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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이며 샘물인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26
정현종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8월
평점 :
품절
한 강연회에서 정현종 시인은 가스똥 바슐라르와 파블로 네루다를 에둘러가 자신의 시론(詩論)을 말하고 있다. 바슐라르와 네루다를 함께 틀거리지을 수 있는 건 뭘까? 개인적인 생각은 '가벼움'이 아닐까 한다. '공기와 꿈'을 말하는 바슐라르다. '내 양말을 기리는 노래'를 부르던 네루다이다. 바슐라르와 네루다에서 보여지는 가벼움은 경박함과는 다르다. 마음은 충만하되, 몸은 날래다.
정현종의 시도 가볍고 날래다. 그는 시가 서정일 뿐임을 확신한다. 그래서 정현종의 시는 시답다. 이 시집에 실린 그의 날랜 시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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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버스야>
내가 타고 다니는 버스에
꽃다발을 든 사람이 무려 두 사람이나 있다!
하나는 장미-여자
하나는 국화-남자.
버스야 야무데로나 가거라.
꽃다발 든 사람이 둘이나 된다.
그러니 아무데로나 가거라.
옳지 이륙을 하는구나!
날아라 버스야,
이륙을 하여 고도를 높여가는
차체의 이 가벼움을 보아라.
날아라 버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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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차체도 가볍게 날려 버리는 정현종이다. 날랜 우리 시인은 인간이 갖는 가장 무거운 질문인 죽음에 대해선 어찌 생각할까? 강연회에서 사회자가 정현종에게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느냐고 물었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시인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날랜 우리 시인이 죽음이라는 무거운 질문 앞에선 멈칫하고 있다. '잘 모르겠'다니 좀 더 알게되면 그의 시를 다시 읽고 싶다. 언제쯤 정현종의 전언을 무거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현종(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