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DAK 2003 연감’에 실린 변춘섭 씨의 작품. 사슴. 십장생 중 하나인‘사슴’을 통해 몽블랑의 고급스런 브랜드 이미지를 표현했다.
지난 달 선을 보인 〈VIDAK 2003 연감〉에는 내로라 하는 한국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수백 점 게재되어 있다. 그 중 독특한 표현방법으로 디자이너들의 눈길을 끈 작품이 있었다. 광고대행사 인디커뮤니케이션의 대표인 변춘섭 씨의 몽블랑 캠페인 포스터. 디자이너가 직접 말하는 작품제작과정을 들어본다.
얼마 전 협회총회와 출판기념회가 있던 자리에서 안그라픽스의 이세영 이사님이 반갑게 맞아 주신다. 만나 뵌 지 5년도 더 되었는데 기억을 하고 계시다니 가끔 사람 이름과 얼굴을 따로 따로 기억하는 나로서는 마음 속으로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다.“VIDAK 연감에서 봤습니다. 그 포스터 어떻게 작업을 하셨습니까?”포스터를 본 학생들이나, 주변의 디자이너분들이 요즘 이 질문을 자주 한다.
광고인과 디자이너들에게 남다른 크리에이티비티는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지금도 수없이 쏟아지는 작품 속에서 그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디자이너들은 책상 앞에서, 거리에서,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열심히 고심하고 있으리라. 물론 나도 그렇게 크리에이티브하다고 생각되는 뭔가를 늘상 찾고 있으니까. 하지만 역시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이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이 작업들을 시작하게 된 것은 LG애드 재직 당시 대진대학교의 교수님과 공동작업으로 산업디자인전을 준비했을 때이다. 작품은 산업디자인전의 추천작가가 된 후 올해 4월 도록을 통해 처음 발표되었다.
작품을 제작한 과정을 잠깐 설명하자면, 우선 평면어항을 준비한다. 가능한 큰 사이즈로. 어항에다 적당량의 물을 부은 후 스포이드를 이용해 청색 만년필 잉크를 떨어뜨린다. 청색 잉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먹색보다 명암의 단계가 효과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떨어진 잉크는 물 속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보인다. 잉크의 낙하 속도와 물의 안정성에 따라 물 속에서 퍼지는 잉크의 형태는 환상적이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물속에서 잉크가 변화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 후 촬영된 슬라이드를 선택해 스캔하고 매킨토시를 이용해 원색분해과정을 거친다. 이 원색분해 한 이미지를 이용해 학이나 사슴 등 여러 가지 형상을 드로잉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다.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리 복잡할 것은 없다. 포스터의 이미지는 컬러 톤의 가벼운 이미지를 지양하고 흑백 톤의 중후한 느낌을 주고자 연출하였다. 검정색은 몽블랑 만년필의 제품이미지를 잘 표현해 주는 컬러라 할 수 있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학과 사슴이 십장생이라는 점도 몽블랑의 제품이미지를 고급스럽게 유지시켜 주는 데 한몫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이 잉크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노력할 것이다. 둘러보면, 참 많은 사물들이 소재가 되겠다고 손들고 있는 것 같다.
 ‘VIDAK 2003 연감’에 실린 변춘섭 씨의 작품. 학. 물 속에서 잉크가 번지는 효과를 이용해 학의 날개를 묘사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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