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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자의 귀향 - 집으로 돌아가는 멀고도 가까운 길 ㅣ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1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12월
평점 :
헨리 나웬에게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김두식 교수 때문이다. <세상 속의 교회, 교회 속의 세상>에서 김두식은 헨리 나웬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을 하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 김두식이 위 책에서 세세하게 얘기하지만 나 역시 그를 보수적 기독교계와 같이 스펙 좋은 성직자로만 알았는데 그에게도 큰 슬픔이 있었던 것이다. 영국 작가 에드워드 포스터의 소설을 영화화한 <모리스>를 보고 오는 길에 내내 울던 나웬이었다. 영화는 동성애자 친구를 다룬 내용이고, 원작자 포스터 역시 동성애자였다. 영화 속 인물들과 작가에게 공감했던 나웬은 끝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대중에게 밝히지 않고 세상을 뜬다.
책은 나웬이 세상을 떠나기 4년 전에 펴낸 말년의 작품이다. <누가복음> 15장에 있는 탕자의 비유를 바탕으로 한 렘브란트의 그림을 나웬은 찬찬히 뜯어본다. 렘브란트에게도 이 그림은 말년의 힘을 모두 쏟아부은 작품인데, 두 사람의 말년이 이 그림에서 마주친다. 일생 자신의 연약함과 운명의 냉혹함에 고통했던 화가 렘브란트가 이제는 귀향을 말하고 있다. 평생 성직자로 존경받으며 하버드와 예일대학에서 청년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던 나웬도 어느새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대학을 떠나 지체장애인들의 공동체인 라르쉬로 귀향한다. 사뭇 다른 인생을 살던 두 사람의 말년이 어쩜 이리 같단 말인가? 나웬의 결단 속에는 동성애자로서의 탕자 의식도 있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찬송가가 <나 주를 멀리 떠났다>이다. 가수 유승준이 불러 유명해지기도 한 곡인데, 가사가 이렇다. "나 주를 멀리 떠났다 이제 옵니다. 나 죄의 길에 시달려 주여 옵니다. 나 이제 왔으니 내 집을 찾아. 주여 나를 받으사 맞아 주소서." 이 찬송가도 '탕자의 비유'에 바탕한 곡이다.
그림을 잘 알지 못하지만 <탕자의 귀향> 속 아버지의 표정과 몸짓이 자애롭고 따스하다. 저 품에 안긴 렘브란트와 헨리 나웬은 무척이나 따스했을 것만 같다.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1666-1669)

Henri Nowen(1932-1996) Rembrandt Harmenszoon van Rijn(1606-16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