면 볼 수록 좋아지는 그림들인 듯. ^^

stella.K 2004-10-26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난 또 판다님 예뻣을 땐 줄 알았잖아요. 샤갈전 사진 이후로 판다님 얼굴 한번도 못 봤다는...-.-;;

panda78 2004-10-2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뻤던 적이 없셔요. - _ - ;;;
11월 번개 때 뵙죠- ^^

ceylontea 2004-10-27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판다님 예뻤을 때라 신나서 달려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