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후타바테이 시메이 지음, 이여희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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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일본의 첫 근대 소설이다. 1887년작이니 한국(<무정無情>, 1917)과 중국(<광인일기狂人日記>, 1918)보다 30년 앞섰다. 앞섰다지만 이후 일본의 후배 작가들이 제 역할을 못 해냈다는 게 내 생각인데 그에 비할 때 한국과 중국은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선전했다.  

  우선 세 소설 가운데 가장 재미있다. 연애담인데 주인공 분조의 고민이 꽤 절실하고 현실성이 있다. <무정>도 연애담이지만 황당한 얘기다. 그 황당함이 이후 이광수의 파탄을 자아냈는지도 모르겠다. <광인일기>는 어둡지만 현실을 묘파하는 힘은 세 소설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   

  묘하게 세 소설의 주인공이 모두 청년이다. 분조, 이형식, 광인은 근대를 맞는 동아시아의 청년들이다. 분조는 이형식과 광인 사이에 끼어 있다. 이형식처럼 설레발 치다가도 광인처럼 우울하다. 세 사람에게선 각 나라가 어떻게 유지되어 왔으며 근대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일단의 실마리가 보인다.  

 

        二葉亭四迷(1864-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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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6-0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시마 유코에 이어 읽어보고 싶은 책이에요. 일본의 첫 근대소설이라니 소세키와도 비교해볼 수 있을것 같구요.

파고세운닥나무 2010-06-09 13:24   좋아요 0 | URL
주제와 기술적인 면에서 일본적인 스타일이 소설 곳곳에 보입니다. 알게 모르게 이 스타일을 이후 일본 작가들이 줄곧 유지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소설은 사실주의로 분류되는데요. 이 사실주의가 개인의 내면만 비추는 사소설로 이후 진화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나쓰메 소세키도 비교해보면 흥미로울 듯 합니다. 그가 사소설을 쓰지는 않지만 사실주의를 틀거리로 잡으면 한 데 묶을 수 있구요. 주제 의식에서도 꽤 비슷한 것 같아요. <뜬 구름>의 문제의식도 결국은 개인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