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익준과 이창동

똥파리 - Breathless
영화

  이창동이 <초록 물고기>와 <박하사탕>을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현실인 건 맞아. 근데 그걸 꼭 그렇게 그대로 보여줘야 하나?" 

   이후 이창동과 이창동 영화의 변화를 나는 옹호하지만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가 없어서 아쉬웠다.  

  <똥파리>의 양익준을 만나며 반가웠던 건 '그대로 보여'주며 사람들을 괴롭히는 또 한 사람의 감독이 생겨서다.

일본에 거는 기대

동아시아의 지역질서 - 제국을 넘어 공동체로
백영서 외 지음 / 창비 / 2005년 11월

  논문들의 방향이 일본 쪽으로 치우친 감이 있다.  

  그건 이 책이 동아시아의 근대를 포착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싫든 좋든 근대 동아시아의 주인공은 일본이었으니까 말이다.  

  올 한 해는 일본과 관련해 흥미로운 일들이 많을 것 같다.  

  비교적 진보적인 일본정부가 8.15를 어떻게 맞을까도 궁금하다.  

  그 전에 우리의 역할이 더 중요할테지만.

경탄과 한심함 사이

PD스쿨 - MBC‘걸어다니는 사전’에게 묻는다“PD는 뭐야?”
이흥우 지음 / 동아일보사 / 2008년 9월

  이 책을 덮고나니 TV 자막에 오르는 PD들의 이름을 눈여겨 보게 된다.  

  눈여김은 경탄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심함 때문이기도 하다.  

  방송제작의 여건을 말하지만 어찌됐든 그들은 '감독'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예능 PD라 다른 분야에 대한 정보가 아쉽다.  

  많은 시간을 들여 보지만 더 알고 싶진 않은 게 예능이라 그렇다.

알고, 듣고, 행하고, 가르치는 아름다움

하나님의 불붙는 사랑 1 - 호세아강해설교 ㅣ 소선지서 강해설교 시리즈
김서택 지음 / 홍성사 / 1998년 2월

  <호세아서>에 녹아있는 하나님의 기묘한 사랑이 경외감과 함께 내 마음을 울렸다.  

  말씀을 알고자, 듣고자, 행하고자, 가르치고자 하는 마음자리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유하와 김훈의 허무주의

쌍화점 - A Frozen Flower
영화

  유하란 사람은 깊이와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다.  

  시인 시절의 작품을 보아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다.  

  물론 영화가 더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만.  

  김훈의 허무주의는 문자로 있을 때 보아줄만하고, 유하의 허무주의는 이렇듯 영상이 더 낫다.  

  김훈은 영상을 책 속의 문자 안으로 끌어당기고, 유하는 시어들이 자꾸 책 속에서 빠져 나가려 한다.  

  시어와 더불어 유하도 늘 빠져나가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