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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도 한 꼭지를 빌어 '쓸쓸함'을 말하던데 그를 보는 나의 마음도 덩달아 쓸쓸하다. 책이 출간될 즈음 저자가 하니TV에서 강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강연중 총리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정운찬 얘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중고등학교와 대학을 함께 다녔다는데, 한 사람은 총리 공관에서 일하고 또 한 사람은 그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홍세화는 '선배와 책 잘 못 만나 인생이 달라졌다'며 살며시 웃었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몹시도 쓸쓸했다.
케인즈학파로 분류되는 정운찬이 케인즈와는 도무지 관련이 없는 이 정부의 총리 자리를 덥썩 무는 장면은 비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학문적 신념이란 게 권력과 금력 앞에선 아무 힘이 없음을 여실히 깨닫는다. 이 책에서 독자인 나도 쓸쓸함을 갖는 건 물신 앞에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은 우리 사회의 초상화를 홍세화가 너무도 정확히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개표방송에서 진보신당 상황실을 본 적이 있다. 암울한 분위기였는데 말석에 김상봉 교수가 앉아 있었다. 방송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홍세화도 어딘가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일전에 홍세화는 한 칼럼에서 철학 교수 김상봉이 부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교수로서 정치활동을 하는 그가 부럽다는 것이다. 개표방송을 보며 홍세화의 칼럼이 생각나 또다시 쓸쓸했다.
홍세화도 지쳐가는 모양이다. 그의 부인이 프랑스로 돌아가자 한다는데 그 역시 한국으로 돌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사회와 사람들에 지쳐가는 모습이다. 홍세화는 자신을 '감성적 사회주의자'라 말하는데 그의 감성이 이 무지막지한 사회에선 뭇매를 맞는 것 같다.
이 책은 그 매를 같이 맞는 연대를 바라는 홍세화의 호소이다.