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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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으로 김두식 교수의 책은 모두 보았다. 법조계와 기독교계에서 '삐딱선'을 타는 저자는 따로 연구를 필요로 하는 인물이다. 연구의 한 실마리로 한국 사회의 레드 콤플렉스를 들 수 있겠다. 김두식의 외삼촌이 한국전쟁 중 북한을 택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검사 임용 때도 자신은 따로 면접을 봤다고 한다. 집안의 사정이 한 몫을 했으리라는 생각을 해 본다.  

 김두식을 보면 뚱딴지 같이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자!'는 생각을 한다. <불편해도 괜찮아>에는 저자가 본 영화와 드라마가 숱하게 등장하는데 그 숫자가 우선 놀랍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틈나는 대로 영화를 봤다지만 영화편수만이 아닌 꼼꼼하게 뜯어보는 눈도 놀랍다.  

  저자의 전작인 <교회 속의 세상, 세상 속의 교회>를 보면서도 해박한 신학 지식에 놀랐다. 김두식은 대학 때 한국기독학생회(IVF)에서 활동했는데 이 단체는 '기독 학사 운동'을 사명으로 삼고 이성적이고 지적인 크리스천을 양성하고 있는 걸로 안다. IVF는 IVP라는 출판부를 운영하는데 양서를 출간하는 걸로 이름이 나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를 보며 자극 받아 나도 서점에 가 IVP에서 출간한 철학자 강영안의 책들-<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 <십계명 강의>-을 구입했다. 김두식은 선교회 활동 시절 친구들과 신학 서적을 섭렵하고 토론도 했다는데 근래 그 공부가 결실을 맺는 듯 하다.

  이 사람의 공부가 근래 결실을 맺는다는 생각은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기 전에도 했다. 김두식이 한 강연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자신의 어린 딸이 성경엔 귀신 얘기가 많은데 왜 자기 눈엔 귀신들이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빠 눈엔 귀신이 보이냐고도 물었다. 김두식은 자신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는데 왜 딸과 자신의 눈에 안 보일까 고민했다고 한다. 고민의 결과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자체를 사탄이 돌리고 있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자본주의라는 세련된 시스템 사이에 숨어 사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별스런 얘기가 아니달 수 있지만 경제학자 칼 폴라니도 주저인 <거대한 전환(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비슷한 얘기를 해서 눈이 갔다. 폴라니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를 빌려 자본주의를 '악마의 맷돌'이라 말한다. 악마가 굴리고 돌리는 맷돌 밑에서 사람들은 악마를 보지 못하지만 고통 끝에 죽어간다. 비슷한 맥락에서 프리모 레비도 이런 말을 남긴다.  “괴물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 수가 많지 않아 그리 위험하지 않다. 실제로 위험한 것은 의문을 품지 않고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평범한 기계적 인간들이다.” 맷돌 밑에서 자본주의 혹은 괴물을 무조건 믿고 행동하는 기계적 인간들이 위험한 것이다.  

  책에서 장애인 문제를 언급하며 김지석 <한겨레> 논설위원의 칼럼을 저자가 문제 삼고 있다. 장애인의 현실을 피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인데, 비판에 동의한다. 하지만 김지석 논설위원이 교통사고로 갑작스레 장애를 입은 분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장애인의 세계를 이제야 알아간다는 반성과 희망이 뒤섞인 자기 다짐이 칼럼의 요지인 듯 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김두식 교수의 트위터로 글을 남겼는데 저자가 이렇게 답해왔다. "김지석 논설위원께서 교통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셨다는 사실은 제 책 나온 이후에 알았습니다. 원래 글을 선의로 쓰신 것은 처음부터 알았고요. 제 책을 보셔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실 것 같습니다."(2010년 9월 19일) 김지석은 칼럼집(<시대의 과제에 맞섰는가>)에 실린 자전적인 글을 통해 자신이 장애인이란 사실을 말하고 있다. 문제 삼은 칼럼이 저자의 상황을 알고나면 달리 이해될 듯 해 댓글을 달아봤다.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를 비판한 대목은 경청할 부분이다. 난 이 영화를 이창동이 새로 보여준 영화적 세계를 중심으로 보았는데 김두식은 장애인의 현실을 틀거리로 삼아 얘기를 꺼냈는데 고민해 볼 여지를 남겨 주었다. 고마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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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9-2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두식의 책은 다 마련해놓고도 한권도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또 일깨워주시네요. 언젠가 날잡아 한꺼번에 읽어야할까봅니다.

2010-09-28 21: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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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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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8 23: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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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0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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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1: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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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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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9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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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21: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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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조부 2010-09-3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 아버지도 월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아저씨는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어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저돌적으로 우향우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구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9-30 10:15   좋아요 0 | URL
문학으로나마 한국 사회의 주류가 되려했던 이문열의 절박한 선택이겠죠.
같은 콤플렉스가 김두식은 검사라는 주류에 들었다가 외려 겉돌게 되는 원인을 만들기도 하구요. 물론 김두식을 비주류라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죠. <불편해도 괜찮아>가 발간되었을 때 한 시민단체운동가가 그 책을 비판적으로 읽었는데, 그 분의 논지도 김두식은 어찌되었든 주류라는 것이었어요. 김두식은 그 비판을 수용한다는 얘기를 했구요.
중산층, 법조인, 국립대 교수, 기독교인이라는 자신의 범위안에서 소수자를 이해하려는 그의 뜻은 충분히 사둘만하다는 생각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